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일정 취합해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통로 필요

얼마 전 교내 모 과의 소모임은 연극 공연을 끝마쳤다. 기획을 시작하고 연습을 마치기까지 몇 달 동안 준비한 공연이었다. 객석의 대다수 자리가 가득 찬데다가 관객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그러나 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저 많은 인원 동원하느라 고생했다”고 털어놓는다. 공연에 관계한 개인 마다 초대권 몇 장씩을 할당해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는 것. 지인들 중심으로 모인 관객이라 반응이 뜨거운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교내에서 이뤄지는 대다수 공연들이 처한 상황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학생들이 교내에서 준비돼 올라오는 공연들에 무관심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공연을 준비하는 많은 동아리의 관계자들은 홍보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학생들의 관심을 붙잡기에는 교내 홍보를 위한 채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연극 동아리 들꽃의 정재희(음대·피아노 3) 양은 “포스터가 주력 홍보 수단인데, 하루만 지나도 그 위를 덮어버리는 상업 광고들 때문에 홍보 효과를 장담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한마당에 광고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지만, 결국에는 아는 사람들을 초대하는 초대장 배부에 의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무분별한 광고의 범람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현재 게시판 관리제도가 홍보의 걸림돌 중 하나라는 것. 하지만 총학생회 측은 게시판 관리 문제에 난색을 표했다. 총학생회 대외협력부장 김영훈(사회대·신문방송 3) 군은 “게시판은 한 곳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각 단대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게시판을 각자 관리하고 있다. 총학생회 차원에서의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일원화 되지 못한 게시판 관리 주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 번 동문회 행사와 관련해 여기저기 마구 나붙는 홍보 포스터 때문에 총학생회가 여러 관계 부처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으나 소용이 없었던 예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김 군은 이 문제를 진단한다. 학교 측도 게시판을 유리벽으로 막아놓고 관리하는 형태로 바꾸자는 최근 동아리 연합회의 요청에 “바꾸려면 한꺼번에 다 바꾸자”는 태도를 보여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내 공연문화가 ‘우리 집 잔치’에 그치는 것은 공연일정을 관리해주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주의 공연을 장소와 시간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보여주는 매체가 필요하다는 것. 지금처럼 각 공연 홍보팀이 자기네 공연만 각자 홍보하다보면 홍보포스터 위에 다른 홍보포스터가 덧붙여지는 식의 자기 살 깎아 먹기가 성행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교내 공연 일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은 각 과를 대표하고 있는 총학생회나 각 동아리를 대표하고 있는 동아리 연합회 양 쪽 모두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리 연합회 사무국장 양종희(경금대·경제금융 3) 군은 “지원을 필요로 해 각 동아리가 동아리 연합회에 협조를 요청해 오지 않으면 세부적인 일정은 알 수가 없다. 다만, 각 동아리가 연초에 제출하는 연간 활동 계획서를 통해 필요하면 찾아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학생들이 게시판이나 인터넷 공지사항을 통해, 보고 싶은 공연을 고르고 시간에 맞춰 찾아가는 청사진은 나올 수 없는 셈이다.

 

박정돈(정보통신처·인터넷전략팀) 팀장은 “공연 일정 정보를 취합해 올 수 있는 주체만 있다면, 학교 메인 홈페이지 첫 페이지에 매주 공지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각 공연들의 안내 순서를 정해주고, 꾸준히 정보를 취합해주는 등 관리팀이 매 번 겪는 몇 가지 문제점만 해결해 준다면 공지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 그런 전제가 없으면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서, 공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나서서 일정을 취합하고 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교내에서 이뤄지는 각종 공연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학우들은 학교에서 개최되는 공연 이래봐야 종류도 적고, 그마저도 가뭄에 콩 나듯 하리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공연을 전문적으로 준비하는 동아리들 숫자만 줄잡아도 열댓 개 이상이며, 무용과나 의류학과, 연극영화학과 등 학문 특성상 공연을 자주하는 과도 여럿 된다. 이들이 만드는 공연은 연간 50여회는 될 것으로 추정된다. 안산캠퍼스까지 합치면 100여회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양대만의 대학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시초는 공연문화의 활성화라고 입을 모은다. 1백여 개의 공연이 한양대만의 문화로 발전되는 길. 그것은 무엇보다도 ‘행동’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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