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맥박을 찾아서 143 :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말짱'의 비결

 "설득 이론의 현실 적용 위해 노력할 것"

 

 ‘말짱’이 대세다. 대중에게 ‘이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를 목소리 높이던 웅변학원은 사라지고 대입과 입사시험을 대비해 자신의 의견을 조리있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스피치 학원이 주목받고 있다. 침묵을 미덕으로 꼽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설득시켜야 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한 능력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인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한 「설득의 심리학」을 통해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역설하는 이현우(언정대·광고홍보)교수의 목소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설득의 심리학」,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필독서

 

   
 

 “「설득의 심리학」은 미국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중 읽었던 책입니다. 너무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에 당연히 번역됐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10년 만에 돌아 온 한국에 아직도 소개되지 않았더군요. 제가 처음 이 책을 만난지 10년이 지났지만 시공간을 초월해 현대인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번역을 시작했어요. 쉽지 않았고, 다시는 번역 따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고생했지만 ‘고맙다’는 독자들의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덕분에 또 다른 좋은 책을 계속해서 찾고 있어요.”

 

 「설득의 심리학」은 지난 96년도에 출간됐다. 당시에는 큰 반응이 없었지만 2002년의 개정판이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됐고 이제 경영자들의 필독서 중 하나로 꼽히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이 교수는 「설득의 심리학」이 뒤늦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된 이유를 우리 사회의 변화에서 찾는다. 인간 · 조직관계가 지난 시기의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인 구조로 변화하며 그만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람은 제각기 다릅니다. 모두 같다면 설득은 필요없겠죠. 이제 다름을 극복하기 위해 폭력이 아닌 언어가 공통의 해답으로 자리잡았어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득의 이론을 탐구했던 이유는 법정에서 스스로를 변론해야 했던 그리스 사람들에게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능력이 바로 설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변호사가 법정에서의 설득을 담당하고 있지만 생각과 입장의 차이를 조율해야 하는 모든 삶의 현장에서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은 현대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는 것이 꼭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용어의 어원이 ‘나눈다’라는 라틴어라는 사실로부터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의사를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 이 교수는 진정한 ‘말짱’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은 빠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말짱’이 사람들에게 화제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인들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절감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의사전달의 방법에 있어 내용을 갖추지 않은 채 단지 형식과 이미지에만 집착하는 언어는 바람직하지 못해요. 설득 이론은 내용과 형식을 고루 갖춰야 할 것을 주문합니다. 자신의 언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미사어구만 남용해 상대방을 혼란시키는 것은 잘못된 설득입니다. 긍정적인 내용을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올바른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말짱’의 모습일 것입니다.”

 

 현실에 대한 고민 중, ‘커뮤니케이션’과 마주치다

 

   
 

 “사실 문학을 좋아했어요. 한대신문 학술문예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적도 있었고 소설가의 길을 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12·12와 5·18을 겪으며 불의에 대해 어떻게 대항하고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한대신문사 기자, 학생회 대표 활동을 하면서 그 답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그래서 마지막까지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문학도 매력이 있지만 맞는 것, 맞지 않는 것을 규정할 수 있는 사회과학을 하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결정하지 못했죠.”

 

 이후 영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떠난 미국 유학생활에서 이 교수는 우연히 커뮤니케이션과 마주하게 된다. 첫 학기에 들었던 ‘커뮤니케이션 이론’ 강의가 인생을 바꿔 놓았다는 이 교수는 현실의 대립과 소통의 문제를 언어로서 풀어가는 설득 이론이 풀리지 않았던 고민의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실마리라고 믿게 됐다. 그리고 유학 시작 두 달 만에 전과를 해 지금까지 설득 이론을 연구하고 있다. 강의 하나가 스스로의 인생의 바꿀 수 있었듯이 이 교수는 강단에 선 지금 자신의 강의가 학생들에게 새로운 목표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교육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개인의 목표만 근심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아쉽다. 또한 주어진 문제를 소화하는 데 집중하며 새로운 고민을 개발하는 과정을 등한시했던 대입을 위한 경쟁적 교육의 문제점이 학생들의 모습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금만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 버거워하고, 열정을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야 할 대학이라는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다. 때문에 이 교수는 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를 당부하고, 또한 그 조력자로서 강단에 설 것이라고 말한다.

