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학술정보관의 산증인 최 준 사서장
우공이산이란, 중국의 우공(愚公)이라는 사람과 그의 가족이 외지와의 소통을 막고 있는 산을 옮긴 일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공을 남들은 미련하다고 비웃었지만, 산신령은 우공의 꾸준한 노력과 굽히지 않는 정성을 알고 우공의 뜻을 이뤄지게 했다는 데서 비롯된 고사성어로,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언젠가는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는 뜻이다. 한양에도 이런 우공이 있다. 바로 본교에 35년 동안 재직하며 구중앙도서관을 백남학술정보관으로 탈바꿈시킨 최준 사서장 그 장본인이다. 최 사서장은 한양의 역사상 가장 큰 사업 중의 하나로 기록된 백남학술정보관 개관의 공로자로 올해 정년퇴임을 맞는다. 위클리한양에서 도서관의 역사를 새로 쓴 최 사서장을 만나봤다.
35년 간의 교직원 생활을 마치고, 올해로 정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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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구중앙도서관에서 사서로 시작해서 지금 백남학술정보관 사서장까지 외형적으로나 내적으로나 격세지감을 느낀다. 처음 도서관 사서가 됐을 때, 도서관 직원은 20명 남짓으로 야유회를 가면 가족야유회를 온 듯했다. 보통 사람들에게 도서관 사서라고하면 시원한 도서관 한쪽에 앉아서 책만 보는 줄 아닌데 당시에는 사실상 막일꾼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학생자원봉사나 시급을 지급하며 책 정리를 하지만, 그때는 방학이 되면 이용률이 낮은 도서나 책 정리를 위해 직접 지게를 메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도서관을 올라 다녔다. 용역회사 직원들을 부르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고, 그저 주어진 일은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겉으론 깔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 같아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작업들이 참 많다.
대학의 심장부인 도서관을 옮기는 엄청난 일을 했다. 개관 후 타태학 도서관 관계자들에게 굉장히 주목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기존 도서관이 갖고 있었던 문제점을 분석해 이용자 중심의 최첨단 대학도서관을 구현하려 했다. 특히 ‘라스’라는 도서관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타대학과는 견줄 수 없는 정보화 체계를 구축했다. 그래서 개관 후 외부로부터 수많은 방문 및 견학요청을 받았고 많은 대학도서관이 우리 학술정보관을 벤치마킹해 갔다. 또 지난 2002년에는 주제전문서비스를 시도해, 이용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코자 했다. 그 당시 이 방식은 다른 대학보다 앞선 방식이었고,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다.
무엇보다 도서관을 학술정보관으로 변모시키며, 정보화 시대와 발걸음을 같이 했는데.
정보화 시대에 도서관의 기능이 ‘정보화’로 초점이 맞혀지는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정보를 갖는 모든 자료 즉, 도서를 비롯한 각종 멀티미디어자료, 전자 자료를 총괄하는 모든 정보를 구축해 정보관 내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계획했고, 기획 당시 전체 건물의 절반을 멀티미디어 공간으로 배정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과감한 결정이었기 때문에, 승인되지 않아 최종적으로 지금의 공간·정도로 결정됐다. 현재 멀티미디어 자료에 대한 수요와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컨텐츠 공간은 협소한 상황에서 매우 안타까운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학술정보관 내 멀티미디어와 컨텐츠 공간 확대를 추진하고 있던 도중, 퇴직으로 마치지 못해 아쉬워한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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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학술정보관은 전자컨텐츠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로 학술정보관 이용 상황을 보면, 도서 대출·반납 서비스 대비 온라인컨텐츠 서비스 비율이 3대 7 정도로 월등히 전자 정보에 대한 이용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전자 정보에 대한 서비스 욕구를 해소하고자 지하 열람실 가운데 하나를 최신 멀티미디어 공간으로 변모할 계획을 세웠다. 소규모 그룹프로젝트가 가능한 방들을 만들어 각 방에 컴퓨터와 빔을 설치해 팀 레포트 작업이나 발표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했다. 도서관을 독서실이 아닌 학술정보를 얻고 그것을 활용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열람실 건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의 의견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의견 조정 중에 있다. 정보관을 만들고자 했던 뜻을 다 이루지 못해 아쉽지만, 남아 계신 선생님들이 잘 해 주실 거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백남학술정보관 사서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98년 준공과 개관 즈음, 우리나라에 IMF가 터져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 김종량 총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제 본 학술정보관은 한양인의 것만이 아니라 성동·광진 우수중소기업과의 도서공유 사업, 사랑한대 책나누기 사업 등을 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숨쉬는 공간이 됐다. 앞으로도 백남학술정보관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선도했으면 한다. 또 한양의 학생들은 대학의 심장인 학술정보관을 더 활용하고 아끼고 서비스나 자료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사서들에게 얘기해 주길 바란다. 그것이 우리 학술정보관이 발전하는 길이다.
사진: 이수정 사진기자 feeler2020@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