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건강까지 책임집니다"
“총각, 멀뚱히 서 있지 말고 이것 좀 날라봐.”
당황해서 우왕좌왕하자 계속 잔소리가 쏟아진다. 식당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길 몇 차례,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새벽부터 정신없이 집을 나선 지 1시간 만에‘아침을 여는 사람들’그 세 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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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식당 중 가장 일찍 시작해서 가장 늦게 문을 닫는 식당‘사랑방’.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조리실 안은 이미 밥 짓는 연기와 펄펄 끊는 국 연기로 가득했다. 한쪽에선 주간 대청소로 인해 조리사 어머니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바쁜 와중에도 반갑게 맞아 주시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이른 아침 한산한 교내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그나마 방학 중이라 비교적 여유가 있는 모습이라 하니 새삼 어머니들의 정성에 놀라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방’의 영양사이자 운영실장인 유경희 실장이 커피 한잔을 건네며 식당운영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준다. 이어서 간이 조리대를 시작으로 조리실, 냉장·냉동실, 식품 창고를 차례로 견학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보존식 보관 냉장고’. 한 주간의 조리 음식들을 샘플링해서 모두 보관하는 곳으로, 만약에 생길지도 모를 식중독이나 조리 사고의 대비인 셈이다. 유 실장은 “매일 오전 두 차례 식품에 대한 검수와 재고를 파악하고, 어패류 사용은 극도로 주의 한다”며 혹시모를 음식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안심시켜줬다.
대강 준비가 끝났을 때는 10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어머니들은 그 때서야 삼삼오오 모여앉아 식당 한 켠에서 아침 식사를 하신다. 그 사이에도 아침 식사를 해결하러 오는 학생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나마 아침식사 시간이 정신없는 오전 일과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인 셈. 지난 여름부터 본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은옥 영양사는 “전에 근무했던 학교와 달리 학생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고자 한 번에 40인분씩만을 준비하기 때문에 그만큼 일도 많고 고되지만 조리사분들의 노력에 따뜻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며 사랑방만의 분위기를 조심스레 자랑했다.
학기 중에는 일일 3천여 명, 방학 중에는 약 5백여 명이 이용하는 이곳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들은 많게는 10년 이상, 적게는 3년 내외의 경력을 자랑한다. 그래서 그런지 식당 어미니들의 장점은 학생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올해로 경력 11년의 김명숙 반장은 “다 내 자식 같고 그러지 뭐. 이젠 척 보면 알아. 얘는 밥을 많이 줘야겠다. 얘는 어제 술을 좀 마셨구나”라며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얘기했다. 군 생활 내내 어머니 손맛이 그리웠다는 학생, 자기 여자친구를 인사 시켜주는 학생, 잘 계신지 생각이 나서 일부러 들렀다는 졸업생 등 하나같이 정이 넘치는 자식같은 학생 자랑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나 작년 이맘 때, 어학연수를 다녀왔다는 한 여학생으로부터 “끼니때마다 어머니들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영양제를 받았을 때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고마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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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넘어 점심식사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어머니들의 “맛있게 드세요”라는 정감어린 목소리와 이른 새벽부터 준비한 정성 가득한 음식들이 학생들의 허기진 배를 채운다. 무한리필이 최고 장점인 이곳에서 남학생들이 자신의 식판을 들고 재차 배식대를 오가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배식도중 유 실장은 자식처럼 생각하고 음식을 만드시는 조리사분들에게 학생들이 좀 더 따뜻하고 공손했으면 하는 바람을 꺼내 놓는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인터넷보다는 조리사나 영양사, 또는 건의함을 이용했으면 해요. 그러면 바로 오해도 풀리고 개선도 바로 되거든요” 이 날도 한 학생의 국이 좀 짜다는 지적에 아주머니들은 바로 간을 다시 맞췄다.
‘사랑방’의 영양사 분들과 조리사 분들은 점점 고급화되는 학생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신 메뉴 개발에도 노력한다고 한다. 물론 건강과 영양이 최우선적으로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최근 반응이 가장 좋았던 건 ‘등심 돈가스’와 ‘미더덕콩나물덮밥’. “아무래도 남학생과 혼자 생활하는 지방학생들이 많은 학교 특성상 육류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은 것 같다”고 웃으며 설명하던 유 실장은 “학생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애써 선보인 메뉴도 빼야한다”며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밥을 파는 식당으로서만이 아닌 어머니들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 ‘사랑방’. 그곳에서 만난 어머니들은 간혹 길에서 마주친 학생들의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말 한마디가 하루의 활력소가 된다고 한다. 학생들을 아들, 딸처럼 생각하시는 그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행복은 의외로 작은 것이었다. 오늘 식당에서 배식을 받으며,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는 그 분들에게 따뜻한 눈인사라도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