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직접 만든 '창조적 대학 문화'에서 큰 의미 찾아
본교 동아리 연합회 소속 단체인 ‘지하공작소’가 ‘대학생 뮤직 페스티벌+튜토리얼 행사=사운드 페어 2005’라는 새로운 대학 문화 공식을 탄생시켰다. 지난 18일 오후 5시, 전국 대학 음악동아리 10개 팀과 프로 뮤지션의 참여 속에 진행된 ‘사운드 페어 2005’는 장장 6시간 동안 본교 노천극장을 젊음의 열기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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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1905’팀의 여성보컬의 시원한 음색이 돋보이는 ‘지워’라는 곡으로 시작된 사운드 페어의 큰 특징은 전국 대학에서 두 번의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음악동아리 10팀 모두 그들의 ‘창작곡’을 선보였다는 것. 이것은 ‘대학생들이 능동적으로 만드는 우리들의 대학 문화’라는 행사취지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총 1천만 원의 상금이 걸린 ‘사운드 페어’의 1등을 거머쥔 팀은 신나는 펑키 음악인 ‘OTL’와 스레쉬 메탈 곡인 ‘Metallica-Fuel’을 불러 관객을 사로잡은 한국항공대의 ‘활주로’였다. 이 팀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박 수군은 “공연 중에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르지 않고 관중들과 호흡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준비했다”며 “이런 무대매너를 심사위원들이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외에도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여성 보컬의 강한 카리스마가 인상적이었던 건국대 ‘OXEN’과 2부의 막을 올렸던 중앙대 ‘블루드레곤’이 2등을, 서강대 ‘KINSECHS’와 원광대 ‘SPHINX’가 3등을 차지해 행사의 영광을 안았다. 또한 본선에 오른 본교 음악동아리 ‘소리로 크는 나무’ 역시 락 발라드 곡으로 학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첫 회인 탓에 홍보 부족으로 공연장을 찾은 관객 수는 기대보다 적었지만, 공연의 질 만큼은 성공적 이였다는 것이 관람객들의 평이다. 홍익대의 ‘서브스텐셜’팀을 응원하러 온 유은진(음대·작곡 2) 양은 “우리 학교 축제에서 타 학교 음악밴드들이 이렇게 멋진 공연을 선보여 주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며 “열정적으로 베이스를 연주하는 친구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또한 본교 락 동아리 회원이라는 박재환(공과대·기계 1) 군은 “대학 밴드들의 쟁쟁한 실력을 직접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며 “열심히 연습해 내년에 개최될 2회 사운드 페어에는 동아리 친구들과 직접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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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운드 페어 2005’는 대학팀 외에도 행사를 축하하는 프로뮤지션들의 공연으로 그 열기가 후끈 달아 올랐다. 1부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노브레인의 공연에 관중들은 무대까지 올라가 손을 흔들며 화답했고, 2부가 끝난 후에도 ‘이한철 밴드’와 ‘울트라 컨디션’,‘머머스 룸’,‘올드피쉬’ 등 인디밴드들이 연이어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축하 공연에 더해, 이번 행사의 심사위원을 역임했던 이한철 씨는 “몇몇 수준급인 곡이 눈에 띄긴 했지만, 아마추어 대학동아리 그룹이라 참신성과 무대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현장성을 중시했다”고 심사 기준을 밝힌 뒤, “새로운 음악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이런 큰 무대를 만든 대학생들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여건이 좋지 않더라도 열정을 잃지 말고 꾸준히 이런 행사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운드 페어는 18일 공연에 앞서 열렸던 세 번의 튜토리얼 행사를 통해 사실상 그 첫 걸음을 내딛었다. 대학생과 젊은 문화, 재즈와 대중음악, 한국의 인디문화 등의 주제로 열린 이 강의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학생들과 함께 음악과 공연 문화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사운드 페어의 기획을 맡은 최희두(공과대·전전컴 3)군은 “‘fair’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음악 공연에 더해 ‘튜토리얼’ 시간을 가져 폭넓은 지식과 유연한 마인드를 배울 수 있는 대학문화를 창조하고 싶었다”며 이에 더해 “쇠퇴하고 있는 음악 동아리 문화가 이번 기회를 통해 활성화 되고, 각 대학 동아리 밴드의 교류에 큰 몫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지 역시 ‘사운드 페어’의 성공적인 개최에 큰 역할을 했다. 김계곤(학생처·학생지원과) 과장은 “순수 대학문화인 ‘사운드 페어’가 올해 학생지원과 방향인 ‘한류(漢流)’의 문화활동 지원 성격과 부합된다고 판단해 행정·재정적인 면에 많은 도움을 줬다”며 “그러나 참여 학생이 적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한 뒤, “행사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행사를 주최한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져 홍보 문제 등 보안점을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다가오는 9월, ‘사운드 페어 2005’는 그 두 번째 막을 올릴 예정이다. ‘지하공작소’ 회원들은 5개의 수상팀의 공연에 더불어 20여개의 언더와 메이저급, 비주류 뮤지션 등이 참가해 ‘음악 축제’ 분위기를 한층 가미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그동안 일회성으로 진행되고, 아마추어 형식을 벗어나지 못한 대학 음악 문화가 ‘사운드 페어’를 통해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프로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생의 손에서 직접 창조되는 ‘새로운 대학문화’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꾸밈없이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