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성장 산업의 전환점 찍는다
“4년째 음대 학생에게 클라리넷을 배우고 있어요.(웃음) 호텔 경영은 학문적 지식 외에도 다양한 상식을 요구합니다. 음악과 미술부터 커피, 와인, 음식 등··. 거의 ‘대사’ 수준이 될 정도여야 하죠. 음악 공부를 어느 정도하면 미술 쪽으로 눈을 돌려 볼 생각입니다.”
조민호(사회대·관광)교수를 만나던 날. 그의 연구실 한 켠에 얌전히 놓인 악보받침대의 정체가 궁금해 질문을 건냈다.
“은퇴하고 나면 무의탁 노인들이 와서 휴양하며 건강을 보살 필 수 있는 리조트 호텔을 아내와 열 계획인데, 그 곳에서 독주회를 여는 것이 제 꿈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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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국내 호텔 경영학의 개척자다. 89년, 그는 본교 교비 유학생 제도 10기로 선발돼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에서 호텔·외식 경영학 석사와 호텔·관광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95년에 국내로 들어와 호텔 경영학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제가 공부했던 당시만 해도 국내 호텔에 대한 연구가 미비한 상황이었어요. 외국에서 학위를 받고 국내로 들어온 사람은 제가 두 번째였죠. 유학 시절에 호텔이 가장 핵심적인 관광산업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호텔 산업이 얼마나 잘 발달 돼 있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관광 경쟁력이 측정 될 수 있으니까요”
‘중저가 체인호텔’은 호텔 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
6년간의 타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조 교수에게 하루 숙박료가 7만원선인 ‘중저가 체인호텔’은 국내 호텔 산업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와 닿았다. 국내에 있는 5백여 개의 호텔은 ‘20%의 특급’과 ‘80% 비 특급’으로 나눠져 양극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것이 국내 관광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 이 중저가 체인 호텔의 개념 도입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지방호텔들은 숙박업의 기본적인 경영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주 수입원은 슬롯머신과 증기탕이 전부였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정부가 제재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지방 호텔들은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그렇지만 지방 호텔들은 여전히 고객만족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인지도가 낮고 서비스 질도 안 좋으니 고객도 찾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이런 지방의 ‘이름 없는 호텔’을 ‘브랜드화 된 체인 호텔’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우선 고급 호텔의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이 늘어날 겁니다. 또 표준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성과를 얻을 수 있겠죠. 종업원들도 근무의욕도 높아질 겁니다. 실례로 마포에 있는 ‘구 마포 가든 호텔’이 7년 전,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인 ‘홀리데이 인 서울’로 바뀌면서 종업원들에게 큰 동기부여 효과를 줬죠. 그냥 ‘동네 햄버거 집’ 보다는 ‘맥도널드’가 느낌이 오잖아요. 마찬가집니다. 신뢰성 있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죠. 주 5일제가 자리 잡은 시점에서 중저가 호텔은 우리나라 호텔의 전환점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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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조 교수는 문화 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중소규모 관광호텔 체인화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계획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고서가 작성되면 정부나 대 기업에서 실제 프로젝트로 곧 옮겨질 것이기에 앞으로 조 교수의 책임감은 더욱 커질 듯 했다.
관광 선진국의 전제조건, ‘규제 완화’와 ‘책임의식’
“호텔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관광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점들이 개선돼야 하죠.”
조 교수는 국내 관광 산업의 발전 저해 요인을 관광을 ‘소비산업으로 인식해 국가에서 가하는 규제’와 ‘책임의식 없는 지역 관광 산업’ 이 두 가지로 꼽았다. 그런 그의 문제의식은 그가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각종 메이저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도 잘 드러난다.
“관광산업은 차라리 박정희 정권 시절이 훨씬 하기 좋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때만 해도 관광산업이 외화 획득에 기여한다고 각종 혜택을 많이 받았어요. 근데 지금은 소비산업으로 인식 돼 부가가치세, 환경개선 부담금 등 불합리한 규제들을 받고 있죠. 관광산업은 외국 관광객이 사용함으로써 수출 산업으로 간주 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노무현 정권에 들어와 지역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각종 관광 사업을 ‘벌려놓기’만 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광 산업을 하더라도 정치적 접근이 아니라 경제적 접근에 무게 중심을 둬야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관광 산업이 진입장벽은 낮지만 일단가면 경쟁이 심하고 특히 수익성이 나오기 까지 시간이 걸리죠. 그러니 표 때문에 만들기만 하고, 관리를 안 하면 결국 그 사업은 실패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죠. 현 정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은퇴 후, 가족과 함께 ‘저소득층 노인 휴양 리조트 호텔’ 열고 싶어
이렇게 국내 관광 산업의 문제점을 통찰하고 있고, 호텔·관광 경영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그는 경영에 대한 욕심은 없었을까.
잦은 가족 여행 덕분에 이제 여섯 살 난 아들은 호텔에 매우 친숙해져 있다고. “호텔 대장이 되고 싶다”는 말을 곧잘 한다고 전했다. “제 아내가 내과 의사에요. 그래서 은퇴 후, 제주도 해안가 근처에 저소득층 노인들의 휴양 시설 리조트 호텔을 만들 계획입니다. 아들이 경영을 하고, 저와 제 부인의 전공을 살려 의료 혜택과 숙박시설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말입니다. 전문가들이니까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체인으로 호텔 사업을 확장 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죠.”
“한적한 휴양리조트에서 클라리넷의 아름다운 선율을 다른 이들에게 선물 해 줄 것” 이라는 조 교수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진심으로.
이수정 사진기자 feeler2020@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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