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융합학부 박은일 교수

ICT융합학부 박은일 교수가 한국연구재단과 엘스비어가 공동 주최한 ‘2017 올해의 신진 연구자상’을 수상했다. 이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잠재력은 물론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연구자로 인정받았다. 특히 박 교수는 공학적 연구 방법과 인문사회학적 연구 방법을 접목시켜 신진 연구자로서의 도전적인 탐구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 ICT융합학부 박은일 교수

ERICA의 ‘막내 교수’에서 ‘올해의 신진 연구자’로


한양대학교 ICT융합학부는 젊은 교수진들이 대거 포진한 신생 학부다. 그중에서도 가장 젊은 박은일 교수(31세)가 지난해 ‘올해의 신진 연구자’ 7인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올해의 신진 연구자는 한국연구재단과 세계적인 학술연구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가 학술적 성과가 우수한 연구자를 조기 발굴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자 2017년 처음 제정한 상이다. 대상은 국내 연구자 중 최근 10년 이내 국제 학술지(엘스비어의 우수 학술 논문 데이터베이스인 SCOPUS 기준)에 처음 논문을 발표한 39세 이하 젊은 연구자들로, 학술 연구논문 피인용 실적을 다각도로 분석해 선정한다.
첫 시상식이 열린 지난해에는 이공 분야 5명, 인문사회 분야 2명이 올해의 신진 연구자로 뽑혔다. 이 중 박 교수는 인문사회 분야를 대표하는 연구자로 선정됐다. 사용자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상호작용 및 혁신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현재까지 국제 학술 논문 77편을 게재하고, 512회의 피인용 실적을 기록해 연구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공학박사인 자신이 인문사회 분야 수상자로 선정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박은일 교수.
“제 전공 분야가 전통적인 인문사회 분야가 아닌데 제가 받아도 되는 상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분야별 장벽이 높았는데, 최근에는 공학과 사회과학 방법론을 융합한 제 연구를 인문사회 분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 교수의 논문은 특히 다른 연구자들에게 피인용되는 건수가 높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국제 학술지 발표 건수가 많아 국내뿐만 아니라 최근 급속한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 동남아 연구자들에게 많이 인용되고 있다. 이는 박은일 교수의 연구가 국내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정보통신기술) 사용자들의 특별한 현상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ICT 트렌드를 선도하는 우리나라가 시험 무대 역할을 하다 보니 국내 현상에서 미래를 예측하려는 글로벌 연구자들이 많은 것이다.

 

연구의 핵심 키워드는 ‘사용자’와 ‘데이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몇 해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소셜 게임 ‘애니팡’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연구다. 그의 박사과정 시절 지도교수인 엄재용(Jay Ohm)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한 이 연구는 2014년 논문이 게재된 후부터 지금까지 110회가 넘는 피인용 횟수를 보일 정도로 그의 연구 중에 가장 인기 있는 연구로 여겨진다. 단순히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에 성공했을까. 아니면 소셜 게임이라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주효했을까. 분석 결과 사회적 관계의 유용성, 즉 지인들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표출하고 인간관계를 증대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던 것이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해 5월에는 국내 학자로는 최초로 영국 에메랄드사에서 출판하는 SSCI(사회과학논문 인용색인)급 국제 저명 학술지인 <프로그램 저널(Program Journal)>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이때 발표한 논문의 내용은 교육용 로봇의 활용도 및 선택에 있어 사용자들의 심리적인 요인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실증 분석한 것이다. 교육용 로봇을 단순히 공학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사회과학 통계와 경영학 및 심리학적 연구 방법을 두루 접목시켜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모바일 게임과 교육용 로봇을 연구한 두 편의 논문만 봐도 관심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7월 지식경영학회에서 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논문은 기업의 혁신 활동이 고용 창출 등 경제적 성과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 연구한 것이었다. 그 밖에 다소 의외의 분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신재생 에너지의 경제성 평가에 대한 연구도 수행한 바 있다. 그만큼 박은일 교수는 연구 대상을 경계 짓지 않는다. 일상생활 중 궁금하거나 불편한 점이 생기면 그것이 바로 연구 대상이 된다.
이렇게 박 교수의 연구는 어느 한 분야로 한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하나의 키워드로 귀결시킬 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사용자’와 그로 인한 ‘데이터’다. 모바일 게임이든, 로봇이든 이를 사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일 터. 박 교수는 사용자의 경험과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관심을 끄는 분야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공학과 인문사회학적 방법론을 아우르며 연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결국 제가 하는 일은 사람을 통해 도출되는 사용자 데이터를 해석해 그 의미를 밝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과 공학적 소양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학문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 박 교수는 '이제는 선제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사용자의 미래 행동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미리
제시해야 합니다.' 라고 말한다.
 

다양한 대외 활동으로 융합적 사고 배양


예술과 과학을 넘나들던 융합형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박은일 교수도 처음부터 융합적 사고의 소유자였을까. 뜻밖에도 대학 시절에는 프로그래밍밖에 모르는 이른바 ‘컴돌이(컴퓨터공학도를 줄여 부르는 말)’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학과 인문사회학적 방법론을 융합하는 연구자가 됐을까.
“석사 시절, 공동 지도교수였던 안헬 포빌(Angel Pascual del Pobil) 교수께서 다양한 외부 활동을 강조하셨어요. 1년에 해외 학술대회를 12회나 참가한 적도 있죠. 그때 디자인 등 전공이 아닌 분야에도 참가할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왜 비전공 분야의 학술대회까지 참가해야 하는지 의아하게 여겼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연구 방법을 접하며, 해결할 수 없으리라 지레 단념했던 문제들의 실마리를 예상 밖의 분야에 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연구 분야도 폭넓어졌다.
“예전에는 ‘저 주제는 연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도조차 하지 않았죠. 하지만 이제 다른 분야의 연구 방법론을 접목시키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현재도 박 교수는 다양한 분야의 심포지엄이나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유연한 사고로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계가 신진 연구자에게 기대하는 자세가 바로 그러한 것일 테다. ICT융합학부에서 컴퓨터공학을 게임, 음악 등 문화 콘텐츠에 접목시키는 컬쳐테크 전공을 가르치고 있는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대외 활동을 강조한다.
“공모전, 학회 활동, 교환학생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적성을 찾고 자신만의 목표를 세워 꿈을 이루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합니다. 자신만의 셀링 포인트를 만들어야죠.”
박 교수는 ICT융합학부 학생들이 입학 후 처음 접하는 전공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에 엄하게 기강을 잡는 편이다. 하지만 신생 학부라 선배가 없는 학생들을 위해 때로는 선배를 대신해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하는 연구자 될 터


최근 박은일 교수는 사물인터넷과 스마트 시티(21세기의 새로운 도시 유형으로,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도시 구성원들 간 네트워크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교통망이 거미줄처럼 효율적으로 짜여진 것이 특징이다) 내에서 예측되는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분야로 관심의 촉수가 뻗은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 시티는 이제 막 추진되고 있는 사업인데, 어떻게 연구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까.
“기존에는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이나 산업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제는 선제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사용자의 미래 행동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미리 제시해야 합니다.”
사용자 행동 분석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용자 혁신을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이를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사회적·산업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연구는 상아탑에 갇힌 연구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유용한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박 교수의 연구 목표는 사용자 경험과 행동을 분석해 사회적·산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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