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의 개방성과 창의성을 경험하며
"문화 체험과 새로운 공부 기회, 많은 한양인들이 경험하길"
나의 첫 외국 여행은 유럽배낭여행이었다. 당시 나는 ‘내가 지금껏 정말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구나’라며 세상이 정말 넓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 후로 나는 기회가 된다면 단순한 여행이 아닌 외국 문화 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런 나에게 교환학생은 정말 좋은 기회였다.
학교에서 MIT 파견학생을 선발했던 건 내가 교환학생을 지원한 2005년이 최초였다. 당시 나는 다른 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학교에서 배운 학업 수준이 세계에서도 통할지 궁금한 마음에 MIT에 지원하게 됐다. 그 수준이 세계에서도 통할지, 만일 뒤쳐진다면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지는 세계 최고 수준인 MIT 공과대학에 가보면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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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MIT교환학생으로서 처음 미국 땅을 밟아보게 되었다. 공항에서부터 크나큰 언어의 장벽이 있는데다 MIT로 처음 온 교환학생이라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그 큰 캠퍼스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여기저기를 왔다갔다하다보면 심신이 녹초가 되곤 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려움 끝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하나씩 자리 잡혀 갈 때는 이렇게 고생했으니 다음에 오는 후배들은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한 학기를 지내면서 느꼈던 MIT의 특징은 개방성과 창의성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학생이 잘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업지도에의 열의를 들 수 있을 듯하다. 수업에 임하는 교수님들과 보조하는 보조교수, 대학원생들의 모습을 보면 단 한명의 낙오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인다. 교수님들이나 TA들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신경을 많이 쓰면 자신들의 연구나 공부는 도대체 언제하나 걱정이 될 정도로 학생들에게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일례로 겨울방학 때 수강했던 5일 간의 프로그래밍 수업에서는 E-mail 로 숙제의 의문사항을 질문하면 10분 만에 답장이 왔다. 그 날 저녁 한 시간동안 E-mail 로 다섯 번의 질문을 했었는데, 매번 바로 답장이 왔다. 정식 수업도 아닌 수업에 쏟는 열의가 이 정도였다.
또 수업시간에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질문과 토론을 하며 학생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면 주말이건 한 밤중이건 가리지 않고 시간을 내서 어떻게 해서든 깨우치게 만든다. 커리큘럼 면에서도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노력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수업시간에는 책보다는 바인더에 바로 끼울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진 강의 노트를 나누어주고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책을 가져올 필요는 물론 심지어 필기조차 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면에서 학생의 편의를 생각하는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시험문제와 숙제에서도 교수님들이 매번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노력을 볼 수 있다. 또 대부분의 과목들은 지난 시험문제나 숙제들이 공개돼 있어서 미리 공부 할 수 있다. 그리고 MIT의 개방정책을 알 수 있는 독특한 점은 오픈코스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을 통해서 전 세계에 자신들의 교과과정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들의 교육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오픈코스 사이트를 통해서 각 수업에서 이뤄지는 강의노트, 시험문제, 숙제, 프로젝트 등의 자료를 누구든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MIT 학생들도 수시로 이곳에 접속해서 수업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충족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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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가 공과대학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공과계열의 공부만 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학생들은 전공만을 공부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돼 있을 뿐 아니라, 한 학기에 하나씩 우리의 교양에 해당하는 HASS라는 과목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졸업할 때까지 4가지 이상의 운동을 배워야하며, 수영 테스트 자체가 졸업 자격에 포함돼 운동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끔 제도화 돼 있다.
그 밖에 내가 본 미국 학생들은 여느 한국의 대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 학생이나 한국의 대학생이나 잠을 아껴가며 공부에 열심이기는 매한가지였다. 또 공부 이외에도 운동 등 다양한 과외 활동을 한다는 점도 유사했다. MIT에는 국제학생들의 비율이 상당히 많고 많은 숫자의 한국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수님들 중에도 이름을 날리는 한국인들이 많음을 보고 놀랍고 자랑스러웠다.
MIT의 뛰어난 교육시스템과 여러 가지 혜택을 자유롭게 누리며 실력을 키우는 학생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지만 능력 면에서 한양대학교 학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느꼈다. 실제로 MIT에는 많은 숫자의 한국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교수님들 중에도 이름을 날리는 한국인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 자신도 한 학기동안 생활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고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도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을 하고 싶다. 또 대학생활에 있어서 교환학생은 영어공부, 외국 문화 체험, 새로운 공부의 체험 등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되는 만큼, 많은 학생들이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한양의 동문들이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누비며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승배(공과대·전자전기컴퓨터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