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안의 비전을 찾아라'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전원은 220V/60Hz. 하지만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무려 2만에서 3만 볼트에 이른다. 이처럼 높게 제작된 전압은 변전소를 통해 몇 단계의 변환 및 제어 과정을 거치며 각각의 용도에 따라 필요로 하는 전압/주파수로 변환되게 된다. 언뜻 보기에 이러한 변환기술이 무에 어려울 것이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모르고 하는 소리.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전력변환시스템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전기기술 분야의 핵심이다. 이러한 전력 변환시스템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학자가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서울캠퍼스 산업과학연구소장으로 있는 현동석(공과대·전전컴)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작년 12월 30일, IEEE 석학회원이기도 한 현동석 교수는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수여하는 ‘한국공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전기전자 분야 최고의 권위자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현 교수의 이유 있는 ‘상복’

 

 

 
 

현 교수는 유난히 상복이 많았다. 국방과학기술연구소 표창장, 본교에서의 수여한 ‘최우수 교수상’,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한국 공학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국공학상’에 이르기까지 그의 수상 경력은 화려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수상경력에 대해 ‘상복’이란 표현은 어찌 보면 잘못된 표현. 그것은 그의 수상이 쉽게 얻어진 ‘복’이나 ‘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학하는 사람들을 보면 연구실에서 연구만 해서 그런지 외향적인 성격보다는 내향적인 성격이 많아요. 그래서 공학자에겐 자신의 성과에 대해서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보다는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한 냉철한 심사와 평가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알아보는 기회를 갖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성과에 대한 인정 자체가 목적이 돼서도 안 됩니다. 연구 목적이 어긋나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요. 자기가 좋아서 연구를 해야 결과가 잘 나오는 건 당연한 겁니다. 동시에 성공을 위해서는 도전정신이 필요하죠.”

 

세계 최대 전기전자학회인 미국전자전기학회(the 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 Engineers. 이하 IEEE)는 2003년 현 교수를 석학회원(Fellow)으로 임명함으로써 현 교수의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현재 IEEE 석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연구원은 전체 미국전자전기학회 회원의 0.1퍼센트에 지나지 않으며 한국에서는 10여명에 불과 하다는 것을 미뤄 볼 때 전자전기 분야에서의 현 교수 위치는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자신감과 연구 목표는 ‘글로벌적’으로

 

현 교수는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모두 국내에서 수여받은 이른바 ‘정통 국내파’다. 국내의 유능한 석학들이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아오는 것에 비춰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 그런 연유에서인지 현 교수가 한양의 공학도들에게 강조하는 ‘도전정신’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것은 바로 국내 학위만으로도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뚝심’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충분히 세계 유수의 대학생, 교수 그리고 석학들과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자신감이란 국내에서도 국외의 우수한 실험실과 지식을 빌리지 않고 충분히 동등한 연구를 할 수가 있다는 것을 뜻하죠. 환경이 열악해도 관심이 있는 분야에 뛰어들어 당당하게 연구를 한다면 기회는 분명히 찾아옵니다. 특히나 잠재력이 큰 학생시절 때는 해선 안 될 것이 하나도 없어요. 자신의 학벌이나 자신의 능력을 탓하지 마세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 공학의 필수 '산·학 협력’

 

“7,80년대만 해도 경쟁이란 개념이 국내에 한정돼 있었고, 기업들 역시 자체적으로 연구가 가능했었죠. 이제는 다릅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엔 1등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에 가장 신선한 아이디어가 숨쉬는 대학의 연구실과 손잡지 않으면 기업 자체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깨닫기 시작했죠. 산·학의 연계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겁니다. 우수한 공학이라 하는 것은 간단히 말하면, 시뮬레이션 한 것들을 구현을 해서 그 이론과 실험 결과를 비교 해 차이점이 발생하면 규명하고, 차이점이 발생하지 않으면 정말 이론과 실제가 합치되는지 아니면 달리 생각하였는지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합니다. 그 다음에 가서 결론을 최종적으로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연구를 위해서는 최소한 인력, 장비, 공간, 재력, 아이디어가 동시에 구비돼야만 합니다. 바로 산·학 협력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본교는 산·학 협력의 성과와 가능성에 있어서 국내 최고의 면모를 보여 왔다. 지난 여름 안산캠퍼스는 정부가 21세기 성장 동력을 목표로 추진하며 선정한 ‘산학협력중심대학’ 사업에서 수도권지역 대학으로 선정되어 향후 5년간 정부로부터 3백억 원이라는 투자재원은 물론 굵직한 국책연구소를 유치하는 등 한국의 실리콘 밸리를 꿈꾸고 있다. 서울 캠퍼스도 교육인적자원부가 주관하는 ‘2004년도 대학 특성화 지원 사업’에 선정돼 38억 9천만 원을 지원 받게 되는 등 본교 양 캠퍼스는 산학협력대학과 연구중심대학으로 발돋움 하는 데 가속을 붙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통적인 농업국가에서 1960년대에부터 산업화가 들어서게 됐는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에 있어 연륜이 짧아요. 자연스레 산·학의 연계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79년도에 본교 교수로 부임을 했을 때는 공과대학으로서의 면모가 많이 부족했어요. 학생들이 책을 중심으로 공부를 해서 이론만 앞서 있지 실제 현장에 가서 무엇을 하려해도 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대학과 기업의 마인드가 협력을 하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학생 때 만들어 놓은 수많은 이론지식을 펼쳐 구현하기 위해선 산·학의 연계가 잘 돼 있는 환경이 필요 합니다”


   
 

“성공을 위해선 역시, 도전정신”

 

현 교수는 산업의 대형화에 따른 전력장치 및 설비의 대용량화 필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이에 필수적인 전력변환시스템의 고압화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임의의 전압으로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중성점 제한형 멀티레벨 회로구성과 제어기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게 됐으며, 그 결과 지금의 상복 많은 현 교수가 탄생하게 된 것. 다시 말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말겠다는 그만의 도전정신이 지금의 현 교수 만든 것이다.

 

“비전은 항상 ‘나’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자기가 생각해서 바로 이것이다 싶으면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죠. 사람의 능력은 무한대라고 생각합니다. 성공과 실패 여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한의 능력에 대해 가능성을 부여하느냐 부여하지 않느냐에 따라 갈리는 겁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역시, 도전정신이 필요하겠죠.”

 

성공한 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일 것이다. 당연한 이치지만 ‘나는 할 수 없어’, ‘나는 안돼, 못 해’라는 자격지심은 자신의 가능성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두 번, 세 번 강조하는 현동석 교수. 순수국내파 현 교수의 연구결과가 SCI 등 국제 저명학술지에 수 십 차례 인용되는 원동력은 바로 ‘목표지향점은 세계에 가능성은 자신에게’ 둔 ‘열려있는 도전정신’이었다.


사진 : 염준용 학생기자 yjy30232@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현동석 교수는 본교 공과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의 석사과정을, 서울대학교 대학원 전기공학과 공학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이어 현 교수는 국방과학기술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79년도에 본교에 부임했다. 미국 Toledo 대학교 교환교수, 독일 Muenchen 대학교 객원교수, 독일 Berlin 공대 객원교수, 러시아 Khabarovsk 대학 객원교수를 지낸 바 있는 현 교수는 현재 본교 공과대학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직과 서울 캠퍼스 산업과학연구 소장으로 있으며 ‘전력전자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전력변환시스템에 관한 독보적인 연구로 주목 받아오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