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심 교육학과 교수
A, B, C라는 세 명의 선생님이 있다. A 선생님은 좋은 대학을 가려면 무조건 수학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B 선생님은 수학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각오하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C 선생님은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위인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철학자들의 논리적 사고를 수리적 사고에 연관 지어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연 어느 선생님의 설명이 학생들의 자발적인 학습 의지를 자극할 수 있을까. 장형심 교수(교육학과)의 설명이다.
내재적 동기의 중요성을 말하다
장 교수의 연구는 3가지 주제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학생들의 학습 몰입도에 관한 연구다. 장 교수의 연구에서 '교수자'는 가르치는 사람을 통칭한다. 가정에서는 부모, 학교는 선생, 직장에선 상사다. 장 교수는 교수자가 수학 대상을 어떻게 가르칠 때 몰입도가 높은지를 연구했다. “강제적으로나 보상에 기댄 학습은 건강하지 않은 몰입이에요. 지구력과 창의성이 떨어지고 자신을 성장시켜 주는 자양분들이 활성화되지 않아요.” 장 교수는 스스로가 학습에 가치를 두기 위해 자발적 행동의 근간인 ‘내재적 동기’를 발현시켜야 한다고 했다.
다음 주제는 비흥미 단원의 학습 증진을 위한 연구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분야를 학습해야 할 때 자율적 동기를 가지고 참여하도록 이끄는 법을 분석했다.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은 해당 과목을 배우는 걸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이에 장 교수는 “수학을 배워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내면화시켜 학문의 숨겨진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처벌이나 보상, 혹은 타인에 의해 영향받아 행동하는 것을 통제적 동기라고 해요. 여기서 벗어나 스스로 가치를 인정하고, 자율적 동기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해요.” 맨 처음으로 돌아가, 수학 선생님 A, B, C의 예를 생각해보자. 대학이란 조건이나 처벌을 내세운 A, B 선생님보단 수학을 논리적 사고와 결합해 학문의 본질적인 의미를 가르치는 C 선생님의 설명이 단연 바람직하다.
“경험적, 실증적 데이터들을 모아 굉장히 세심하고, 실현 가능한 중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하나의 큰 주제로 잡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선행 연구들을 토대로 특수한 교수 방법 및 총체적인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개발하고 있다. 학습에 대한 자발적인 동기와, 이를 이끄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전체적인 연구 과정의 연장 선상인 셈. 부모들이 아이를 양육하거나,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주체적인 학습 몰입을 위한 보편적인 길라잡이를 제공한다.
학습 모형 정교화 한 연구로 진일보
장 교수의 이번 논문은 기존 논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성과다. 우선 연구 모형이 정교해졌다. 기존 연구의 프로세스는 몰입의 경로가 하나 뿐이었다. 교수자가 자율성을 지지하면 좋은 몰입이 발생하고 긍정적인 학습 결과가 나온다는 가설 하에 연구가 진행됐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학습 비몰입의 경로를 추가했다. 기존의 연구가 건강한 학습 결과와 긍정적 변화의 기본 틀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좌절과 비관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항목을 추가해 몰입-비몰입의 경로를 이중으로 다뤘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학습자가 교수자에게 영향을 주는 현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교수자는 학습자에 비해 권위적이기 때문에 학습자로부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가정이 있었다. 하지만 연구 결과, 학습자도 교수자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상보적 관계가 드러났다. 선생님이 더 자율적이거나, 더 통제적으로 변하는데 학생이 영향을 끼치는 것.
의미 있는 결과 뒤에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이해력이 요구되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집단을 선정해 세 차례의 추적 연구를 진행했다. 고등학생 1, 2학년을 500명을 대상으로 1,500회의 설문 조사가 이뤄졌다. 장형심 교수는 본인의 연구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정밀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검증을 해내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실증적인 입증을 바탕으로 교수자와 학습자 간에 중재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학자로서 책임 다할 것
장형심 교수는 연구에 대한 원리와 현상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부모의 양육 장면이나 기업 장면, 교실 장면 등 각기 다른 사회적 맥락에서 나타나요. 다양한 변인들에 맞춰 해당 생태계에서 나오는 특성들을 읽어내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거예요.” 장 교수는 학습자가 교육을 통해 인식의 가치를 발견하고, 배움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공부를 앞둔 한양인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어떤 분야든 공부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그 공부를 하겠다는 열망이 어디서 오는지 들여다봤으면 좋겠어요. 취업, 스펙이 전부가 아닌 진정으로 본인의 성장을 위한 공부를 하세요. 자발적인 동기로 임한다면 밝은 경로가 여러분을 기다릴 거예요.”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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