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상 앞 아침 정원의 차분함으로 새해 시작

 '사랑의 실천'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작은 목표부터 실천해 나가야

 

 새해 아침 대학 본관 앞 정원에는 흰 눈이 쌓여 있다. 언제부턴가 연말이면 본관 앞 사자상 정원에 조명이 설치되어 연말 분위기를 한껏 띄어 주고 있는데 올해는 흰 눈으로 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사실 이 모습을 제대로 보는 것은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시간이다. 낮에는 무언가에 늘 쫓기고, 또 무언가 허겁지겁하다보면 그냥 시간이 가고 만다. 작심을 하고서야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아침 정원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올해의 새해맞이는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은 논문조작사건으로 인해 특히 대학인들의 마음이 편치가 않다. 그것도 매일 매일 퍼즐게임을 하듯 진실성 논박을 벌이는 모습이 안타깝고,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진실과 윤리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지 과학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그 밑바닥에 깔려있는 우리사회의 문화의식의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

 

 이를 계기로 하여 우리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시작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도 성급한 성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절차의 문화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원칙을 중시하는 합리적인 도전의 문화를 기대해 본다.

 

 한마디로, 이제까지 ‘우리’라는 개념 속에서 용서받고, 이해되고, 밀어주던 집단적·맹목적 연대의식으로부터 벗어나 합리성에 기초를 둔 글로벌 커뮤니티에 익숙할 수 있어야겠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흔히 21세기의 인류를 노마드(nomad)라고 한다. 과거 생존을 위해 거처를 옮겨 다니던 유목민과 달리, 오늘의 유목민은 기술을 통해 시공을 초월하고, 창조성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대 노마드의 공간은 어느 특정지역이 아닌 세계라고 할 수 있다.

 

 한양인은 ‘사랑의 실천’정신을 기본으로 한다. 입으로만 말하는 사랑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랑을 말한다. 이 정신이야말로 오늘의 우리가 행해야 할 또 하나의 시대적 행동의 기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한양인은 세계를 무대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되는 합리적인 사랑의 실천자이기를 희망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너무 큰 결심이 아니라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우선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될 것 같다. 또한 너무 많은 욕심을 내서도 안 될 것 같다. 그보다는 천천히,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다가서 보자. 그래야만, 진실성도, 원칙도, 합리성도 챙겨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새해를 시작하는 세상의 모습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본관 앞 흰 눈 덮힌 정원은 오늘도 아름다운 새해의 아침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자, 한양인이여! 이제 짬을 내어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아침 정원을 함께 걸어 봅시다.

 

교무처장 이연택(사회대·관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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