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 국제과장 김석균(행정 91년 졸)동문
19세기 사라졌던 것으로 알려진 해적이 20세기 후반 다시 등장해 새로운 해상 위협세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수출과 수입의 대부분이 해로를 통해 이뤄지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는 일이지 아닐 수 없다. 특히 해적들이 자주 출몰하는 인도네시아 연안의 말라카해협은 우리 상선들이 빈번히 이용하는 해상교통로 중 하나. 19세기와 달리 기술의 발달로 일거해 해결될 것 같은 이 해적문제는 해상교통로의 연안 국가들과 이를 이용하는 국가 등 다양한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한 국제문제로 대두된다.
이러한 해적문제에 대해 국제적 협력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해경의 한 간부에 의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해양경찰청에서 국제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석균 동문(행정학 91년 졸)이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지난해 12월 'Building a Multilateral Framework to Combat Piracy in Asia : From a Global Governance Perspective(아시아 해적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협력 틀 구축)‘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해적문제에 대한 혜안을 보였다. 경찰공무원 일과 병행해 본교 행정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아 이 분야의 전문가로 거듭난 김 동문을 위클리한양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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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인색하지 말라”
1시간 40분 가까이 걸려 도착한 인천. 인천 중에서도 서울에서 가장 먼 연안부두에 위치한 해양경찰청 국제과장실을 찾았다. 사투리 섞인 푸근한 목소리로 반겨주는 김 동문의 편안한 인상에는 경찰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주는 딱딱한 느낌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졸업 후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다니면서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법제처에서 법령업무를 담당하며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행시 합격 후 첫 직장으로 법제처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96년, 내무부 소속이었던 해양경찰청이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독립하게 됐죠. 이때 업무를 보면서 알게 된 해양경찰청 분이 경찰공무원을 권유 하셨어요. 갈수록 바다가 중요해 지면서 해양경찰청의 위상이 커 질 거라는 거였죠. 새로 정비되는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었습니다. 일반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해양경찰을 선택한다는데 주위의 만류가 있기도 했지만 지금은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그의 자세는 이후 그의 행로에서도 나타난다. 해양경찰청에서 해상교통안전법 개정과 수상레저안전법 제정 업무에 참여했던 그는 이후 미국 유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선택해 주말도 반납한 채 지금까지 이어왔다. 일반 기업에서뿐 아니라 행정기관에서도 이제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젠 평생직장이 없어지는 추세잖아요. 공무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에 미련이 많이 남았기도 했구요. 그래서 유학을 선택했습니다. 미군 부대에서 군 복무를 했던 경험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적었습니다. 그렇지만 논문을 쓰는데 자유로운 작문이 가능할 정도의 실력을 기르겠다는 생각 때문에 따로 영어 과외를 받았죠. 이때 매주 영어 에세이를 한 편씩 썼는데 이것을 책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해적 문제, 국제적인 협력으로 해결해야
미국 인디아나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국제관계에 대한 공부를 했던 김 동문은 귀국 후 해양경찰청 국제과에서 국제협력 및 외사업무를 보게 된다. 해적문제를 처음 접한 것도 이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자연스레 박사논문의 주제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김 동문은 설명한다. 해상교통로를 이용한 물류가 전체 물류의 99.8퍼센트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해적문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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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문제는 특정국가나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남아 해상교통망은 아시아 국가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전 세계 경제와 관련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초국가적 문제죠. 따라서 연안국 및 해상교통로를 이용하는 무역국, 해상치안기관, 해운업계 등이 공동으로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국제협력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이에 따른 비용이 문제인데 이는 아시아 해사기금을 설립해서 해결한다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성실함을 넘어 전문성으로 승부하라
박사과정을 밟으며 다시 찾게 된 모교. 김 동문은 후배들의 모습이 학창시절 자신과 동기들의 모습보다 좀 더 자신감 있고 힘차 보여 좋았다고 한다. 곳곳에 공사가 끊이지 않는 것도 학교가 발전하고 있는 증거라며 반겼다.
“사회에서 보면 본교 출신이 성실하다는 인식이 많아요. 실제로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젠 각자 특출나게 잘 하는 것 한 가지는 만들어 놔야 할 것 같아요. 사회가 점차 전문화 되어가니까요. 학창시절, 그리고 20대는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를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너무 조급해 할 필요 없이 목표를 찾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거기에 매진해야 합니다. 백 미터 달리기를 하듯 말입니다. 백 미터 달리기를 할 때는 숨도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죠. 숨도 쉬어가며 여유를 찾아가며 달리면 경주가 너무 길어집니다. 백 미터가 42.195미터의 마라톤이 되고 따라서 도중에 포기하게 되기도 하는 이치입니다.”
국제 관계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난다면 아마 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날 것이고 그 원인은 해양 분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 정도로 바다와 해양자원에 대한 국가 간의 이해는 점차 커져가고 있는 반면 이 분야의 전문가는 부족한 실정이다. 김 동문은 앞으로 이 분야의 공부를 계속해서 전문가가 된다는 각오다. 인터뷰를 마치며 꾸준히 자신의 분야를 연구하며 국제관계에서 우리의 바다를 지켜갈 전문가로 거듭날 김 동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사진 : 김달환 취재팀장 hyhavas@ihanayng.ac.kr
학력 및 약력
김석균 총경은 지난 1991년 본교 행정학과에서 석사학위를, 3년 뒤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석사과정 중 행정고시에 합격해 법제처에서 법령업무를 담당하다 해양경찰청이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독립되면서 지난 1997년 해양경찰 최초의 고시특채 제도를 통해 해안경찰에 입문했다. 2001년 미국 인디아나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오는 2월 본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할 예정이다. 김 동문은 현재 해양경찰청 국제과장으로 국제 협력 및 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