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각색 장점으로 취업문 뚫고 간 6명의 한양인

시대가 변함에 따라 캠퍼스의 주된 관심사와 그에 따른 모습들도 변화하고 있다. 80년대 민주화 열풍이 캠퍼스를 지배했다면 90년대는 X세대라는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개성이 캠퍼스를 채웠다. 새로운 세기의 캠퍼스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취업’이다. 당장 취업전선에 맞닿아 있는 3·4학년은 물론이거니와 신입생들의 손에 들려 있는 TOEIC책들은 현재 대학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IMF이후 계속된 고용 불안정성의 증대는 ‘사오정’ ‘오륙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대학의 모습까지 바꾸어 놓은 것이다. ‘취업대란’이란 말에서 오듯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취업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취업시즌이 한창인 요즘 취업대란에서 생존한 이들의 비결과 노하우를 다양한 형태로 알아봤다.

 

뭘 하든 기본이 튼튼한 것이 중요 - 모범 답안형

 

   
 

모범 답안형이란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준비해서 취업을 한 형태이다. 많은 이들이 취업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항목으로 토익 점수와 학점을 든다.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도서관에 쏟아 붓는 시간이다. 배재은(인문대·독문 99졸) 동문은 독문과 재학 중에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경제학 공부를 위해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또한 전공과 연계성이 없는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방학 때마다 하는 경제학 특강을 빠지지 않고 들었다. 배 동문은 “영어와 학점은 취업의 기본이다. 경제 관련 신문을 읽으며 기사들을 스크랩하고 경제관련 서적에 대해서도 읽어본 후 논술 연습을 하였다”라며 노력이 가득한 자신의 취업 노하우를 공개했다.

 

일은 재미있게 하자 - 흥미 증진형

 

통계청에서 2002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직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전국의 대학생들의 27.1%가 적성과 흥미를 꼽았다. 직업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적성과 흥미가 안정성(20.%)과 수입(18.5%)보다 더욱 중요시 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은 대학생들이 적성과 흥미가 자신의 평생의 ‘업’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재 취업형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욱 많다. 송정목(자연대 생명과학 4) 군은 “노량진과 신림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많은 대학생들의 원래 꿈이 공직은 아닌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적성과 흥미도 중요하지만 고용안정성이 직업 선택 시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라며 적성과 흥미 보다는 직업 안정성에 주력하는 풍토를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 및 시스템 제조회사인 (주)V-ENS에서 일하고 있는 박준규(기계 97졸) 동문은 이러한 의미에서 어찌 보면 행운아다. 재학시절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동차 프라 모델을 조립하는 것이 취미였다. 박 동문은 “아직도 프라 모델을 만들곤 한다. 지금 친구들을 만나도 넌 그 분야로 갈 줄 알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흥미를 살려 자동차 업계에 취업 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국제적인 감각으로 자신의 길 찾아보자 - 외국어발전형, 대외 활동형

 

   
 

취업을 준비하는 4학년이 토익 점수가 없이 회사에 지원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다들 의아해 할 것이다. 정귀일(경영대 02년 졸) 동문의 실제 취업 에피소드이다. 'visual Basic'을 공부하다 매번 업데이트 되는 최신 실용 기술에 회의를 느낀 정 동문은 활용도가 높고, 평생 도움을 주는 학문이 언어임을 깨달았다. 그는 “1학년 겨울방학 때, 시작한 캐나다 여행은 내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몸소 느끼게 하는 경험이었다”고 밝히며, 1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4시간 이상씩 영어공부에 매진했다. 영어로 언어적 감각을 찾은 그는 중국에서 1년여 공부하면서 중국어를 익혔다. 비단 언어 공부 뿐 아니라, 유럽, 미국, 중국 전지역, 동남아시아, 일본, 호주, 티벳, 캄보디아등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world citizen’으로서 언어를 통해 세계 사람들과 소통했다. 이런 국제적인 경험과 외국어 덕택에 한국 무역협회 중국 지부에서 3년 동안 일을 했고, 지금 현재 산업자원부 국제협력과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비농수산물 시장 부분 매달 한번씩 WTO본사가 있는 제네바에서 우리나라 대표로 무역과 경제, 마케팅에 관한 국제 협력 업무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취업에 과열되어 학점이나, 토익점수에 너무 얽매여 있는 모습이 참 아쉽다”며 “취업의 문으로 가려진 진정한 자신을 경험을 통해 찾고, master plan을 새워서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양한 경험이 자신이 어떤 일을 잘 하고, 흥미가 있는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기회임은 분명하다. KBC 취재기자인 임수정(인문대·영문 04졸) 동문은 1,2학년 때 다양한 국제 경험으로 자신의 진로를 찾은 케이스다. 각종 영화제와 국제회의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해외캠프 카운슬러활동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교류했다. 그녀의 활동은 이 뿐만이 아니다. 실제 1기 한양 글로벌 프론티어와 문화관광부 청소년 국제 교류프로그램을 통해 필리핀에 다녀왔다. 임 동문은 “이런 다양한 대외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내 성격이 어떻고,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다양한 대외 활동이 중요한 기자의 자질 중 하나인 상황 상황에서 순간대처 능력을 향상시킨 것이다. 임 동문은 후배들에게 “1,2학년 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로를 결정하고 몇 가지 카테고리안에서 취업준비를 준비하라”고 당부하며, 4학년이 다가와서 급박하게 취업을 준비하거나, 한 곳에 너무 얽매여서는 실패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너희 아직도 학점과 토익에만 매달리니? - 자격증취득형, 사회활동형

