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경영센터장 박재옥(생과대·의류) 교수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차이점은 뭘까? 순수미술에는 표현의 제약이 없다. 담고자 하는 메시지의 범위가 현실의 틀에 얽매여있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그 틀을 깨는 정도에 있어 월등한 자에게 ‘위대한’이란 호칭을 부여한다. 디자인은 다르다. 앉지 못할 의자나, 입고 다니지도 못할 옷을 디자인한 사람을 디자이너라고 부르진 않는다. 이처럼 디자인에는‘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사용자를 의식한 아름다움의 창조’란 의미가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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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로 인한 무한경쟁의 시대에선 웬만한 제품의 기술력은 이미 기본. 이젠 기술력 하나만으론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 있어 결정적 요소가 되지 못한다. 초점은 이제, 자사의 우수한 제품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어필 할 수 있는가에 모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 브랜드화는 전략의 핵심이다. 특히 디자인은 그 핵심의 원동력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대학가 역시 예외는 아닌 법. 본교의 박재옥(생활과학·의류) 교수는 서울캠퍼스 HIT내에 위치해 있는 디자인경영센터의 센터장을 맡아오면서 ‘한양’이라는 이름의 브랜드화를 추진해오고 있다. 그 밖에도 박 교수는 최근 한국의류학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한양의 브랜드화, 디자인과 경영의 결합
“흔히들 디자인을 말할 때 생산품의 비주얼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편견에 불과해요. 디자인이라는 것은 생산품이 나오는 과정을 모두 총칭하죠. 인간의 감성적인 측면, 창의적인 측면 외에도 모든 테크놀로지와의 접목이 포함돼 있습니다. 시장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경영의 접목이 새로운 디자인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람들이 디자인에 대해 너무 고정된 관념으로 바라보는 것을 탈피했으면 좋겠어요”
디자인에서 경영을 논하는 박 교수. 그 논제의 핵심은 브랜드화이다. 이는 본교의 디자인경영센터가 설립된 목적임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 IVY리그의 대학들은 브랜드화의 성공으로 홍보효과 외에도 학교의 로고가 새겨진 제품판매로부터 얻는 수익 역시 막대하다. 이러한 점은 본교 역시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박 교수는 말한다.
“이제는 대학도 브랜드화가 되지 않으면 안돼요. 한양이 갖고 있는 질적인 우수함을 시각화하는 작업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특히 신경 써야 할 점은 컨텐츠의 여러 가지 측면이 있지만 그 중에 무엇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다양한 해석으로 받아드린다는 거죠. 한양대학의 퀄러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곳이 이곳, 디자인경영센터입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대학도 산업이다’라는 언급에 대한 이야기가 구설수에 올랐었다. 대통령의 말이 타당하든 그렇지 못하던 간에 자주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 ‘교육개방물결’은 국내 대학의 경쟁력 배양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박 교수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의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인식시키는 노력 역시 경쟁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의류시장에 한국을 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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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있다 보면 정보교류의 차원에서나 산학 간의 연계 등을 통해 다양한 학회활동을 하게 됩니다. 2001년에 서울에서 있었던 세계의류학회 역시 그 일환으로 조직위원장을 했었죠. 프랑스 리옹에 이어서 두 번째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였는데, 굉장히 성공적이었어요. 그것을 사람들이 높게 평가해 준 듯합니다”
최근 한국의류학회의 회장으로 선출 된 박 교수는 자신에게 한국의 의류학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준 것 뿐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한국의류학회가 국내 최대 학회단체로써 한국 의류학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음을 미뤄볼 때, 박 교수 나름의 다짐은 특별해 보였다.
