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대학장 나정열(해양환경) 교수

21세기를 맞아 미국·일본·프랑스 등의 선진 국가들은 해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1세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해양과학기술(Marine Technology, 이하 MT)을 주목하고 있다. 올해 우리 정부가 발표한 ‘해양강국 1000년 비전’에서 MT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0년간 3조1천억 원 투입 계획을 밝힌 것 역시 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MT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본교 수중음향연구실 지도교수인 나정열(과기대·해양환경과학) 교수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 교수는 지난 97년 국방부 지정 수중음향특화센터 수중음향연구실로 지정된 본교 연구팀을 이끌며, 국방부, 한국해양연구원, 과학재단 등과 함께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양환경연구는 다학제(多學制) 학문’

 

   
 

흔히들 21세기를 해양의 세기라고 말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곤 하지만 말과는 달리 그 실질적인 활용 대안은 물류수단으로써의 활용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그 활용에는 필연적으로 환경오염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양환경연구는 오염된 환경을 제자리에 돌려놓거나 환경 친화적으로 개발 가능한 방법을 연구한다.

 

“해양환경연구의 목표는 크게 생태환경복원기술, 탐사기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의 3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근래 들어 정부가 MT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바다의 활용은 자연스레 MT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양환경연구라고 하면 멀게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해양환경연구는 어느 것보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습니다. 가령 해양환경연구의 발달은 바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어민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수중음향연구실에서 정부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적조 탐사 연구는 기존에 일일이 물을 떠서 검사하는 방식과는 달리 음향을 이용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적조를 탐지해서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해양환경연구는 해양학 뿐 아니라 물리학, 화학, 대기과학, 지질과학, 생명과학(BT), 환경과학(ET), 조선공학, 정보통신공학(IT) 등 각종 학문이 함께 어우러져 추진되는 다학제(多學制) 연구이다. 특히 MT는 심해의 특성인 저온, 고압, 암흑이라는 가혹한 환경에서 구현되는 특수 극한기술이기에 MT의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기술들과의 긴밀한 연계가 무엇보다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미 어느 학문도 혼자서 존재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학문 분야와 연구 대상이 자꾸만 변화하는데 어떻게 학문만 떨어져서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특히 MT 연구에 있어서 음파의 생성과 탐지, 음파 정보의 분석 등은 IT, ET 기술 없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기에 MT의 발전을 위해서는 IT, ET, BT 등과의 동반 상승이 매우 중요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음향연구의 독보적 존재 본교 수중음향연구실

 

   
 

해양환경연구 중에서도 근래 나 교수가 가장 역점을 두는 연구 분야는 수중음향연구다. 차세대 해양 탐사의 중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중음향연구는 쉽게 말해 물속에서 음파를 이용해 물체를 탐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기 중에서는 물체에 부딪쳐 산란되는 전자기파를 이용해 물체를 인식하고 물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지만, 물 속에서는 전자기파의 에너지 감쇠가 크기 때문에 에너지 감쇠가 현저히 작은 음파를 이용해 물체를 탐사한다는 것이다.

 

