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과 30년, 잊지 못할 겁니다"
최초의 교직원 출신 교무위원
'지난 매순간 한양과 함께했기에 후회는 없다'
흔히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말한다. 그 짧지 않은 세월을 지나온 본교는 그간의 성공적인 변화에도 만족하지 않고 국내 명문사학으로써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자 어느덧 7번째의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외길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있다. 바로 지난달 24일 퇴임식을 치룬 송영권 관리처장이다. 그는 지난 64년 본교 사학과에 입학해 한양이라는 이름과 첫 인연은 맺은 후, 지난 77년부터 본교 구매과에서 교직원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이후 지난 01년, 교직원으로는 최초로 관리처장에 임명돼 많은 기대를 받기도 했다. 위클리한양에서는 “지난 30여년의 시간동안 본인의 희노애락을 ‘한양’과 함께했다”라고 말하는 송 처장을 만나 ‘그’만의 학교사랑 이야기와 퇴임소감 등을 들어봤다.
퇴임을 앞둔 소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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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련하기보다는 정문설립, 건물신축 등 못다한 일이 많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지난 01년 행정직으로는 처음으로 교무위원(관리처장)으로 선출된 뒤, 여러 교직원들의 대표라는 생각 때문에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퇴임을 앞둔 이 시점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더욱 큰 것 같다. 하지만 후회는 남지 않는다. 지난 매순간순간을 ‘한양’이라는 이름과 함께 했고 학교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30여년의 시간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관리처장으로 부임한지 얼마 안 된 해, 학생들이 등록금으로 인해 본관을 점거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점거 첫날은 학생들과 대화를 하면서 타협점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기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총장님은 이런 것들을 상관하지 않고 본관점거중인 학생들도 내 자식이라며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난방을 부탁하셨다. 이런 모습을 통해 본교의 건학이념과 총장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내 민주화운동이 활발하던 지난 80년대 임종석(열린우리당) 의원과의 관계도 떠오른다. 임 의원이 총학생회장을 하던 시절, 그의 별명은 ‘임길동’이었다. 민주화운동으로 수배생활을 하던 동안, 변장과 위장에 능해 경찰들에게 쉽게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러다 그를 잡은 청량리경찰서 한 경찰이 승진을 하게 됐다. 그러자 임 의원은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친한 성동경찰서에 잡힐 걸 그랬다”며 능청을 떨기도 했다.
후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관리처장이라는 자리는 학교의 모든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자리다. 그렇기에 교수들에게는 부족함이 없는 연구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학생들에게는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학습권을 보장하고 면학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 언제나 그 점을 잃지 않고 업무에 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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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학교주변정리와 한양인들의 숙원사업인 정문건립에 힘써줬으면 한다. 현재 학교 정문 주변에 위치한 상가, 노점상들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정문건립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약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본교에 번듯한 정문 하나 없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더 나아가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학교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정보통신관, 제3법학관, 경영관 등의 신축건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부탁하고 싶다.
퇴임 후 계획은
우선은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어느새 훌쩍 커 새로운 가정의 가장이 된 장남 녀석을 보면 미안하기만 하다. 많은 관심을 주지는 못했지만 두 자녀 모두 우리학교를 졸업하고 늠름한 청년이 됐다. 지난 시간, 가족들과 쌓아만 뒀던 대화거리들을 서서히 풀어나갈 생각이며 아내와 운동, 등산 등 취미활동을 함께 하고 싶다.
하지만 퇴임했다고 해서 ‘한양’이라는 이름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학교 내에 퇴직한 교직원들을 위해 마련된 ‘교직원 퇴직자 모임’이라는 단체가 있다. 그 단체에서 그동안 내가 쌓아왔던 업무의 노하우, 인맥 등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학교의 발전을 지켜볼 것이며 때론 도움이 되기도 하겠다.
한양 가족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면
우선, 이 곳에서 보낸 30년 가량의 세월을 아무 탈 없이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한양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퇴임을 앞둔 어느 날, ‘예지문’을 통해 등교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저들이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동안 때론 많은 시련들과 고통들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애교심과 한양인들의 도움 덕에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한양 가족들도 학교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교 구성원들과 힘을 합한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모두가 한양의 주인임을 잊지 않고 살아갔으면 한다. 나 역시, 퇴임 후에도 본교의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을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최남영 학생기자 hynews01@ihanyang.ac.kr
사진 : 변휘 학생기자 hynews69@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