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 달아오른 '스토브리그'
본교 농구부의 안방마님 이상영 코치의 하루
'이번 훈련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갈 것'
“팔굽혀펴기 2000회에 도전해볼텐가”
코치 카터라는 영화에서 켄 카터역을 맡은 사무엘 L. 잭슨의 대사이다. 영화에나 나옴직한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본교 농구부의 동계훈련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전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동계 훈련은 추운 날씨 때문에 선수들의 몸이 빨리 굳는 탓에 오로지 체력 훈련으로만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입에서는 단내가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선수들 옆에서 묵묵히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는 이가 있다. 그가 바로 한양대 농구부의 안방마님인 이상영 농구부 코치이다. 코치라는 특성상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감독과 선수들에게 돌리고 묵묵히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이 코치를 위클리 한양에서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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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MBC배 대학농구로 시작되는 시즌을 준비하는 농구부의 동계체력강화 훈련은 선수들에게는 가히 ‘지옥’이라 표현할 만하다. 오전 6시에 기상하여 8시까지 자율적으로 실시되는 오전 개인운동을 마친 선수들은 9시 반부터 오전 훈련을 가진다. 이상영 코치가 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이 때부터이다. 동계 체력 강화 훈련답게 오전 훈련은 러닝과 서킷트 트레이닝, 점프, 푸쉬업 등의 단순 체력 강화 훈련만으로 이루어진다.
오전 훈련은 농구공은 전혀 만져보지도 못한 채 철저한 체력 단련으로만 이루어진다. 추운날씨에도 오전 내내 뛰어 다니다 보니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은 옆에서 지켜보기조차 안쓰러울 정도이다. 이 코치는 코트에 흥건한 선수들의 땀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을 더욱 엄하게 다그친다.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기자에게 이 코치는 “팀을 이끌어 가는 포인트가드가 약하기 때문에 센터까지 속공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체력은 필수조건이다”라며 이번 동계훈련의 각오를 밝혔다. 또한 “실업팀이 없어진 지금 프로팀에 입단하지 못하면 선수생명은 끝이다. 안쓰럽지만 더 많은 땀을 흘리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선수들을 위한 길이다”라며 선수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3시부터 6시까지 진행되는 오후 훈련 역시 체력 강화 훈련으로 가득 차있다. 마침 기자가 찾아간 날은 용산고와의 연습시합이 있는 날이었다. 이날 시합은 작년 고등부 챔피언이었던 용산고를 한 수 지도하며 86대 48로 여유 있게 경기를 마감했다. 시종일간 일방적인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내 이상영 코치는 자리에 한 번도 편히 앉지 않는다. “그럴 땐 드리블보다 패스를 해야지” “박스 아웃은 좀 더 확실히 해” 등 일일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지도하기 바쁘다. 경기에 집중중인 선수들에게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큰 목소리는 필수. 덕분에 그의 목청은 연습 경기 이후에 남아나지를 않는다. 또한 스카우트를 할 뛰어난 고등학교 선수들을 눈도장을 찍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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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후 훈련을 마치고 나면 야간 웨이트 훈련이 농구부를 기다린다. 이 코치는 가끔 새벽 훈련과 야간 훈련에 참석하여 선수들을 지도하기도 하지만 웬만해서는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 이 코치 역시 농구 선수 출신인지라 코치가 옆에 있으면 선수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을 알고 슬쩍 빠져주는 것이다. 아직 젊은 선수들을 위해서 이러한 마음씀씀이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 이 코치의 장점이다. 농구부 주장을 역임하고 있는 박상현(체대·체육 3)군은 “코치님이 젊고 선수생활을 해서 그런지 많이 이해해 주신다. 그래서 자율훈련이 더욱 부담이 될 때도 있다”며 이 코치의 배려의 숨겨진 의도 때문에 더욱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대학 농구의 평준화로 절대 강자가 없어진 춘추전국시대의 대학 농구 코트에서 이번 시즌의 본교 농구부의 목표는 4강이다. 스포츠에선 ‘내년 시즌의 성적은 비시즌에 이미 결정 난다’라는 말이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가가 다음 시즌의 성적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 코치는 “코치가 하는 일은 대단하지 않다. 감독님이 팀에 대한 큰 틀을 짜놓으면 선수들에게 그 틀을 소화할 수 있도록 맥을 짚어주는 정도이다”며 겸손했지만 이번 시즌에 대한 욕심은 숨기지 않았다. “이번 훈련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목표는 4강이지만 우승의 욕심이 없는 팀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라는 이 코치의 말처럼 동계 훈련의 구슬땀이 올해 대학 농구 코트에서 본교 농구부의 잔치판으로 이어지길 기원해본다.
임헌진 학생기자 0guil@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