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캠퍼스, 장애학생 의견 적극 반영해 복지환경개선 중

 지난주 수요일 아침 9시 ‘컴퓨터구조’ 수업시간. 강의실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 교수의 입모양을 보고 열심히 수업을 듣는 이나리(정통대·정보통신 3) 양과 그녀 대신 강의 내용을 노트에 꼼꼼하게 필기하는 전주호(경영대·경영 3) 군이 눈에 띈다. 이 둘은 전군이 신청한 사회봉사단의 ‘청각 장애학생을 위한 대필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다. 이 양은 “대필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예전보다 강의 듣는 것이 훨신 수월해졌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이 양과 같은 장애 학생을 위해 복지시설과 도우미 프로그램까지 도입된 지금, 본교 장애학생들은 어떤 모습으로 ‘대학생활’을 누리고 있을까? 위클리한양에서는 지난 20일 ‘제 25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본교 장애학생들의 생활과 그들을 위한 시설 및 제도를 점검해봤다.

 

‘더불어 숲’을 아시나요

 

   
 

서울캠퍼스 백남학술정보관 일층에 자리 잡은 장애학생지원센터인 ‘더불어 숲’(이하 숲)은 2003년 4월 처음 문을 열었다. 장애 학생들의 열람실 및 휴식공간과 학습지원 능력까지 그야말로 장애학우들을 위한 ‘멀티플렉스’인 이곳은 현재 재학 중인 장애학생 30명 중 2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숲’의 창단을 누구보다 환영했던 박지효(전전컴 04년 졸) 군은 “‘숲’이 생기기 전에는 여름과 겨울에 긴 공간시간을 마땅히 쉴 공간이 없어 주로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등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숲’은 선배들의 장애학생 복지시설마련에 대한 꾸준한 요구와 학교 측의 적극적인 의견수렴을 통해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장애학우의 ‘멀티플렉스’ 공간인 ‘숲’인 만큼 그 역할 또한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숲’의 가장 큰 역할은 장애학우들의 목소리를 학교 측에 적극적으로 전달 해 주는 것. 앞서 언급한 ‘청각장애학생 대필 프로그램’이나 ‘장애학생 시설 보완’은 모두 ‘숲’을 통해 건의되었다. ‘숲’의 조종상(교무처·수업계) 행정조교는 “‘숲’은 저시력용 화면 확대 프로그램, 시각장애용 음성인식 및 지원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휠체어용 높낮이 조절 책상, 침대 겸용 쇼파와 전동 전신 마사지기, 냉장고, 정수기, 공기청정기, DVD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장애학생들의 이동과 도서대출, 학생복지위원회 및 장애인 봉사 동아리와의 활동 연계까지 장애학생들의 편의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숲’의 장애학생들은 이런 시설에 대해 대부분 만족하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시설에 대한 만족은 학업의지를 더욱 고무시키는 법. 그들은 학업에 대한 욕심도 많다. ‘숲’의 대표인 명재선(인문대·중어중문 3) 양은 “쉽지 않은 대학생활인 만큼, 회원 개개인들의 전공에 대한 애착은 굉장하다”며 “졸업 후, 중국관련 회사에 다니며 중국 정치학에 대한 공부도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뇌성마비로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학기 수강한 모든 과목에서 ‘A+’학점을 취득한 부대표 최광민(정통대·정보통신 3) 군은 “현재 전공 공부 외에 학술토론회 ‘Praxis’에 참여하고 있고, 전자전기컴퓨터 전공 회원들은 과 소모임 ‘바라미’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회원들이 이렇게 대학생활의 범위를 넓혀가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키워드는 ‘시설확충’과 ‘수업환경개선’

 

장애학우들의 학교생활에 도움을 주는 곳은 ‘숲’ 뿐만이 아니다. 본교 ‘시설과’는 장애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조기제(관리처·시설계) 씨는 “2001년도부터 장애학생들을 위한 기본 시설인 단대마다 엘리베이터, 경사로, 장애인 전용화장실, 전용주차공간, 장애인용 책상 등의 시설을 순차적으로 설치해왔다”며 “앞으로 증축되거나 개·보수 될 예정인 단대 건물은 엘리베이터를 반드시 설치 할 예정이며 다른 편의 시설도 확충계획”이라고 진행상황을 밝혔다. 또한 안산캠퍼스 박종림(총무관리처·시설계) 씨는 “기본 편의 시설은 물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학생의 보행유리를 위해 ‘횡단보도 턱 낮춤 공사’를 완료했다”며 앞으로도 장애학생 편의시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본교 학사과에서도 ‘수강신청’과 ‘강의실이용’면에서 장애학생들에게 우선순위를 적용하고 있다. 유연택(교무처·수업계) 계장은 “현재는 장애학생들의 수강신청을 먼저 받아주고 있고, 그들이 수업 듣는 모든 강의실은 가능하면 1층으로 배정하고 있다”며 “장애학우들은 일반 학생보다 시험 보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담당 교수에게 연락하여 별도의 장소에서 시간 여유를 주어 시험을 치르게 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양 캠퍼스, 장애학생들의 ‘풍요로운 대학생활’을 위해 노력해야

 

서울캠퍼스의 ‘더불어 숲’과 함께 안산캠퍼스도 백남학술관 1층에 장애학생 학습실을 마련해 현재 재학 중인 17명의 장애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안산캠퍼스는 2003년 장애학생 교육 지원 보고서 작성해 개선점 발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당시 평가위원장을 역임했던 김정룡(공학대·정보경영) 교수는 “조사 후, 강의실 뿐 아니라, 공공시설물인 컴퓨터실, 어학실, 미디어실 등까지 장애학생들이 편리하기 이용하도록 저층으로 옮길 계획안을 마련했다”며 “장애인도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캠퍼스가 진정한 선진캠퍼스”라고 말해 그들을 위한 환경개선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개선은 이런 시설 문제 뿐 아니라 제도적인 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사회복지와 사회정책’ 강의를 맡고 있는 임운택(사회대·사회) 강사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일시적’해결책이 아닌 ‘거시적’제도를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임 강사는 “장애학생이 필요로 한다면 학교는 학교 지원의 학생 도우미를 통해 도움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장애학생들에 대한 내용을 학칙 등으로 ‘정식 제도화’ 한다면 현재보다 그들과 더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본교 초대 장애인권위원회 집행부장으로써 2001년 당시 복지시설마련을 학교 측에 적극 건의했던 김관희(공과대·전전컴 3) 군은 “많은 발전이 있긴 했지만 아직 직녀관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아 장애학생들의 동아리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아쉬움을 표현하며 “장애학생이 들어온 뒤 그에 맞는 맞춤 복지시설을 제공해 주는 한양대이기보다, 모든 장애복지 시설을 갖춰놓고 어떤 장애를 가진 학생이든 입학 후 바로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한양대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4월 20일. 또 한번의 장애인의 날을 맞아 각종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철패의 날’로 개정하자는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는 연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년에 단 한번 장애인에게 물질적인 무언가를 제공하기 보다는 그들을 진정으로 정상인과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있도록 하기위해 장애인 시설과 정책에 대해 고민해보는 날로 그 의의를 새롭게 하자는 취지다. 장애학생들이 원하는 바는 일반학생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평등한 환경’에서 받는 ‘동등한 교육’이다.


심나영 학생기자 simna1209@ihanyang.ac.kr
유지혜 학생기자 jihae000@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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