 

 “정 많고 따뜻하고 젊은 패기의 학생들을 보면 늘 힘을 얻어요. 하지만 광고홍보학과 학생들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친구들입니다. 그래서 더욱 새로운 공간과 틀에 대한 자유롭게 대처하기를 바라죠. 과거에 대해 후회하는 순간 자신은 늙은 것입니다.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는 데 있어 내 교육이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큰 보람입니다.”

 

 연구실 밖, 삶의 현장에서 설득은 더욱 빛난다

 

   
 

 “강단은 학생을 위해 베푸는 자리입니다. 내가 배운 것을 통해 학생들의 시행착오를 최소화 시킬 수 있겠죠. 서비스 정신을 가진 베푸는 교육을 하고 싶어요. 또한 ‘교육의 목적은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습득된 지식의 실천에 있다’는 스펜서의 말처럼 단지 지식 전달이 아닌 일상생활의 실천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참교육을 하고 싶어요.”

 

 좋은 이론보다 더 유용한 것은 없다. 좋은 이론은 말과 글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더욱 그 가치를 빛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철학을 이 교수는 다시 한 번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현재 이 교수는 보건당국에서 벌이고 있는 건강관련 금연, 음주 캠페인 등의 자문 역할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낳기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 CEO 포럼에서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설득 이론과 실례를 소개하는 인터넷 방송 ‘설득심리’를 진행하며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경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YWCA등의 NGO에서 설득 이론과 홍보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실무적 교육과 컨설팅, 그리고 자문활동 역시 이 교수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과제다. 어떤 조직보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설득과 홍보 활동에 주력해야 할 많은 NGO들이 오히려 커뮤니케이션 관련 실무자가 부재하거나 홍보에 대한 경험과 능력도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설득 이론이 연구실 밖의 삶의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돼야 할 현실중심적인 이론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 교수의 노력은 더욱 빛나는 것이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말짱’의 비결

 

 “특별히 내가 말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대화 속에서 상대방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나름의 기준과 규칙은 있죠. 나와 함께 대화를 하고 있는 상대방이 과연 나를 이해하고 있는가, 차이가 생기고 있지는 않은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죠. 내 의견을 잘 표현하는 것보다 대화 속에서 상대방의 작은 반응을 민감하게 알아채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감각을 얻게 된 것이 굳이 얘기하자면 말을 잘할 수 있는 이유겠지요.”

 

 ‘어쩜 이렇게 말을 잘 하세요?’라는 엉뚱한 질문에 대한 이 교수의 답변이다. 실제 한 시간 남짓의 인터뷰는 매우 즐거웠다. 항상 다음 질문을 짜내기 위해 인터뷰 내내 식은땀을 흘렸던 기자였지만 스스로 새로운 화젯거리를 던지고 기자가 질문이 궁해질 때마다 더 풍부한 얘기를 들려주는 이 교수의 모습에서 ‘말짱’이란 말을 잘 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말짱’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남에 대한 배려부터 시작하세요. 그래서 ‘한양’이 곧 커뮤니케이션의 강자를 증명하는 이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이 교수의 당부만 실천한다면 한양인 모두가 ‘말짱’이 될 수 있다고 기자는 감히 확신한다.

 

글 : 변 휘 취재팀장 hynews69@ihanyang.ac.kr
사진 : 김유라 사진기자 gurapoet@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이 교수는 지난 1982년 본교 영문과를 졸업, 84년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신문방송학 석사, 89년 미시간 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89년부터 91년까지 미국 Wake Forest 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조교수로 재직했고 94년까지 인사 조직 교육 컨설팅 회사 한국 페르소나 대표 컨설턴트로 강의 활동을 했다. 94년 본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부임해 홍보실장,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으며 2003년까지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연구교수로 활동했다. 지난 97년부터 2000년까지 UNEP(유엔 환경 계획) 한국위원회 운영위원으로서 97년 세계 환경의 날 기념 UNEP GYF (Global Youth Forum:세계 청소년 환경 회의) 조직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한국언론학회 이사, 국정홍보처 자문교수, 한국학술진흥재단 사회과학분야 담당 책임전문위원,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광고홍보학회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정부혁신지방자치위원회, 소비자 보호원 정책자문위원, 중앙인사위원회, 질병관리본부 등의 정책홍보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외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설득의 심리학」을 비롯해 「체인징 마인드」, 「성공하는 리더를 위한 합리적 협상법」 등의 번역서 및 지난해 발표한 「한국인에게 가장 잘 통하는 설득전략 24」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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