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버드송(사범대·영어교육) 전임강사

언제부턴가 캠퍼스에 장갑을 낀 손으로 쓰레기봉투를 들고 학교 이곳저곳을 청소하는 외국인이 등장했다. 커다란 덩치로 묵묵히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그를 향한 학생들의 눈길에는 의아함이 가득하다. 그러나 파란 눈의 남자에게 다가가 선뜻 말을 건네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 그는 도대체 날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보다 나은 한양, 그리고 나아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쓰레기봉투를 들고 캠퍼스를 찾았다는 티모시 버드송(사범대·영어교육) 교수를 위클리 한양에서 만나봤다.

 

   
 

한국에 온지는 얼마나 됐나? 한양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내가 한국에 처음 온 것은 3년 전이다. 러시아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한국에 오게 됐다. 어느 날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홍익인간’이라는 이념에 관한 글을 읽고 상당히 흥미롭다고 느꼈다. 그것이 내가 한국에 온 이유는 아니지만, 내가 한국행을 결정하는데 큰 요소로 작용했던 것 같다. 한양대학교와 인연을 맺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다. 그러나 ‘사랑의 실천’이라는 학교의 이념에 끌려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 말하다 보니 내가 마치 이념주의자 같다(웃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한양대의 교훈이 무척 마음에 든다. 다들 그렇지 않나?


한국어를 배운 적이 있나? 한국어 실력이 궁금하다.

 

불행히도 한국말은 할 줄 모른다. 문법이 너무 복잡하고 발음도 어렵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 강사이므로 한국말을 몰라도 사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한국어는 아주 과학적인 문자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두 언어는 크게 다르다. 따라서 한국인이 느끼는 영어공부에 대한 어려움 역시 다른 서구 국가 국민들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인들의 뛰어난 집념과 우수함은 그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집념이 약한가보다(웃음). 기회가 된다면 배우려는 노력은 해보겠다.


매일 캠퍼스 내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그렇다. 나는 날마다 캠퍼스에서 버려진 빈 병과 담배꽁초들을 줍는다. 그래서 청소 아주머니들이 나를 무척 좋아한다(웃음). 내가 이런 일을 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와 목적의식이 있다. 넓게 말하면 ‘홍익인간’의 실현이다. 홍익인간은 단군 이래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한국 정치·교육의 최고 이념으로, 한국 민족정신의 핵심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나부터 이러한 홍익인간 사상을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쓰레기 줍기를 시작하게 됐다. 다른 학교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한양대의 학생들은 캠퍼스를 모두 자신의 재떨이나 쓰레기통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쓰레기를 의식하며 캠퍼스를 둘러보라. 여기저기 할 것 없이 널려있는 쓰레기들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쓰레기를 줍는 것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많은 일들 중의 하나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 나의 왼쪽, 오른쪽을 살피며 남을 의식하기 전에 내가 먼저 생각하고, 마음먹고, 실천할 줄 알아야 한다.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이 시대 학생들의 최종목표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듯 하다. 따라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주위를 둘러보거나 남을 배려하는 여유를 배우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사랑을 주는 동시에, 기본적인 인간 윤리와 더불어 사는 법에 대해 가르쳐 줄 의무가 있다. 나는 쓰레기를 줍는 내 모습을 내 딸이 보고 배우기 바란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달라진 세상이라는 멋진 결과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너무 쉬운 일이다.

 

한국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각이 궁금하다.

 

   
 

한국인들은 뛰어난 일체감을 자랑하는 열정적인 민족이다. 나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시청 앞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의 물결 속에서 그것을 느꼈다. 외국인인 나는 그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으며, 나아가 그 힘에 매료되고 동화돼 한국인과 같은 마음으로 한국을 응원했다. 한국인은 그런 민족이다. 내 나라인 미국에서는 전체가 하나가 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가능하다. 한국인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서로 즐겁게 소통하고 따뜻하게 대화하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힘쓰는 모습을 모두 함께 보여준다면, 그 아름다운 힘이 옆 나라인 일본과 중국으로 퍼져나가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게 될 것이며, 이러한 힘의 연속적 확장이 결국에는 한층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나는 이 모든 놀라운 변화의 시작을 한양이 주도하길 바란다. 쓰레기 줍기는 그 시작의 많은 방법들 중 하나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다시 말하지만, 나는 한양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 우리 모두는 각자,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것 이외에도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내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그를 위한 행동을 시작한다면, 그러한 나의 행동은 주위 사람들의 귀감이 될 것이며, 나아가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일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도미노처럼 퍼져 한양 전체가 이 아름다운 힘에 휩싸인다면, 그 힘의 바이러스는 곧 다른 대학들로 퍼져 나갈 것이며, 결국 대한민국 전체가 그렇게 될 것이다. 거창하게 들리나? 절대 그렇지 않다. 나는 이런 나의 생각과 행동이 유행처럼 퍼져나가길 바란다. 혹은 또 다른 누군가가 이런 일을 시작함으로써, 모두를 선도해 나가는 바탕을 만들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홍익인간’이라는 이념을 매개로 하여 연결될 수 있는, 강하고 아름다운 휴먼 네트워크를 구현해야 한다. 모든 일은 절대 생각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생각은 누구나 하는 추상적인 사고일 뿐이다. 마음이 중요하다면 행동은 필수다. 나부터 사랑을 실천을 행동으로 발현하는 한양인이 돼보자.


사진 : 김현곤 사진기자 ioi00ioi@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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