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책, 축제 등 일상 탈출의 즐거움 여러 곳에 산재
완연한 늦가을의 캠퍼스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강의 들으랴, 숙제하랴, 공부하랴 바쁜 일상 속에 젖어든 학우들. 그러나 제법 쌀쌀해진 바람 한 자락에, 캠퍼스 곳곳에 소리 없이 흐드러진 낙엽에, 구름조차 비워버린 파란 하늘로 인해 늦가을의 공허함이 오감으로 스며드는 요즘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을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마음 속 빈 공간을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로 문화생활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10월을 마감하며 위클리 한양에서는 금주 커버스토리로 책, 공연, 전시, 문화 축제 네 테마로 이뤄진 ‘문화생활, 알면 더 즐겁다’를 준비했다.
공연은 어려워? 일단 가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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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즐기는 문화생활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코 영화다. 우리네 문화생활이 영화라는 틀 안에 한정되어진 느낌을 줄 정도다. 전 연극부장을 역임했던 박민영(인문대·연영4)양은 “ ‘연극은 어렵다’는 고정관념과 정해져 있는 시간, 비교적 높은 가격 때문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다”며 “연극도 계절을 타는 법이라, 요즘은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다룬 공연이 주를 이룬다. 시기와 취향에 맞춰 극을 잘 선택하고, 사랑티켓, 동호회 단체 관람 등 다양한 할인 방법을 알아보면 대학생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연극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박 양이 주로 들르는 곳은 공연 포털 사이트인 ‘Otr’. 상영 중인 연극, 뮤지컬 등 여러 공연과 관람 평가, 추천 작품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연극에 미친’이나 ‘연극사랑·사람사랑’ 과 같은 온라인 클럽·카페 등에서도 자세한 정보를 구할 수 있다. 박 양은 “공연관람 초보자일수록 일단 유명한 작품에 도전하는 것도 좋다”며 “가볍게 영화 보러 가듯이 ‘야, 우리 심심한데 연극이나 보러 갈래?’ 이런 마음가짐으로 극장을 찾으면 훨씬 연극과 친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본 이후, 뮤지컬 마니아가 된 김은영(언정대·신방 3)양은 “당시 소극장 안을 가득 채운 라이브 연주의 락 음악과 배우들과의 즉각적인 소통, 현장성에 이끌려 그 후로도 계속 뮤지컬을 찾는다”고 말했다. 김 양은 “내가 무대 위의 배우가 된 듯 한 몰입감에서 얻어지는 카타르시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며 “뮤지컬은 표현방법이 매우 직접적이라 관객과 1대1 의사소통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상황을 묘사해 내는 노래도 극을 이해시키기에 충분한 힌트가 된다”고 뮤지컬의 매력을 이야기했다. 그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종종 ‘부르주아 대학생’로 착각할 정도로 요즘도 김 양은 공연장을 자주 찾는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전액을 고스란히 내고 관람 한 적은 없다고. 김 양은 “대학생 할인, 방학시즌 할인, 평일 할인, 명절 할인 등 이런 틈새를 노리는 것도 알뜰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고 귀띔했다.
공간 안의 예술,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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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 세계 6위 규모의 용산 중앙국립박물관이 개관했다. 국내 최초의 발해 유물실과 아시아 속의 한국을 만날 수 있는 아시아관을 만드는 등, 국내 귀중 유물들을 총 망라한 박물관답게 연일 넘쳐나는 인파로 가득 메워지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기업에서 운영하는 대규모 박물관, 서울시 곳곳에 자리 잡은 갤러리에서도 수준 높은 감상을 즐길 수 있다. 미술의 이해 강의를 맡고 있는 박혜수(디자인대·금속디자인) 강사는 “초보 관람객들은 삼성동의 로댕갤러리나 우리나라의 고미술, 국보급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리움 박물관 등 신뢰성 있는 공간을 먼저 찾는 것이 좋다”며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거나 나 혼자만의 감상을 통해 작품을 접할 수 도 있는데 그것은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박 강사는 “고상하고 화려한 것보다 재미있고 신선한 작품을 좋아한다면 홍대 앞 쌈지 갤러리 등 특이한 곳들이나,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어울려있는 삼청동 갤러리가 제격이다”며 “홍대 앞에서 열리는 퍼포먼스나 삼청동의 아름다운 풍경은 작품과 더불어 그 자체가 전시거리가 되기도 한다”며 취향에 따라 장소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시회 정보는 신문 문화면에 실린 공연 소개란을 통해서, 그리고 네오룩, 갤러리킹 등 인터넷 사이트 등의 경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사이트는 작품 사진과 설명을 함께 제공 해, 관람객이 차근차근 살펴보며 신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입장료는 보통 1천~3천 원 선이고, 대규모 전시일 경우 1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목요일에는 무료로 입장 가능한 전시회가 많다는 것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책 한권이 주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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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이유는 생리학적으로 우리 몸이 가장 쾌적한 상태이고, 가을의 풍요로움과 책 한권을 잡았을 때의 만족감이 일치되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이재복(국문대·국문과) 교수는 ‘자발적 가난’이라는 책 한권을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은 오늘날 사람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질과 욕망에 얽매인 삶에서 벗어나 '가난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중국과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행복한 삶을 꿈꾼 수많은 이들과 인류 지혜의 정수가 담긴 경전들은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고 그를 통해 행복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이 교수는 “독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것의 풍요로움을 얻는 하나의 방법이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 책 한권의 여유로움은 나를 비롯한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알게 해줄 것이다”고 평소 독서 예찬을 펼쳤다.
막상 무엇을 읽을지 고민 된다면 추전 도서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매달 10권씩 추천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11월 달에 선정된 도서로는 현대철학의 형성에서부터 전개 양상, 발전 방향을 명료하게 서술한 ‘현대철학의 거장들’(박찬국 저),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니체까지 ‘사랑’이라는 코드를 통해 서양 역사를 살펴본 ‘역사 속 사랑이야기’(이상현저) 등이 있다.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도 유용하다. 10월 1주부터 현재까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도 주목 할만하다. 본교 백남학술정보관에서도 매 달마다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일상에서의 탈출
청명한 가을 정취를 느끼기 위해 꼭 장거리 여행이 필요한 건 아니다. 가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 순간, 자신만의 여유로움은 시작될 수 있다. 류동현(국문대·문화인류 4) 군은 바쁜 학기 중에도 틈틈이 일상에서 벗어나 가을을 즐기고 있다. 류 군은 주로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인근 혹은 지방에서 열리는 축제나 행사에 카메라들 들고 나선다. 그는 “얼마 전 다녀온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는 우리 민족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며 “단순한 즐김 특색 있는 축제에 참가해 새로운 문화를 접해 봄으로써, 몸으로 문화를 집적 체화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가을맞이 축제는 서울시내 곳곳에서도 진행형이다. 오는 16일까지 ‘압구정 문화축제’가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서 열리고, 이달 말까지 `제34회 명동축제`가 개최돼 다양한 볼거리와 풍성한 즐길 거리를 제공해준다. 이태원에서는 각국 대사관에서 문화 공연을 선보일 ‘세계를 만나는 지구촌 축제’가 17일까지 계속된다.
심나영 학생기자 simna1209@ihanyang.ac.kr
김유라 학생기자 gurapoet@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