특히나 올해의 경우 의류시장에 있어 쿼터해제와 더불어 중국유통이 개방되는 등 전면적인 개방화가 이뤄진다. 이러한 세계화 추세는 한국 의류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한국은 섬유산업단계에서 패션산업단계로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팎으로 한국의 의류산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지금의 격동기에 한국의류학회의 회장을 맡게 된 박 교수로써는 어깨가 무겁다.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점은 의류산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제고입니다. 한국은 의류산업자체가 주력산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사실 우리나라 수출량에 있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더군다나 순수익도 높죠. 예를 들어 ‘IT제품’이 많은 수출량을 보이는 만큼 해외로 빠져나가는 로열티도 비례합니다. 하지만 의류제품은 그렇지 않아요. 이와 동시에 이미지의 시대, 자기표현의 시대에 발맞춰 21세기엔 패션이 생활에 큰 몫을 차지할게 될 겁니다. 그 부분을 한국이 놓쳐서는 안 되겠죠.”
동시에 박 교수는 의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미적 감각을 키워야한다고 말한다. 우수한 디자이너를 많이 배출해 내야 한국의 의류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게 됨은 당연지사. 특히나 경쟁의 개념이 세계로 확대된 만큼 우리의 눈높이를 넘어 밖을 바라다볼 줄 알아야 한다고. 박 교수는 의류학에 있어 패턴이나 디자인만이 아닌,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이 모든 것은 역시나, 한국의 의류산업에 대한 박 교수의 애정에서 비롯됐다.
“회원들이 의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산학 연구협동을 비롯해서 학계간의 연계와 국제 활동을 위한 전 세계와의 네트워킹 구축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학회장으로써 상징적인 측면 보다는 봉사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수행해 나갈 겁니다”
“옷이란 가장 효과적인 자기표현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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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라는 것은 단순히 신체를 보호하고 추위를 막아주는 물리적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21세기의 옷’이라는 것은 자기표현과 소통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옷으로 자기 자신을 포장한다는 막연한 생각은 하지 마세요. 비언어적이지만 자신을 말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언어가 옷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입고 있는 옷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평가절하를 받는 일은 없어야 되지 않겠어요?(웃음)”
박 교수는 옷 잘 입기의 판단 기준으로 O·T·P를 든다. 때(Occasion)와 시간(Time)과 장소(Place)에 맞게 입는 사람이 훌륭한 패션 감각을 지닌 사람이라고 말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중들 앞에서 서게 될 때는 신뢰를 주는 옷차림을 할 경우 내용의 부실함을 커버해준다는 보고도 있다. 옷을 자기 경쟁력 배양의 수단이라는 박 교수의 충고를 깊이 새기는 것도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될 수 있을 듯싶다.
올해도 본교에선 다채로운 국제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그 중에서 '2005 SEOUL International Clothing & Textiles Conference'는 한국의 의류산업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다양한 국적의 학자들이 참여하는 이번 학술대회에는 200여편의 논문과 의류산업의 현안과 관련된 Special Topic Sessions, 문화체험 워크숍, 한류 드라마 대장금의 의상을 시대적 배경에 따른 복식 해석과 더불어 보여줄 드라마 의상쇼가 열릴 예정이다. 박 교수는 동시에, 이번 계기로 한양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깨가 무겁다고 말하는 박 교수의 모습에서 얄밉지 않은 욕심쟁이의 모습을 본다.
사진 : 김현곤 학생기자 ioi00ioi@ihanyang.ac.kr
| 학력 및 약력
박재옥 교수는 1972년 이화여자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1975년 동대학원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1978년과 1979년 사이에 미국 뉴욕주립대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다시 의상디자인학 공부를 한 박 교수는 1981년 미국 드렉셀대 대학원에서 의상디자인 석사학위를, 1990년에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 대학원에서 패션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에 본교 생활과학대 의류학과 부교수로 부임한 박 교수는 생활과학대 학장을 거쳐 현재 의류학과 교수직과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의류학회장으로 선출되어 한국의류학의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 논문으로는 국내 26편, 국외 11편이 있으며 대표적 논문으로는 ‘한국의류수출산업의 교역특성과 수출전략에 관한 연구’, ‘노년층 여성의 의생활 의식에 관한 연구’등이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