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삼매경, 열대야 이겨내는 피서지

 다독상 안산학술정보관 최우수상 김태영(국문대 국문4) 군

 '너 무슨 책 읽고 있니?' 그 첫 번째 이야기, 「영원의 아이」

 

 방학을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7부 능선을 훌쩍 넘어섰다. 아직 휴가를 떠나지도 못했는데 지리 한 장마에 눅눅해진 몸과 맘을 추스르기 무섭게 푹푹 찌는 열기 가득한 태양은 이내 다시 초콜릿 녹이듯 의지를 녹이고 만다. 이 험난한 시기를 지혜롭게 보내는 방법이 없을까. 이에 곰곰이 생각하던 위클리 한양은 독서를 그 해답중 하나로 내 놓았다. 그리고 같은 학우의 시점에서 흥미로운 책을 소개하기 위해 학내에서 독서에 관해서 일가견이 있는 다독상 수상 학우와 독후감대회 수상학우의 추천을 받기로 했다. 그들은 관연 어떤 책을 읽었을까? 이 궁금증을 품고 열대야의 기나긴 밤을 같이 해쳐나가 보자.

 

 

 

 하늘이 열려 세상이 물에 잠길 듯 쏟아지던 장마가 지나갔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무심코 활짝 열어둔 방의 창문으로 빗방울이 쏟아져 들어와 책상의 책꽂이에 가지런하게 놓여있던 책들이 흠뻑 젖어 가슴을 아프게 했던 것이 어제, 오늘 일어난 일만 같은데 장마가 지나갔다는 뉴스를 보니 기분이 묘합니다. 조만간 한 여름의 무더위가 찾아올 것 같습니다. 더불어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열대야도 함께 말입니다.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그 심정은 한 여름을, 열대야를 지내는 모든 사람이 같지 않을까요?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열대야의 잠 못 이루던 밤을 몇 권의 책들과 함께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읽은 책 중에서 여름날 밤에 읽을 만한 책을 한권 소개하고자 합니다. 소개하고 싶은 책은 일본 작가 "텐도 아타라"가 쓴 "영원의 아이"라는 책입니다.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이 다가올 무렵에 도서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서가에 놓여 있는 것을 본 것이 이 책과의 첫 대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밤을 새며 독파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날이 시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물론 책을 읽지 않았어도 시험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을 테지만 말입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대로 "영원의 아이"라는 책 속에는 "구원받고 싶었던 세상의 고통에서 구원받고 싶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책의 장르를 구분하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우선 제 나름대로 장르를 정의한다면 “미스터리 성장 스릴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큰 병원에 붙어 있는 동물원이라고 불리는 아동 정신 병동이 있는데 이곳에 입원한 아이들은 각자의 증세에 따라 동물에 관련된 별명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온몸에 담뱃불로 지져진 흉터가 마치 기린의 얼룩처럼 보여서 지프라(기린), 어두운 곳에 갇혔던 기억 때문에 어두운 곳을 광적으로 무서워해서 지어진 모울(두더지), 아버지의 성폭행으로 인해 자신의 몸에 냄새가 난다고 여겨 호스로 몸에 물을 뿌려서 붙여진 루핀(돌고래)라는 별명들을 지니고 있는 료헤이, 쇼이치로, 유키 세 소년, 소녀가 만나면서 소설은 시작합니다. 이들이 만나면서 기묘한 사건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아이의 몸에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게 한 엄마가 살해된 채 발견되는 등 어린 아이들에게 폭력과 학대를 가하던 부모가 한 명씩 살해되는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세 사람의 삶이 모이면서 소설은 세 사람의 기억 속으로 녹아들어 갑니다. 더 이상의 줄거리 소개는 오히려 책을 즐기는데 방해가 될 수 있기에 줄거리 소개는 이만 줄이겠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어느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소개문에서 이야기하듯이 기묘한 살인 사건과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음습한 병리 현상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원의 아이"는 제가 읽는 내내 가슴 한 구석이 차가운 바늘에 찔린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이야기의 한 줄기, 한 줄기가 서늘한 감각으로 눈을 붙잡고 놓아 주질 않았습니다. 재미와 감동이라는 같이 존재하기가 참 힘든 두 가지의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여름날 아침의 찌는 듯한 더위에 지치고 열대야 현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순간에 비장의 수단으로 침대 머리에 올려 두고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어 이렇게 추천합니다.

 

국제문화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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