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1년? 한마디로 '改' (고칠 개)!

 "'한국 알리미' 역시 교환학생의 역할"

 

 일본에서는 연말이 되면 지난 한 해를 대표하는 한자를 선정하는 이벤트를 벌이고는 한다. 내게 일본에서의 1년을 한자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改(고칠 개)>를 선택하겠다. 교환학생으로 파견되어 일본에서 수학하는 동안 보고, 배우고, 느낀 많은 것들이 내 자신에게 상당한 변화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05학년도 일본 교환학생으로 선정된 나는 도쿄 와세다 대학으로 파견됐다. 유학생의 경우 일본어를 배우는 '별과'에 소속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일본어 능력시험 1급 자격증을 취득했던 덕택에 일반 학부인 정치경제학부에 소속될 수 있었다. 정치학과, 경제학과, 국제정치경제학과로 구성된 정치경제학부는 학생 6천여 명에 전임교수만 100여 명으로 매우 큰 규모를 자랑한다. 또 그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과목들이 개설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 역시 정치경제학부의 장점 중 하나다. 그 밖에 대부분의 강의가 1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즉, 자신이 선택한 관심 분야를 1년간 깊이있게 공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수업과는 또 다른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던 이곳에서의 수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인상적이었다. 특히 실무적·실용적 성격이 강했던 몇몇 과목들은 실제적인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부족한 일본어를 보완하기 위해 수강한 대학 내의 유학센터에 개설된 일본어 과목들도 매우 유용했다. 수준별, 분야별로 다양하게 개설된 이곳의 일본어 과목들은 단순한 일본어 실력의 향상보다는 유학생들이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데에 필요한 일본어를 습득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해서인지 실제로 수업 참가에 큰 도움이 됐다. 유학센터에서의 수업 참가는 학습 외에도 각국 유학생들과의 교류의 장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유학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일본의 대학생활에서 또 한 가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동아리 활동이다. 와세다 대학에는 많은 동아리들이 있고 이곳의 학생들은 보통 한 두 개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리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학교 근처 서점가에서 파는 두꺼운 안내책자를 이용해 자신의 취미에 맞는 동아리를 선택할 수 있다.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 동아리와 일본 전통행사를 체험하는 동아리에서의 활동은 일본 학생들을 좀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수업만으로는 일본인 학생들과의 깊은 교류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아리 활동을 통해 그들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동아리 활동 외에도, 아르바이트로 했던 한국어 교습이나 학교에서 주최했던 유학설명회, 그리고 여행 등을 통해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한류의 영향인지 한국과 한국인에 우호적인 일본인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와 한양대학교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문화의 전도사 역할을 잘 해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지만,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한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 다양한 국가에서 온 유학생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특히 같은 기숙사에 살았던 대만 출신 교환학생과 가장 가까이 지냈는데, 모두 함께 기숙사에서 파티를 열기도 하고, 매일 인사를 주고 받으며 일본 이외의 나라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다양한 국가의 유학생들과 사귈 수 있다는 점도 교환학생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였다.

 

 많은 한국인들은 일본인을 특정한 개념 한가지로 정의하려 하곤 한다. 그리고 그런 정의는 일종의 편견이 돼 버린다. 나도 이전까지 일본에 대해, 또 일본인에 대해 수많은 편견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의 처음 한두 달 동안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일본인의 태도와 방식에 대해 “일본인이라 그래"라는 식의 편견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1년이라는 교환학생 생활에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충분히 파악했다고는 말 할 수 없어도, 적어도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들을 상쇄하고, 인간과 인간의 교류 안에서 그들을 대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 알릴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을 준비 부족으로 놓쳐버렸던 것 같아 한 켠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배우는 것' 이외에 '알려주는 것' 또한 교환유학생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을 깊이 새겨 06학년 교환학생들이 한양대학교를 넘어 대한민국의 알리미가 되길 바란다.

 

기은지 (사회대·정치외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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