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노력으로 다가올 패러다임을 잡으세요"
“한양대의 경우만 해도 MPEG의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꼽는 표준화 전문가들이 계십니다. 이번에 제가 표창을 받은 것은 그냥 눈에 띄어서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번을 계기로 MPEG분야에 대해 관심이 높아져 한양대를 시작으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성과가 끊임없이 배출됐으면 좋겠습니다”
![]() | ||
한국표준협회는 세계 3대 국제표준화기구(ISO, IEC, ITU)가 공동 주최하는 세계표준의 날에 맞춰 지난 14일 기술표준원 대강당에서 ‘2005 표준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장의선(정통대·컴퓨터) 교수는 한국의 동영상 표준(MPEG)을 국제 표준으로 채택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국제표준화기구(ISO) 산하 MPEG 국제표준화 그룹에서 활동해온 표준화 전문가인 장 교수는 비디오 및 그래픽 분야의 우리 기술을 MPEG-4 표준으로 채택하는 데 최근 10년간 큰 역할을 해왔다.
차세대 패러다임을 잡아라
장 교수는 한 대기업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던 1996년 1월부터 MPEG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해 왔다. 그 과정에서 표준화 기고서 97편, 39건의 국내·외 특허 등록, 125건의 특허 출원 등의 연구 실적을 낼 정도로 왕성하게 MPEG 표준화 활동을 펼쳐왔다.
이번에 장 교수의 기술의 표준화로 채택된 분야는 동화상전문가그룹(MPEG) 중에서도 멀티미디어 통신을 전제로 만들어진 MPEG-4. 디지털위성방송(DMB)과 같은 멀티미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화상통신용 동영상 압축기술을 말하는 MPEG-4는 오늘날 가장 각광받는 분야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장 교수의 기술이 표준화로 채택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한국기술이 표준화가 됐냐, 안 됐냐는 한국이 디지털TV를 만들어 팔 때 로열티를 지불하느냐, 지불하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겁니다. 디지털 방송 분야의 성장가능성에 주목해보면 그 효과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 | ||
그 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술료 수입 외에도, MPEG-4의 기술이 DMB에 적용이 되면 방송제작자를 시작으로 전송설비를 만드는 분야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그 컨텐츠를 즐기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MPEG-4는 디지털시대의 차세대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게 된다. 쉽게 말해 MP3 기술이 오디오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멀티미디어 통신 분야의 일대 전환기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다. 표준은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장 교수는 강조한다.
“국제표준을 정하는 분야인 만큼 한사람의 손을 들어주기 보다는 여러 국가의 여러 사람의 기술이 경합을 벌이게 됩니다. 가장 좋은 기술들끼리 경합해서 채택되는 것이 표준이 되는 것이죠. 그 중에서 저는 몇 가지 기술을 제안했고 더 나아가 한국의 기술을 채택시켰다는 것이 공로가 돼 이번에 표창을 받게 됐네요”
일년에 네 번, 치열한 경쟁
국제표준화기구는 1년에 네 번의 ‘표준화미팅’을 가진다. 국제회의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횟수다. 3개월에 한번씩 있는 미팅이 열릴 때마다 각국의 전문가들은 기존의 기술을 진일보시킨 결과를 발표한다. 20여 개국의 디지털 선진국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연구결과를 가지고 치열하게 비교하고 경쟁한다. 장 교수도 일주일전 프랑스에서 열린 미팅에 참석했다.
“매번 회의 때마다 기술적인 결과를 들고 가야 하는 거죠. 거의 석 달에 한번씩 논문을 내는 형식입니다. 예전 회사에 있을 때도 힘들었고 교직으로 옮겨서도 학생들과 함께 많이 고생해요(웃음)”
보통의 학회는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자신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목적을 가진다. 똑같은 분야의 각기 다른 결과를 두고 무엇이 좋다, 나쁘다고 비교할 수 있는 모임은 드물다. 하지만 표준화미팅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같은 문제를 놓고 각기 다른 연구 결과로 경합을 벌여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채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치열하다. 삼자가 보이엔 퍽 각박할 법도 한데 장 교수는 국제적인 감각을 늘리는 데는 제격이라며 활짝 웃는다.
![]() | ||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요? 좋아하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요. 직업상의 순수만족도 때문에 꾸준히 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 분야를 연구하고 표준화 미팅에서 내가 만든 경우가 채택이 될 때 느끼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죠”
“미래의 패러다임을 잡으세요”
“연구를 하면서 힘든 점은 남들에게 발견돼지 않았거나 몰라주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통념이죠. 하지만 이는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어느 분야에서든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힘들게 연구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장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 분야를 연구해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미지, 비디오, 그래픽스 분야는 가장 큰 배경. 이번의 쾌거도 그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기업연구소에서 몸담았던 장 교수가 본교로 자리를 옮긴 것은 단시간의 상품화를 위한 연구가 아닌 5년에서 10년 후의 로드맵을 바라보기 위해서라고. ‘단순히 표준화를 위한 표준화의 연구보다는 자신이 연구한 것이 표준화가 되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장 교수는 이제 막 시작인 듯 했다.
“브랜드가 없다고 한탄만 해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브랜드가 없으면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트레이닝을 해야죠. 끊임없는 트레이닝을 통해 훗날의 패러다임을 잘 준비한다면 자신이 그 브랜드가 될 수 있겠죠?”
사진 : 이수정 사진기자 feeler2020@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