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어떻게 쓰냐구요?'
백남학술관 독후감 대회 최우수상 임태우 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감옥에서 살면 얼마나 답답할까?"
저는 지난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탈 수 있었던 팁을 한 가지 말씀 드릴까 합니다. 먼저 어떤 책을 선정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당시 백남학술관은 독후감을 쓰기 위한 도서를 분야별로 지정하고 있었습니다. 인문 분야부터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습니다. 그 가운데 어떤 책이 자신과 가장 잘 맞느냐가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책을 가지고 자신이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느냐 말입니다. 그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독후감은 단순히 책에 대한 감상만을 적는 것이 아닙니다. 책을 읽고 느낀 것이 책 밖으로 나와 사회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사회적 맥락을 얻는 것, 그것은 ‘열린’ 독후감을 쓸 수 있는 단초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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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러 도서 가운데 사회적인 의미가 가장 풍부하다고 생각한 책을 골랐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입니다. 이미 다들 알고 계신 책일 것입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여러 모로 대표성을 띈 책입니다. 그래서 독후감을 쓰기가 수월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더 어렵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그 책에 대한 해석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견해를 갖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감옥에서 살면 얼마나 답답할까?’가 독후감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기존의 서평과 평론들은 대부분 신영복 교수의 편지에 담긴 철학적 사색을 좇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과는 다르게 감옥에 갇힌 후의 심리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20여년의 수감 생활을 몇 가지 심리적 진행 단계로 구분한 결과, '① 내면으로의 침잠 → ② 삶에 대한 내면적 관조 → ③ 관계론 적 삶의 심화 → ④ 실천적 삶의 재인식'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신영복 교수가 처음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후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 그는 스스로 고독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세상과 영원히 격리되었다는 현실에 절망적인 몸부림을 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차츰 수감 생활에 익숙해지자 자신의 내면에 눈을 뜨게 됩니다. 한없이 고독감에 빠져있기보다는 각오를 다지고 내면을 다스리는 일에 관심을 가집니다. 동양의 고전들을 하나 둘 섭렵하고 선인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입니다. 절망적인 공간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려는 한 인간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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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중에 동료 수인들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자상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회에서 죄를 짓고 버림받은 그들이지만 결국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수감 말기에 가서 그는 완연한 생활 꾼의 모습을 갖춥니다. 맏형으로서 감옥의 대소사를 챙기고 후배들을 성심껏 챙깁니다. 그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치고 있습니다.
편지를 통해 드러나는 그의 심리적 변화를 에누리 없이 독후감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각 심리적 단계별로 편지를 분류하고 중요한 문장들을 발췌했습니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제 생각들을 채워 넣었습니다. 그러자 한 편의 독후감이 완성되었습니다. 저만의 새로운 해석이야말로 제가 최우수상을 타게 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임태우 (전자전기컴퓨터 4) 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