 

   
 

학점과 높은 영어점수가 취업의 필수 조건이라는 생각이 취업에서의 정설이다. 실제 학점과 영어 점수만이 취업에 당락을 결정할까? 올해 상반기 한국전력 공채에 지원한 박재우(공과대·전자전기 4)군이 제출한 지원서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미달 수준이었다. 학점도 그리 썩 좋은 편이 아니고, 토익 성적 또한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상위 지원자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무기가 있었다. 박 군은 군 복무 시절부터 공기업 취업에 뜻을 두고, ‘통신 선로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자격증의 위력을 처음에는 몰랐지만, 실제 서류전형에서 토익 100점에 달하는 가산점을 받을 수 있었다. 공채 전공 시험에서도 자격증 취득시 했던 공부가 큰 도움이 됐다. 실제 공기업 채용 시 학점, 나이, 전공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이 확산되면서, 자격증이 그의 전문성을 증명해준 셈이다. 실제 기업에서 당장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기업에서는 학점과 토익점수의 신뢰도를 낮추고 기업 내부에서 치루는 시험이나 면접, 가산점으로 취업의 당락을 결정하고 있다.

 

취미나 특기, 사회 활동이나 이색 활동에 높은 점수를 주는 기업들도 늘었다. 기업들이 학교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소위 ‘도서관형’은 실제 업무에서 적응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규방(공과대·기계 4) 군은 대학 입학 때부터 기계공학부 소모임에서 활동했다. 동아리 모임에서 선후배들과의 만남은 그에게 기업과 채용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고, 학과 내에서 하지 못했던 폭 넓은 토론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연구실 인턴 활동을 통해, 직접 실험을 통해 전문 지식의 폭을 늘리고, 교수님과 선배들을 통해 멘토링을 할 수 있었다.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에 따르면 인사 담당자 3백63명을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산점이 주어지는 구직자의 자질로는 해당 분야 자격증 보유가 42.1%로 가장 많았으며, 영어능력(40.5%), 인턴(업무) 경험(24.8%), 해외유학 및 연수 경험(19.8%) 등의 순 이었다. 학점과 영어점수에 매달리는 자기 키우기에 얽매이기보다 생활 속에서 자기 자신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바늘구멍 취업을 통과할 수 있는 요인이다.

 

요즘 캠퍼스에서 ‘대학생활의 낭만이 많이 줄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1학년이라고 놀기만 하다간 취업하기 힘들다’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청년실업 50만’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이 이러한 말들의 힘을 더욱 실어주고 있다. 취업이 어렵다고들 아우성이고 비록 취업이 어렵기는 하지만 위의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기 나름대로의 장점을 살려 취업전선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머쥐었다. 즉, ‘취업’이라는 두 글자에 숨 막혀 말고 자신의 장점과 특기를 살린다면 남들과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나를 알고 취업을 준비하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낙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 당신은 어떤 유형에 속하십니까?


황은비 학생기자 eb0178@ihanyang.ac.kr
임헌진 학생기자 0guil@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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