나 교수의 수중음향연구는 그 대부분이 본교 수중음향연구소에서 시작된다. 본교 수중음향연구소는 국내 교육 기관으로써는 유일하게 연구실 내에 대형 수조가 설치돼 있으며, 단일 연구소에서는 갖추기 힘든 고가의 다양한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또한 국방부 지정 수중음향특화센터 수중음향연구실답게 국방과 관련해 수중음향 모델링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단일 실험실로는 가장 많은 18명의 장교 석·박사를 배출해 내는 등 국내 음향연구에 있어서 공히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교육 기관 내에 위치한 단일 연구소로써 이만한 시설을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행히 본교 연구소는 국내 단일 연구소 중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한국해양연구원 등 정부 산하 각종 연구소에서부터 방산 업체, 그리고 국방부에 이르기까지 본교 음향연구소 졸업생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본교 졸업생들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해군에서 수요를 제기하면 본교 연구소와 정부, 방산 업체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트라이앵글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 밖에도 본교 연구소는 한국해양연구원과 함께 바다목장 순치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현재 본교 연구소가 역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빗방울 소리를 어류가 선호, 배척하는 주파수의 소리로 변화시키는 실험이다. 이 실험이 성공리에 진행되면, 이제 기존 제한된 공간에서 이뤄지던 가두리 양식의 제한점을 벗어나, 어류를 300Hz의 자연친화적인 소리로 훈련시켜 자연 상태에서 말 그대로 방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친화적인 소리를 통해 어류를 불러 모으고 어류가 배척하는 소리를 이용한 보이지 않은 주파의 막을 형성함으로써, 기존의 인위적인 어망이 불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떼불알 사운드 소스

 

   
 

수중 음향 연구를 위한 각종 연구 장비에는 고가의 장비가 많아 일반 연구실에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중에서의 저주파 발생장치는 수중 연구에 필수적이지만 그 금액만 10억 가량 드는 고가의 장비로 일반 연구실에서는 쉽게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것이 본교 연구실의 저주파 음원 발생장치이다.

 

“기존 저주파 발생장치는 너무 고가여서 엄두를 내기 어려웠는데 우리는 이를 2백 원짜리 전구로 해결했습니다. 수압에 의해 전구가 깨질 때 발생하는 소리로 저주파 생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용해 한 자리에서 연속으로 활용 가능한 저주파 음원을 개발해 낸 것이죠. 북한에서는 전구를 ‘불알’이라고 부른다면서요? 그래서 우리는 이걸 ‘떼불알 사운드 소스’라고 부릅니다. 또 초저주파 음원 발생에는 가로등의 커다란 전구를 이용하는데요, 이건 ‘왕불알’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나는 엉뚱한 생각을 할 줄 아는 학생들이 좋다!!

 

21세기 경쟁력은 곧 창의력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반대로 현실에서는 인터넷 보급의 확산과 함께 지식의 공유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 역시 타인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에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식의 무비판적 수용은 도리어 21세기 경쟁력으로 강조돼 온 창의력의 약화를 불러오는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무엇보다도 창의적 마인드를 가진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요즘 학생들은 인터넷에 있는 지식들을 마치 자기 것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인터넷상의 지식은 나의 지식이 아니라 타인에 의한 기존 지식일 뿐입니다. 더욱이 인터넷상의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당장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학생 자신의 창의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생각해요. 타인의 지식을 베껴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죠. 때문에 나는 학생들에게 우선 기초를 튼튼히 하고, 그 후에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어렵게 느껴지고 한낱 ‘망상’일 뿐이라고 치부하기 쉽겠지만, 조금만 멀리 보면 그 ‘망상’이 창의력의 원천이 되는 될 것은 누가 봐도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죠”


사진 : 김학신 학생기자 loveme0802@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나정열 교수는 1968년 서울대 문리과대학 기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해양학과에 진학해 1972년 석사, 1976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 후 국방과학연구소(ADD) 책임연구원 수중음향실장으로 재직한 나 교수는 미국 텍사스대학 응용과학 연구소 초청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 후 한국해양학회 부회장, 한국음향학회 회장, 한양대학교 이학기술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본교 과학기술대학장으로 재직하면서도 한국음향학회 명예회장, 국방부지정 수중음향특화센터 수중음향모델링연구실장, 서태평양지역 음향학술위원회 부회장, 미국음향학회 음향해양학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1985년 수차례의 한국음향학회 학술상 및 공로상, 한국해양학회 우수논문상, 국방부장관 표창장(890호), 과학기술부장관 표창장(제6652호), 한국과학기술단체 총 연합회 우수 논문상 들을 수상한 바 있으며, 논문으로는 국내 99편, 국외 28 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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