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맥박을 찾아서 141 : 날고 싶었던 '꿈', 이제 하늘을 가진다

 기술ㆍ노동 집약적 항공우주산업, 미래 한국의 견인차 될 것

 

 하늘을 나는 것은 인간의 꿈이었다. 하지만 라이트 형제가 그 꿈을 실현한 이후, 이제 하늘은 세계적인 산업, 기술, 그리고 안보경쟁의 각축장으로서 더 이상 ‘꿈’의 무대가 아닌 전장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 전장에 뛰어들기 위한 항공우주 산업의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의 기술로 만든 초음속 전투기인 T-50 고등훈련기가 대량생산 체제로 돌입했으며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중동순방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T-50의 수출계약이 성사됐고 최초의 우리 우주인을 모집하는 등 최근 항공우주산업은 미래 한국의 전략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래서 미래 한국 산업을 이끌어 나갈 견인차로 항공우주산업을 지목하는 조진수 교수(공과대·기계) 교수의 연구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항공우주산업, 미래 한국의 견인차

 

   
 

 “1977년 현대에서 포니 자동차를 처음 만들어 미국 시장 진출을 이뤄내며 국민 소득 1만불 이상의 국가를 만들 수 있었어요. 이제 국민 소득 2,3만불 달성을 위해 추진해야 할 산업은 바로 항공우주 산업입니다. 실제 2만불 이상을 이미 달성한 24개국 중 UAE와 같은 산유국, 호주와 같은 관광국을 제외한 경우 모든 국가가 항공우주산업 선진국입니다. 스웨덴의 기업인 사브는 자동차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1960년대부터 제트기 생산에 뛰어들어 현재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고급기종 항공기를 생산하고 있는 회사이며 일본 역시 1980년대 말에 제로섬 파이터를 생산했던 항공우주산업 선진국이죠. 항공우주 산업은 전 산업분야의 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기술집약적 산업입니다. 모든 산업분야가 세계 1류가 아니면 항공우주산업의 선진화는 불가능합니다”

 

 항공우주산업은 21세기 첨단산업을 선도하는 시스템 종합산업 및 고부가가치 부품 제조산업으로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대표적인 지식기반 산업이다. 항공 산업 제품은 고부가가치의 첨단 기술들이 복합적으로 활용되므로 기계, 전자, 컴퓨터, 통신, 정밀 기계, 신소재 등 광범위한 분야의 복합기술 발전 및 관련 산업으로의 기술파급효과를 촉진할 수 있다. 또한 보잉 777 한 대를 개발하기 위해 1,500여명의 전문 엔지니어들이 수년에 걸친 연구기간 동안 투입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많은 연구 인력을 필요로 하며, 또한 수십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항공기 제작의 특성상 자동화가 어렵기 때문에 고급 인력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노동집약적 산업이기도 하다. 한편 국가 위상 제고와 자주국방 능력 보유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략적 중추 산업으로서 항공우주산업은 현대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무기체계로 미래 안보에 필수적인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주변 열강이 다투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은 육군 전력 이상의 공군력과 해군력을 보유해야 할 필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항공우주산업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로서 자주국방과 함께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산업을 육성한다면 더욱 좋은 일이 아니겠어요. 최근 T-50 수출 계약 성사는 고무적인 성과입니다. 또한 대통령 집무실 양쪽에 T-50과 KT-1 사진이 걸려 있는데 정부 차원의 관심이 있다는 증거죠”

 

 “항공 산업과 우주 산업이 함께 커야 합니다”

 

 하지만 조 교수는 현재 우리 항공우주산업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 역시 잊지 않았다. 지난 달 5일 어린이날, 수원 공군비행장에서 블랙 이글 곡예비행단의 A-37이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우리 항공 산업의 현실을 치부를 드러낸 사건”이라며 안타까워하며 더 많은 투자와 기술 개발만이 이러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우주인 선발과 민간 우주여행 등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역시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산업 발전을 상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지만 실제 산업 확충과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가 더욱 중요하다는 강조한다.

 

   
 

 “항공 산업 기술과 우주산업 기술의 접목은 보통 발사체 분야에서 찾아 볼 수 있어요. 발사체가 빠른 속도로 대기권을 벗어나기 위해 공기저항을 극복하는 설계, 이러한 공기저항 극복을 위한 전산해석 및 시험 기술은 항공 산업에서 파급된 부분이죠. 또한 소재분야에서도 항공 제품과 우주 제품이 기본적으로 가볍고, 튼튼하며, 부식되지 않고, 마모되지 않는 소재여야 한다는 점에서 동일성을 가지고 있고 인공위성과 항공기의 제어기술 역시 같은 뿌리를 갖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접목이 가능해요. 항공 산업과 우주 산업이 함께 커야 합니다”

 

 첫 비행의 추억부터 공기역학 연구까지

 

