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인의 커닝 실태 이모저모
내일 시험을 보는 당신. 오늘 밤을 새면 공부를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단단히 마음을 잡고 중앙도서관 책상 앞에 앉았다. 하지만 밀려오는 노곤함에 굳게 펜을 다잡은 손은 어느새 스르르 풀리고 당신은 꿈나라로 향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허리가 아파 잠을 깬 후 시계를 보니 시험을 보기 30분전이다. 순간 당신의 심장은 요동을 치고 머릿속 뇌는 명쾌한 해답을 원한다. 그리곤 스스로에게 묻는다. ‘커닝, 해? 말어?’
커닝, 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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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라면 한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상황. 하지만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커닝을 하는지에 대해선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본교의 커닝실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심증’을 확인시켰다. 바로 동아리연합회 종교분과에서 커닝에 관한 설문조사가 실시한 것. 지난 4월 13일과 14일, 양일 동안 4개의 대단위 교양강의(대학생과 청년문화, 인간과 윤리적 삶, 기독교와 현대사회, 불멸의 철학자들) 수강생 4백4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동아리연합회 종교분과장을 맡고 있는 곽제하(경금대·경제금융 3) 군은 이번 설문조사에 대해 “조사 결과 과반수가 넘는 학생들이 커닝을 해봤다고 답함으로써 고등학교 때보다 커닝 문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커닝문화’의 현주소를 말했다.
학년별로도 커닝 실태가 다르게 나왔다. 본교 1학년의 경우 47.7퍼센트가, 4학년은 60퍼센트가 커닝을 해봤다고 응답해 고학년으로 갈수록 커닝 경험 수치가 올라갔다. 하지만 저학년(1, 2학년)의 경우 대학에서 시험을 경험해 본 적이 없거나 적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과반수의 학생들이 커닝 경험을 밝혀 저학년의 커닝 실태가 ‘남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곽제하 군은 “저학년의 경우 중, 고등학교 때부터 커닝을 해온 습관이 대학 진학 후에도 관성으로 유지되는 것이 주 요인인 듯 하다”며 한국의 교육체계의 문제점 중 하나로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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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상대적으로 전공수업의 비중이 덜한 저학년일수록 단순한 커닝으로 인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우정민(경영대·경영 1) 군은 “1학년 같은 경우엔 공부량과 성적이 비례하는 전공과목이 적고 교양수업이 위주기 때문에 커닝으로 성적을 올리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소동윤(공과대·신소재 4) 군도 같은 지적이다. 소 군은 “전공수업의 경우 커닝만으로 시험을 잘 칠 수 있는 ‘저레벨’의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며 “교양수업 같은 경우엔 충분히 커닝으로 성적을 잘 받을 수가 있다”고 말해 교양과목에 대한 커닝방지 대책이 시급함을 알렸다.
하지만 본교만이 유달리 커닝 실태가 남 다른 것은 아니다. 종교분과에서 제공한 전국 대학생 커닝 실태조사(조사기간: 2005. 5. 10~2005. 5. 19)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활 중 커닝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54개 대학 4964명의 응답자 가운데 2259명이 ‘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응답자 중 46퍼센트로 절반에 해당되는 적지 않는 수치다. 이번 본교의 설문조사는 한국 대학생의 ‘커닝 일상’에 대한 단순한 동일 해석에 불과할 수도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커닝, ‘인터넷 짜집기’
시험 칠 때 답을 훔쳐보는 것만이 커닝이 아니다. 최근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리포트를 자신의 생각이 아닌 ‘인터넷 짜깁기’로 작성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주제에 대한 리포트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학생들에게 돈을 받고 파는 ‘리포트 전문 매매 사이트’가 성행임은 이미 진부한 이야기다. 평소 인터넷 짜깁기를 자주 한다는 사회대의 박 모군은 “교수가 과제를 내주면 대학리포트에서 다운을 받아 제출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군은 “대학별로 다운로드 받은 횟수가 표시되기 때문에 다른 한양대 학생이 다운로드 했을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그래도 불안할 경우엔 관련 리포트를 세, 네 개 다운받아 짜깁기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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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고도화 되는 ‘짜깁기 수법’에도 불구하고 리포트를 평가하는 교수들은 어느 정도는 판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노종희(사범대·교육) 교수는 “대충 읽어보면 학생의견인지 아닌지가 글의 전개방식에서 구분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정 민(인문대·국어국문) 교수도 “남의 논리대로 짜깁기를 한 경우엔 글의 논리구조에 있어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짜깁기의 한계를 지적했다.
