캠퍼스의 여름을 지키는 근무자들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올해 여름. 방학 중 하루를 택해 서울캠퍼스를 찾았다. 정문에서 한마당으로 이어지는 진사로는 한적했다. 간간히 몇 사람이 보일 뿐 학기 중과 똑같은 활기를 찾기엔 지나치게 강한 햇살이었다. 대신 이 폭염 속에 학교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방학 중에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여름 해를 벗삼아 일하는 이들. 정문지킴이 김경헌 경비직원, 학생식당 이영애 반장, 우편물실의 정동헌 집배원다.

 

 

뙤약볕 아래서도 문제 없어, 불철주야 정문 교통관리


서울캠퍼스 의과대학 앞 건널목에는 활기찬 거수 경례와 함께 출입 차량을 안내하는 경비원이 있다. 건널목이 곧 일터인 이들에게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구는 여름은 야속한 계절. 정문 경비직원 김경헌 씨는 두 번째 여름 근무를 맞았다. “정문 경비의 주된 업무는 24시간 정문으로 출입하는 차량과 보행자를 통제하고, 안내하는 것입니다. 정문이 삼거리라 위험한 데다가 방학 중에도 병원이나 동문회관을 찾는 차량이 많아 계속 관리가 필요해요.” 취재 당일 기온은 33도. 바로 옆에 있는 경비실에는 에어컨이 작동하고 있지만 야외에서 차량을 통제할 경우엔 햇살을 피할 길이 없다. “밖에 있을 땐 덥죠. 그래도 놀면서 돈 벌고 싶지는 않아요.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그만큼 대가를 받는 게 맞으니까요.”

 

이번 여름이 유난히 더운 탓에 건강이 상하진 않을까 염려됐다. “원래는 2인 1조로 짝을 지어 30분 단위로 교대 근무를 서는데, 여름에는 근무 시간을 5~10분 정도로 줄였어요. 웬만하면 그늘에서 근무를 서도록 학교가 배려한 덕에 일할 만 합니다.” 학교를 찾는 이들이 횡단보도 통제를 잘 따라줄 때 보람을 느낀다는 김 씨의 바람은 여기에서 계속 일을 하는 것이다. “5년 넘게 근무하시는 분들도 계시긴 한데, 경비업체 근무가 이직률이 높은 편이에요. 전 여기에서 5년이고 10년이고 계속해서 일하고 싶네요.” 김 씨는 학생들에게 꼭 횡단보도를 이용할 것을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정문을 지키고 있는 김경현 씨가 출입하는 차량을 향해 환영의 의미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불 앞에서 요리하면 땀이 절로, 학생들 응원에 힘나


다음으로 88계단을 올라 한양플라자 3층 학생식당을 찾았다. 식사 공간은 시원한 편이지만 주방 사정은 다르다. 학생식당 반장 이영애 씨는 가스불 앞에서 여름을 보낸다. “제 업무는 식당 직원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거예요. 레시피 대로 조리하도록 지도하는 게 주 업무죠. 이 밖에도 직접 배식과 청소를 합니다.” 이 씨를 따라 들어간 조리실 내부는 음식을 익히는 열기와 습기로 후덥지근했다. “에어컨을 틀어도 주방은 더워요. 불 앞에 있으면 땀이 날 수 밖에 없어요.” 그래도 학기 중보다는 방학이 낫다고. “학기 중엔 정말 바쁘지만, 방학 중엔 그래도 여유가 좀 있어요. 또 더운 날에 땀 흘리며 일하는 게 고생이라고 챙겨주는 학생들도 있고요(웃음).”

 

“더위는 괜찮아요. 여름엔 어딜 가나 힘드니까.” 이 씨를 비롯한 학생식당 직원들에게 더위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줄어드는 학생 수다. “보다시피 밥 먹으러 오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어 큰일이에요.” 학기 중 하루 평균 1000~1500명 정도인 학생식당 손님은 방학 때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마저도 한양플라자 1층에 식당가가 들어서며 감소하는 추세. 2년 전과 비교하면 60% 수준이다. “방문객 수가 줄어들면 직원이 줄어들 수 밖에 없죠. 이러다가 학생식당이 문을 닫진 않을까 걱정이에요.” 실제로 지난 학기엔 학생식당 폐점이 논의됐다. “더 바라는 거 없어요. 저나 다른 직원이 여기서 계속 일하는 거면 돼요.”

 

   
▲ 한양플라자 3층의 학생식당에서 여덟 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는 이영애 반장은 "식당 직원들 모두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름날도 두 발로 소식 전하는 한양 우체부


‘우체부 아저씨’는 친근한 이미지의 대명사다. 반가운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캠퍼스 안에도 ‘한양우체부’란 마크가 붙은 차량을 타고 우편물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우편물실의 직원들이다. HIT 지하 2층 주차장에 자리한 우편물실은 서울캠퍼스로 배달되는 모든 우편물을 처리하는 장소다. 집배원 정동헌 씨는 이 곳에서 두 번째 여름을 맞았다. 우편물실에는 정 씨를 포함해 5명의 직원이 있다. 이곳에서 각종 우편물과 등기 택배 등을 분류해 매일 캠퍼스 곳곳으로 배달한다. “3인 1조로 움직이죠. 한 명은 운전, 나머지 두 명은 배달. 나머지 두 명은 여기서 업무를 보고요.” 이들이 배달하는 우편물은 하루 평균 2000-3000 개. 방문하는 장소는 하루 40곳이 넘는다. 교내 대부분의 건물을 방문하는 것. “하루 2번,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학교 곳곳에 배달해요. 적당히 운동도 하고 좋은 대학에서 배달한단 자긍심도 있어 좋습니다.”

 

여름 방학에는 우편물실이 한가로운 편이다. 더운 날씨 탓에 배달 업무가 힘들지만, 우편물이 적어 버틸만하다. “배달할 때 더운 거야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학기 중에 비해 우편물이 적은 편이라 업무가 빨리 끝나요.” 인터뷰에 응하는 내내 밝은 표정인 정 씨에게서 일터가 즐겁단 인상을 받았다. “학교에서 근무하니 학생이 된 기분이랄까. 게다가 단순한 우편물이라도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더라고요.” 정 씨의 바람은 사소하다. “근무 자체는 굉장히 만족해요. 다만, 편지 주소를 더 자세히 써주셨으면 해요(웃음). 그래야 저희도 빨리 드릴 수 있으니까요.”

 

   
▲ 정동현 씨와 우편물실 팀은 여름에도 하루 2000개 이상의 우편물을 매일 배달하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계속 일하고 싶어


취재 당일인 8월 10일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어섰다. 땀이 얼굴을 적실 때쯤 학생식당 이영애 반장의 말이 떠올랐다. “학생들이 있어 생계를 유지하는 제 입장에선 한 여름에 흘리는 땀도 고마울 뿐이죠.”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들은 계속해서 일할 수 있다면 흘리는 땀은 아무것도 아니라 말했다. 묵묵하게 책임을 다하는 이들 앞에서 덥다는 투정이 머쓱했다.


 


글/ 박성배 기자             ppang1120@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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