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부족, 총체적 시스템 미흡은 여전
본교 홈페이지 우측의 배너 중 두 번째. ‘한양사랑, 한양 발전기금 기부’라고 새겨져 있다. 클릭해서 따라가 보자. ‘발전기금’이라고 새겨있는 파란 박스위에 수화기를 들고 있는 문양이 디자인 되어 있고 그 아래에 ARS번호 10자리가 보인다. 호기심을 느낀 사람은 전화를 걸어 봐도 좋다. 다음달 통화비 내역에 ‘한양 발전기금 2000원 납부’가 찍혀도 무방하다면 말이다.
소액다수기부, 가장 바람직한 기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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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외에도 계좌이체, 신용카드, 무통장입금으로 자신의 애교심을 확인시킬 수 있다. 하지만 ARS가 가지는 의미는 다른 세 가지 경로와는 차별된다. 큰 액수도 아닌 하루에 한번, 한통의 전화로 2000원이란 소액을 납부하면 되기에 더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애교심을 발현하는데 있어 이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는 평이다. 기부문화연구소소장을 역임중인 예종석(경영대·경영) 교수는 “가장 바람직한 기부문화는 소액다수 기부문화다”라며 “그만큼 참여의 폭이 넓기에 공감대를 높일 수가 있고 학교의 애교심과 응집력을 고취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상에서 나눌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로 대변되는 기부의 일반적인 의미를 애교심과 가장 잘 결합시킨 것이 전화 한 통화를 통한 ‘2000원’인 셈이다.
그런 소액기부금제 배너가 본교 홈페이지에 나타난 시점은 작년 6월 중순. 1년이 조금 넘은 지금, 소액기부금제의 성과는 어느 정도를 보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조하다. 실행 초기엔 ‘반짝’했다가 지금은 흐지부지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배영(기획조정처·발전협력팀) 씨는 “현재 기부금을 내는 사람들 다수가 교직원에 머물고 있다”고 말하며 “동문의 참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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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기부는 본교 기부문화의 작은 줄기일 뿐
소액기부금제의 성과가 저조한 이유로는 홍보부족을 꼽을 수 있다. 소액기부가 가질 수 있는 의미에 대해 동문들의 인식과 관심이 저조해 그 역량을 충분히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발전협력팀에 재직하면서 직접 소액기부금제 온라인 서비스를 추진했던 공노식(총무관리처·총무인사계) 계장은 “시행 된지 1년이 지났지만 운영방식과 본교의 홍보력은 큰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에서 예종석 교수가 지적한 대로 소액기부는 다수참여를 통해 본교의 응집력과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교의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 미흡과 홍보부족으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문제점을 짚어나가는데 있어 소액기부금제라는 하나의 카드만 꺼내들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소액기부금제는 본교의 발전기금 운영이란 큰 줄기에서 뻗어 나온 작은 가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나로 집중된 시스템 구축 시급
본교의 발전기금 형성이 원활하지 못한 이유로 총체적인 로드맵 부재와 기부를 한 동문을 위한 예우 부족 지적이 있어왔다. 특히 발전기금시스템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는 '집중력'이 시급하다는 의견은 본교만의 기부문화 정립에 있어 핵심에 해당한다. 발전기금이 각 단대별로 갹출되는 형식을 띄고 있어 단일한 시스템 내에서의 일괄적인 추진력이 부족해져 ‘발전기금 분위기’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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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동문들의 관심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동문들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온 것은 분명한 사실. 곳곳에서 발전기금을 요구하다보니 역량이 분산 돼버려 본교 발전에 있어 중요한 사안을 위한 동문들의 관심은 ‘티’가 덜 나게 돼버린 요소도 분명히 있다. 이 경우 오히려 본교의 애교심을 교외적인 사안에서 볼 때 실제보다 못하게 평가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 밖에 홍보가 미흡하다는 의견은 이미 ‘고전’이다. 하지만 홍보 이전에 일괄된 시스템 구축 마련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체계적으로 잡혀있지 않는 상태에서 활발한 홍보를 할 경우 자칫 ‘빚 좋은 개살구’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교 70주년 앞두고 청사진 구상 중
미국 대학의 경우, 한 동문이 졸업한 순간부터 전 일생에 거쳐 기부를 얻고자하는 노력이 상당하다. 오래전부터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학생수가 감소하자 대학의 재정확보를 위해 발전기금이 필수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 역시 발전기금만이 입학정원의 감소와 교육 영역의 글로벌 경쟁화로 회자되는 오늘날에, 대학의 재정 및 잠재력 배양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
본교도 발전기금 확보를 위해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독특한 기금 조성 상품들을 내놓으면서 적극적인 기부금 조성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시점에서 개교 70주년을 앞두고 발전기금 조성사업에 관련된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 및 구축을 진행 중에 있다는 발전협력팀의 한 관계자의 언급은 주목된다. 한양만의 기부문화 구축에 있어 청신호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봐도 됨직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