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판' 공동 대표 최현미 동문(광고홍보학과 00), 오세혁(정보사회학과 00, 중퇴) 씨

ERICA캠퍼스 언론정보대학에는 ‘한우리’라는 풍물패 동아리가 있다. 지난 2005년 3월, 한우리 출신의 동문들은 ‘가장 의미있는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게 하자’라는 목표 아래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이하 걸판)을 만들었다. 최현미 동문(광고홍보학과 00)과 오세혁(정보사회학과 00. 중퇴) 씨는 당시 걸판의 창립 멤버로 현재는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걸판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두 사람을 만났다.

 

 

사람이 있는 곳엔 걸판이 간다

 

   
▲ 극단 걸판의 공동대표 최현미 동문(광고홍보학
과 00)과 오세혁 씨(정보사회학과 00. 중퇴)를 지
난 13일 안산 별무리 극장에서 만났다. 최현미 동
문이 걸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걸판은 10년 넘게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창작 집단이다. 극장 안팎에서 마당극, 음악극, 정극을 오가는 폭넓은 무대를 선보인다. 마당극 위주의 ‘유랑극단’으로 시작한 걸판은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문화제와 각종 집회 및 농성 현장, 공원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발랄한 풍자 위주의 무대를 꾸렸어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거든요.” 최현미 동문의 설명이다. “관객들에게 최대한 다가가려 했어요. 소통에 중점을 두고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려고 했죠.” 하루에 세 지역까지 공연하며 꼬박 6년을 유랑한 끝에,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2011년 밀양연극제 2관왕에 오르며 대학로에 진출했다. 극장 공연에 무게를 싣는 지금도 특유의 기동성은 그대로다. 전국 극장 투어를 진행하고, 마당극도 꾸준히 올려 매해 약 150여회에 달하는 공연을 소화한다.

 

기동성과 창작력은 걸판의 중요한 모토다. 오세혁 씨는 이에 관한 일화로 2008년 7월 당진에서 열린 여성문화제 공연을 언급했다. 당시 걸판은 불의에 맞선 여성노동자의 투쟁을 담은 <당신의 밥은 따뜻하십니까>로 무대에 섰다. “제가 배우 겸 연출을 맡은 작품이라 공연 전반에 걸쳐 엄청나게 신경을 썼어요. 실수가 나오는 게 싫었죠. 그래도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공연 후에 잔뜩 화를 냈어요. 분위기가 싸늘했죠.” 그때 한 중년 여성이 홀연히 나타나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밀었다. “모두가 의아했어요. 알고 보니 우리 연극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 같아서 깊이 공감했던 관객이었어요. 커피 한 잔씩 하라며 돈을 쥐어주고 가셨죠.”

 

그녀는 나가는 길에 “내가 노동자라 그래요”란 말을 남겼다. 이 한 마디가 오세혁 씨의 머리에 깊이 박혔다. “무대의 완성도보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공연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사람이 있는 곳에 걸판이 있다는 사실을요.” 최현미 동문도 “숱한 추억 중에서 가장 여운이 짙은 경험”이라며 “창작력과 기동성이라는 걸판의 초심을 다잡았던 계기”라고 말했다. 이 모토를 토대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간 걸판은 현재 안산문화재단의 상주단체로 지정, 지역사회 및 국제 문화교류에 힘쓰고 있다. 첫 사업으로 지난 5월 도쿄에서 <안산X도쿄 10분 연극전>을 개최해 양국간의 정서적 교류를 다졌다.

 

   
▲ 걸판은 마당극 위주의 공연에서 시작했으며 현재는 안산 문화재단의 상주단체로서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극단 걸판)

 

 
두 사람이 택한 연극인의 길

 

   
▲ 오세혁 씨가 연극에 빠져든 과정에 대해 설명하
고 있다.

최현미 동문은 연극에 몸 담은지 12년 차에 접어든 된 베테랑 연극인이다. 배우이면서 필요에 따라 다양한 작업을 소화해내는 만능재주꾼이다. 오세혁 씨는 대학로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극작가이자 연출가다. 인기리에 막을 내린 연극 <보도지침>의 대본을 썼고,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를 연출했다. 두 사람은 풍물패 한우리를 통해 전공 분야가 아닌 연극으로 진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광고 회사에 취직할 것인지, 연극에 매진할 것인지 고민이 컸다”는 최 동문은 “채택 받지 못한 기획은 무용지물이 되는 광고보다, 하나하나 쌓아 올려 완성에 가까워지는 연극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오세혁 씨의 연극 인생을 결정지은 것도 한우리 활동이었다. 오 씨는 “연극에 아무런 관심도 없던 시절, 우연히 한우리에 들어가 마당극을 접하며 그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중퇴를 결심한 이유도 연극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연극 이외의 것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제대 후 걸판 창단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연극인의 길에 섰다. 오 씨는 중퇴에 관해 “확고한 길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놓아 보내야 할 부분이었다”고 말한다.

 

11년 전 창립 멤버로 시작해 현재는 대표로 걸판을 책임지는 두 사람. 이들이 꿈꾸는 걸판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세월이 흐르면서 걸판과 연을 맺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개중엔 연극에 회의감을 느껴 떠나는 이도, 새롭게 찾아오는 인연도 있어요. 떠날 사람은 떠나고 돌아올 사람은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만남과 헤어짐이 자유로운 걸판만의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싶어요.” 최 동문이 상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삶이 연극이 되고, 연극이 삶이 되는 환상적인 공간이다.

 

 

걸판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앞으로도 걸판은 발로 뛰는 연극을 계속한다. 오는 10월 28일부터 양일간 빨강머리 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안산문화재단의 상주단체로서 안산 시민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독백’으로 정리해 무대에 올리는 <안산독백만인보>, 안산 놀이터 등 청소년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펼치는 10분 연극 등 지역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할 예정. 두 대표와 함께 더 나은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는 극단 걸판의 이야기다.

 

   
▲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극단의 중심이 되어 발로 뛰는 두 사람 덕분에 나날이 발전하는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이다.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문하나 기자         onlyoneluna@hanyang.ac.kr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