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사회적 사명에 대해 성찰하라"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강과 산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변해 간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강과 산이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은 긴 세월의 흐름 앞에서 많은 변화를 겪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긴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본교에 교수라는 직함으로 변함없이 오직 한길만을 걸어온 사람이 있다. 바로 올해 정년을 맞이하는 유인학(법대·법)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유 교수는 67년 법정대학(현 법과대학) 법학부 조교수로 교직생활을 시작해서, 올해로 38년째를 맞이하게 됐다. 위클리한양에서는 38년째 행당터에 둥지를 틀어 온 유 교수를 만나 길고도 짧은 한양지기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로 정년을 맞이하게 됐다.

 

   
 

올해로 교직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38년째가 됐다. 강산이 네 번은 변했을 시간인데, 벌써 정년퇴임이라니 실감이 나질 않는다. 본교에 처음 왔을 당시에는, 현재의 법학과가 법정대학에 속해 있었다. 당시에는 인문계열의 기반이 미비했다. 그래서 이공계열에 비해서 인문계열은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다. 주변의 시각 역시, 본교 법정대학이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겠지만 좋은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고는 평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 동안학생들과 교수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의 ‘한양법대’의 명성을 얻어냈다. 교육자로서 학생과 학교의 발전에 일조를 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형법과 관련한 행형제도 개선 등에 관한 연구를 해 온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형을 집행함에 있어서 필요한 과학적 분석방법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진하다고 본다. 법무부 정책자문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교도소와 구치소들의 수형자와 수감자들의 권리에 대한 제도의 개선, 법의 집행의 목적, 행형을 통한 사회적으로는 안정성 유지 등에 대한 정책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외에도 행형에 필요한 비용 문제를 연구해 왔다. 수형자 한명을 교도소에 수감을 하려면 엄청난 국가예산이 소요된다. 정의와 사회적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행형의 효율성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법무부 예산의 3분의 2가 구치소와 교도소 등 형의 집행에 쓰이고 있다. 정작 범죄의 예방에 있어서는 많은 투자와 노력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제반의 문제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형사법에 관계된 공공정책학의 중요한 과제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자신을 말한다면?

 

   
 

교육자는 전공지식을 가르치는 것 이외에도 진정으로 학생을 걱정하고 올바른 길로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법시험반 초대 지도교수로 재임하던 시절이 기억난다. 사법시험반 학생들은 고시준비 생활의 고단함 탓인지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친다. 때문에 사소한 다툼에서부터 진로에 대해서 방황하는 학생들까지 소위 ‘사고’를 치는 학생들도 많았다.(웃음) 그때 당시, 나의 생각은 ‘학생을 보호하는 것이 학교를 보호하는 길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러한 학생들을 다독거리고, 올바른 처우를 위해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위해서 많이 노력했다. 결국 그러한 학생들이 올바른 길로 돌아와서 사회적 성공을 이뤘을 때,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다.

 

재직 기간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무엇인가.

 

재직 기간 동안 통해 경험한 인상 깊었던 일들이라면,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만큼 많다. 그 중에서도 80년대 6.29선언이 있었던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난 13대 국회의원에 출마를 했고 당선됐다. 그때 당시 많은 도움을 준 본교 82학번 학생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 학생들은 당시 갖은 탄압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고 많은 지지를 보내줬다. 그래서 지금도 그 학생들과는 부자관계와 같이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한 학생들이 지금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서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로 가슴 뿌듯하다.


정년퇴임 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세 가지 정도의 계획을 갖고 있다. 첫 번째로, 관심분야인 역사에 대해 연구를 하고 싶다. 그 중 특히 고인돌 보호운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이다. 세계거석문화협회의 총재직을 맡고 있는 이상 북한에 존재하는 고인돌의 세계유산 지정과 남한의 고인돌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과 보호에 노력할 것이다. 두 번째로, 우리의 전통문화의 교육과 계승에 대한 활동을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리문화 아카데미’라는 조직을 구상하고 있다.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과 같은 여러 사회단체들과의 연계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과 보급에 대한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앞에서 말한, 사법행태론에 대한 연구이다. 다른 법학영역에 비해서 많은 연구와 발전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연구를 함께할 훌륭한 후학들과 함께 바람직한 법문화 정착에 일조하고 싶다.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신다면?

 

학생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진로가 너무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신분과 지위가 보장되는 분야로만 지원자가 몰리다 보면 사회적 에너지가 너무 한 쪽에만 편중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도전의식을 견지하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자신이 선택한 진로에 대한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 항상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자신 개인의 행복만 추구하는 행동은 옳지 않다. 나 혼자 잘 먹고, 편하게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자신의 진로와 직업이 갖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것을 추구하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사진 : 권미현 학생기자 crasysea@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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