 “어릴 적 대방동에 살았어요. 집 근처의 샛강에서 친구들과 함께 부대끼고 놀았죠. 그 때 강 건너 여의도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곤 했어요. 우리 집 남쪽에 펼쳐져 있던 논둑길을 따라가다 마주치는 철조망 너머에는 공군사관학교도 있었어요. 내 눈에는 대방동 하늘이 여의도에서 뜨는 여객기와 공군사관학교에서 뜨는 군용기로 가득 차 있는 듯 했죠. 많이 보고 꿈꾸면서 자연스럽게 비행기에 관심을 가졌고 국민학교 3학년 때 선친이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계셨던 미국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어요. 1965년도에 처음으로 제트기를 타게 된 것이죠. 당시 제트기를 타 본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되겠어요. 보잉 707을 타고 일본, 시애틀을 거쳐 보스턴 공항에 도착하기까지의 비행은 제 첫 비행이자,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국내 항공 산업의 권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조 교수에게도 첫 비행의 기억은 영원히 간직될 소중한 꿈이었다. 하늘을 날고 싶었던 ‘꿈’을 가졌던 소년은 이제 그 꿈을 넘어 하늘을 가지기 위한 ‘꿈’을 새롭게 꾸고 있다. 조 교수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공업센터 1층의 응용공기역학 연구소에는 조 교수와 같은 꿈을 꾸는 젊은 연구원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지난 2004년까지 한국과학재단의 후원으로 FAST(Future Air Speed Trans) 연구를 진행했어요. 고속철은 시속 400 Km를 달릴 수 있어요. 하지만 자기부상 열차는 지면과 간격을 두고 떠 있는 상태에서 달리기 때문에 마찰력이 없어요. 그 이상의 눈부신 속도가 가능합니다. 실제 일본과 상해의 일부 구간에서 운행되고 있지만 자장의 형성과 비용의 문제 등으로 인해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미래의 새로운 교통수단으로서 자기부상과 공기부상의 장점만을 포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현실적인 실용화 단계 이전에 새로운 기술을 미리 발굴하고 시험하는 기술 선행연구입니다. 땅 위를 달리지만 분명 항공 산업 기술이죠. 이렇게 공기역학은 비단 비행기뿐만이 아니라 모든 교통수단 및 기계공학에 응용됩니다. 항공 산업 기술의 파급력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우리 연구소가 주력하는 공기역학은 항공우주산업 이외의 모든 기계공학 부문에 응용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물 없어도 보름은 버티지만 공기가 없으면 2분밖에 못 버텨요.(웃음) 그만큼 공기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외에 조 교수의 연구팀은 FAST와 같이 공기역학을 다른 산업 부문에 응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 노력을 진행 중이다. 또한 항공우주산업단(KAI)의 T-50 생산과 관련한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했으며 KAI의 후원으로 항공기 설계용 공력 프로그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 분야 이외에도 조 교수는 항공우주학회 사업이사로서 항공우주개발과제 및 항공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정부 정책 평가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또한 국방안보포럼의 이사로서 공군력 및 방위산업에 대한 정책제안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덕분에’, 항공산업의 중심에 ‘한양’을 새긴다

 

 현재 기계공학부 학부과정에는 항공우주공학에 관한 전공 과정이 없다. 조 교수가 유일하게 학부생들과 만나는 자리는 전공선택과목인 ‘항공우주공학’ 강의뿐이다. 하지만 한 학년 230명의 기계공학부 학생 중 180명 이상이 늘 조 교수의 강의를 가득 채워주고 있으며 대학원 진학 과정에서도 항공우주 공학에 관심을 가진 많은 학생들이 응용공기역학 연구실을 찾고 있다.

 

 “학부생들과의 강의에서 나는 개념 위주의 수업을 강조합니다. 공식은 모두 책에 있어요. 언제든 필요하면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애써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공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활용해 할 수 없어요. 대학원생들에게는 늘 예의범절을 강조하는데 늘 연구팀 단위로 활동해야 하는 엔지니어들은 선·후배 사이의 예의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우리 연구소는 매 학기 여름에는 산으로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MT를 가는데 조직생활 경험과 인성강화를 위한 중요한 교육과정입니다. 이러한 내 생각에 잘 따라주는 학생들에게 늘 고마울 뿐입니다”

 

 조 교수는 이러한 학생들의 관심과 노력이 바로 “우리학교가 항공산업에서 나름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던 힘”이라며 “학생들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수님 덕분에 주량이 폭탄주 3잔까지 늘었다”라며 우스갯소리를 늘어놓는 연구원 역시 조 교수에게 “고맙다”라고 말한다. 같은 ‘꿈’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은 서로에게 매일 ‘덕분에’라며 감사를 표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덕분에’ 한양은 항공산업의 중심에 그 이름을 새기고 있다.

 

변 휘 취재팀장 hynews69@ihanyamg.ac.kr
사진: 김유라 사진기자 gurapoet@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조진수 교수는 1979년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 후 81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88년미국 Purdue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공군 사관학교 교관 및 미국 Allison Gas Turbine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포항공과대학, Purdue University를 거쳐 지난 93년 본교 기계공학과로 부임했다. 이후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위촉연구원, 산업자원부 추진장치 로드맵 전문위원, 로드맵 총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인증심의위원, 산업자원부 항공우주개발과제 평가위원 등으로 현재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외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며 국내 항공우주공학의 권위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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