물론 모든 책임을 학생에게만 전가 시킬 수는 없다. ‘베끼기 문화’는 대학문화 이전에 한국 학술계의 고질적인 병폐이기 때문이다. 노종희 교수는 “‘도덕불감증’은 모든 사람의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노 교수는 “여러 사람들이 어렵게 만든 연구 성과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가져다 쓰는 행태가 일반화 돼있는 현 분위기에서 학생들만을 질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며 베끼기 문화는 사회 전반적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노력으로 어느 정도 자체해결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과제를 내는 교수의 노력이 병행될 경우 상당부분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민 교수는 “질문 방식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질문의 방식이 기존의 정보 수집만을 요구했기 때문에 짜깁기도 수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창의성을 유도할 수 있는 질문을 교수가 해야 학생들도 리포트를 ‘정성껏’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노종희 교수도 같은 생각이다. 노 교수는 “학생들의 생각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꾸준히 개발해 나가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개개인의 양심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교수 및 학교 당국이 실질적인 노력을 함께 해 나아가 한다“고 말했다.
커닝을 할 경우 유기정학 사유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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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짜깁기’에 대한 해법으로 양심 외적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접근을 해나갈 수 있듯이 커닝 역시 실질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종교분과장 곽제하 군은 본교의 처벌 규정을 현실적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 본교의 학칙에 따르면 커닝을 할 경우 유기정학을 받도록 돼있는데 직접 적용시키기엔 막연해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것이다.
동시에 곽 군은 “시험 감독을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관의 수를 늘리고 감독관이 커닝을 하는 학생을 적발할 경우 과감히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종교분과의 설문 조사 중 시험감독에 대해 묻는 항목(05학번 제외)에서 ‘부정행위제재를 하지 않아 불만이 있다’가 29퍼센트, ‘불만은 아니나 수위문제에 이견이 있다’가 25퍼센트로 나타나 많은 학생이 현 시험감독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전국 대학생 커닝 실태조사에서도 ‘객관적으로 처벌한다면 커닝을 하겠냐’는 질문에 77퍼센트가 ‘하지 않겠다’, 18퍼센트가 ‘되도록 안 하겠다’고 답해 시험감독관 제도 강화가 커닝예방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차례 시험감독을 해봤다는 배준호(전자통신전파 석사과정) 군은 “시험을 치는 인원수가 많을 경우 감독이 어려워 커닝을 해도 확실하게 분간해 내기가 어렵다”고 말하며 “감독관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시험 치는 학생과 같은 단대일 경우 친분관계가 있어 눈감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커닝은 엄연히 ‘대학문화’
대학생활에서 커닝이나 ‘인터넷 짜깁기’만큼 양심과 관련된 사안은 드물 것이다. 커닝을 가리켜 대표적인 ‘대학문화’ 중 하나라고 회자되는 이유도 문제의 내면엔 구성원 개개인의 동의와 의지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엔 성적을 중시하고, 그릇된 경쟁을 부추기는 한국 교육 체제의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한양’이란 울타리 안에서 같이 교육받고 평가받는 이상, 본교만의 교육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확실하다. 이를 위해선 의식 제고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 정비와 교육 커리큘럼 개발도 병행돼야 한다. 이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 학교 당국도 적극적으로 참여 할 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커닝추방엔 사각지대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