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서두르지 마세요"

사람들은 불가시적인 것을 거대하거나 신비롭게, 혹은 무관심하게 바라본다. ‘경제란 보이지 않는 손과 같다’는 통설 속에도 그러한 태도가 담겨있기는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의 경제가 시장경제라면, 그 시장이란 ‘일상’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은 잘 모른다. 사실 우리가 쓰고 있는 ‘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개인의 일상’에서부터 출발했다. 18세기 후반의 고전적 자유주의 경제학에서 경제사회의 합리성을 파악하기 위한 이론적 전제로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를 제창한 것. 현대 경제학의 시초가 개인적 이익을 유일한 행동 동기로 삼는다는 인간유형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은 경제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조건임과 동시에 충분조건인, 지극히 일상적인 부분임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본교의 손정식(경금대·경제) 교수 역시 ‘생활 속 경제논리’를 강조해 오고 있다. 손 교수의 대표적 저서인 ‘소프트 경제원론’은 어려운 이론을 담아냈던 기존 경제원론 서적의 문제를 반성하는 데서 출발했다. 현재 손 교수가 맡고 있는 본교의 대단위 경제금융 강좌인 ‘매경-한양금융교육특강(이하 ‘매경’)’ 역시 그 연장선이다.

 

돈이란 ‘관리’와 ‘수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매경’강좌는 본교가 매일경제신문사와 산학협동 차원에서 협력해 시도한 사업이다. 이 강좌는 다양한 금융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금융문맹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고 있다. ‘매경’ 강좌의 특징은 학생들에게 돈 잘 버는 방법보다는 ‘재테크’라고도 불리는, 돈을 잘 관리하는 방법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풍요로운 인생을 설계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4백만 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자들 가운데 돈을 잘 관리하지 못해 불행의 나락으로 빠진 청년들이 상당히 많은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죠. 본교 학생들이 ‘매경’을 들으면서 대학시절에 금융을 알고자 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재테크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우려하는 경향도 있는데, 전 오히려 현 시점에선 너무 무관심한 것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돈을 잘 관리하게 위해선 잘 벌어들여야 함은 당연한 이치이다. 손 교수 역시 이점을 강조한다. 학생이 돈을 잘 관리할 금융지식을 얻는 데에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갖는 것은 금물이라고. 실제로 학비로 주식투자를 하거나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돈을 잘 버는 능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전공분야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손 교수는 충고한다.

 

재테크를 위한 필수적 기반, 경제학

 

   
 

경제학이 돈과 밀접한 학문인만큼 경제학도는 재테크에도 능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경제학은 재테크 기술을 가르치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학도들은 시장수요공급이론을 배우지만, 그것만으로는 돈을 벌기엔 충분치 않다.

 

“주식 재테크를 예로 들어보죠. 주식 재테크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래 주식가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강의실선 주식가격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원리를 배웁니다. 하지만 어느 때, 어느 주식의 가격이 상승할 것인지 또는 하락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일은 또 다른 학습과 연구를 통해서 터득해야 합니다. 다른 요소들이 무수하거든요. 경제원리를 가르치는 경제학 전공 교수들도 또 다른 학습과 연구’를 하지 않거나 못하기 때문에 재테크에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어요”

 

물론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재테크 면에서 앞서갈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재테크를 하고자 한다면 경제학적 지식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교수는 언제 어떤 요인이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더 학습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경제학 공부가 재테크의 필수적 기반은 될 수 있지만, 그것 자체가 재테크의 충분한 도구는 될 수 없는 것이다.

 

경제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끌어 가는 것

 

흔히들 경제란 ‘최고 상층부’의 사람들이 좌지우지 하는 것으로써 평범한 사람들에겐 불가항력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 상층부’의 대표격으로 정부를 드는데, 국민의 소득을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점유해 재분배할 공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인상된 담배세의 경우, 행정부는 흡연자들의 어떠한 동의도 없이 소득을 이전해서 원하는 곳에 지출하고 있다.

 

“흔히들 경제는 ‘윗사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을 하죠. 하지만 평범한 국민들은 ‘참여의 힘’이 있습니다. 자기가 희망하는 경제정책을 정강으로 내세우는 정당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투표함으로써 ‘상층부’의 경제정책에 힘을 싣거나 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정부가 경제정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언론이나 기업의 이해단체, NGO 등을 통한 여론의 견제를 받죠. 경제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복합적인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여론선도자(opinion leaders)’의 위치에 서게 된다. 언론계 기자, 대기업 임원, NGO, 학자, 교수 등 다양한 사회 지도계층으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가 참여로 만들어 지는 것임을 상기할 때, 경제가 올바르게 유지되기 위해선 이들이 경제마인드를 갖춰야 함은 당연지사. 이들이란 다름 아닌 우리들이다.

 

“경제마인드 가운데 하나를 예로 들어보면 비용과 효용의 원리에 입각한 사고방식입니다. 효용만을 본다거나 비용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함께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환경문제만 하더라도 여론선도자들이 비용만 본다거나 효용만 보는 시각을 가지게 되면 장기적으로 경제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여론선도자가 될 대학생들은 전공과 관계없이 경제적 마인드를 가져야 하고, 그것은 경제학 공부를 통해서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MIT 공과대학에 경제원론 강좌가 매학기 15반이나 개설되는 것은 공학도들도 경제적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 일겁니다”

 

“자신 속에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세요”

 

   
 

손 교수는 현재 경제상황이 청년실업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학생들이 취업에 관심을 갖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누구나 일을 통해서 자아와 꿈을 실현하고 인생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학년 때부터 취업걱정을 하며, 토익에 ‘목을 메는’것은 옳지 못하다고 조언한다.

 

“저학년부터 취업위주의 공부를 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는 감이 있습니다. 졸업 후 어떤 분야에 진출할 것인지는 고학년이 되어서야 보다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저학년들은 독서와 교양을 함양하는 공부를 많이 하면 좋겠네요. 그리고 졸업 후 직장에서 일을 하는 데 쓰일 도구인 외국어와 글쓰기 등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컴퓨터 활용능력을 키우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대다수의 대학생이 가지고 있는 경제학에 대한 인식은 재미없는 학문, 혹은 현실성이 없는 ‘탁상공론’이다. 경제학에 대한 그릇된 시각을 접할 때 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하는 손 교수. 실제로 비 경제학 전공생을 위해 ‘현실경제의 이해’ 강좌를 개설 해 놓고 있다. 경제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서는 손 교수의 모습에서 믿음이 느껴지는 만큼, 어려운 경제를 쉽게 알고자 하는 학생들은 손 교수의 강좌를 참고하면 좋을 듯싶다.


사진 : 김현곤 학생기자 ioi00ioi@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손정식 교수는 1965년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한국은행에 공채로 입사한 손 교수는 1972년 Univ of Hawaii에서 경제학 석사를, 1976년 Southern Methodist Univ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은 1977년에 본교에 경제학 교수로 부임한 손 교수는 ‘쉬운 경제학’으로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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