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숨은 우렁각시

 한양의 숨은 2인치, 클린 한양 책임지는 청소아주머니

 "인사 잘하는 학생이 가장 예뻐"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캠퍼스, 열정을 쏟으며 공부하는 강의실, 그리고 쌓인 근심을 푸는 장소인 화장실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소중한 땀방울이 숨겨져 있다. 한양인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 주시는 청소아주머니들이 바로 그 숨은 주인공. 이번 주 위클리 한양에서는 그들의 숨은 노력을 ‘한양의 숨은 2인치’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학생들은 나에게 용기를 주는 존재”

 

   
 

 많은 한양인들이 한참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인 아침7시. 하지만 청소아주머니들의 일과는 이때부터 시작이다. 밤새 채워진 휴지통을 비우고, 바닥을 쓸고 닦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은 청소아주머니들이 출근해 가장 먼저 하는 일. 청소아주머니들은 우렁각시처럼 한양인들이 본격적으로 등교하기 시작하는 9시 이전에 이 모든 것들을 끝낸다.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백남학술정보관 청소 담당인 이진숙 씨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이 고될 때도 있지만 학생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하는데 보탬이 된다는 자부심에 열심히 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주머니는 중도에서 밤낮 없이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며 “자신에게 삶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학생들에게 오히려 고맙다”며 환하게 웃으신다.

 

 “보이는 곳에 쓰레기 버려줬으면”

 

 곳곳에서 밝은 표정으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 그러나 아주머니들의 얼굴이 항상 밝은 것만은 아니다. 수시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바닥을 쓰는데도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끊임없이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도 있다’라는 경제원리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더운 날 땀을 흘리며 애지문 근처를 쓸고 계시는 한 아주머니는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는 학생들이 더없이 예쁘다(?)고 한다. 의아한 기자가 이유를 묻자 아주머니는 “난간이나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쓰레기를 억지로 집어넣는 학생들이 많다”며 “차라리 청소하기 쉽게 쓰레기를 바닥에 버려달라”는 안타까운 바람을 학생들에게 전했다.

 

 이들도 누군가의 ‘어머니’

 

   
 

 생활과학대학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 강경자 씨는 자신의 아들도 현재 서울의 모 대학에 다니고 있어 처음 이 일을 시작 할 때 무척이나 망설였다고 한다. 하지만 살림이 어려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일을 시작했는데 늘 격려해주던 아들이 어느 날 일을 그만두시라고 했다며 “아들이 아마 학교에서 일하는 청소아주머니를 보고 그런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있을 때에는 너무 속상해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고. 하지만 이내 아주머니는 “나를 볼 때 마다 ‘감사하다’며 음료수를 건네주시는 한 교수님과,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며 무거운 짐들을 대신 들어주는 학생들이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일에 임하고 있다”라며 늘 아들, 딸 같은 학생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대, 한번이라도 인사 건네 본 적 있는가’

 

 재작년 안산캠퍼스에서 열린 ‘한양 가족 한마당’은 안 보이는 곳에서 묵묵히 학생들의 학습 환경 조성을 위해 애쓰는 직원과 학생들과의 만남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은 이색적으로 청소직원들이 뽑은 ‘학생들을 가장 혼내주고 싶을 때’와 ‘학생들이 가장 예뻐 보일 때’를 발표하여 참석자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냈다. ‘직원들이 가장 혼내주고 싶은 미운 학생’ 3위에는 ‘분리수거 안 하는 학생’이, 2위에는 ‘화장실 지저분하게 쓰는 학생’이, 1위에는 ‘아무 곳에나 휴지를 버리거나 침을 뱉는 학생’이 뽑혔다. 또한 ‘가장 예쁜 학생’으로는 3위에 ‘힘들 때 도와주는 학생’이, 2위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가장 예쁜 학생 1위에는 ‘인사 잘하는 학생’이 뽑혔다.

 

 그대, 한번이라도 청소아주머니들에게 인사를 건네 본 적이 있는가. 많은 학생들은 청소하고 계시는 아주머니를 보며 늘 감사한 마음을 지냈지만 왠지 모르게 쑥스럽고 어색해 그냥 지나치게 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앞으로 청소를 하고 계시는 아주머니들을 보면 웃는 얼굴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와 같은 한마디 인사의 말을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당신의 인사는 청소아주머니들의 환한 웃음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그러한 한양인들은 마음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생임에 틀림없다. 설혹 아쉽게 얼굴은 그렇지 않을지(?) 모르지만.

 

박슬기 학생기자 tmfrl13@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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