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인간세상을 비웃소이다

 백남학술관 독후감대회 장려상 김현주(국문대 중문3) 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고양이의 시선이 전하는 마력 가득한 소설

 

 -인간이란 동물은 사치스럽기 짝이 없다. 발이 네 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두 개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사치다. 네 발로 걸으면 그 만큼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언제나 두 발로만 걷고, 나머지 두 발은 선물 받은 말린 대구포처럼 하릴없이 드리우고 있는 건 우습기만 하다.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중 -

 

   
 

 책에는 힘이 있습니다. 좋은 책은 읽는 내내 독자를 흠뻑 빠지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소개하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역시 그런 마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독특한 세계. 그 세계에 빠져 있다 보면 나도 어느새 고양이가 되어 있고, 어느새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이르고 맙니다.

 

 이야기는 한 고양이가 주인집에 들어가면서 시작됩니다. 한 인간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 고양이는 가지각색의 인간들 모양새를 묘사하며 분석합니다. 고양이를 소설의 관찰자로 내세워 인간세상의 여러 가지 모습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도 꽤나 똑똑하고 철학적인 고양인지라 자신의 관찰 결과에 대한 생각들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이 고양이의 거만함입니다. 고양이의 주 업무인 쥐도 잡지 않을뿐더러,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을 고양이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고양이는 인간세상의 허영과 탐욕, 타락을 아주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차가운 비판은 읽고 있는 우리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마저 부끄럽게 합니다. 또한,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알지 못했던 인간의 오만함을 깨닫게 됩니다. 예사롭지 않은 이 고양이 덕택에 말이죠.

 

   
 

 이 책의 묘미는 적절한 풍자와 날카로운 표현, 그리고 웃을 수밖에 없는 절묘한 묘사들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작가의 의도, 철학적이고 거만한 고양이의 불만들입니다. 마치 어느 개그 프로그램이 개그의 풍자를 이용하여 사회적 현상을 고발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혹은 그 옛날 조선 시대 선비의 타락과 허례를 호통했던 <호질>의 현대판 같기도 합니다. 하하하 웃는 가운데 서글픈 반성의 눈물을 흐르게 하는 책입니다. 군데군데 놓칠 수 없는 즐거움,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씁쓸함.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상을 깨닫는 순간, 우리의 지성과 시야는 조금 더 넓어집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시선으로만 사물을 봅니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위대한 예술을 통해 시선을 바꿔 보는 것 또한 의미 있지 않을까요?

 

국제문화대 중국언어문화학부 3학년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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