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인을 캠퍼스 품안에

 안산캠퍼스의 '달리는 오작교', 셔틀버스 기사 동행취재기

 "한양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친절하고 안전한 셔틀버스 만들 것"

 

 학기 중 오전 9시 20분, 수업 시작 10분 전. 4호선 한대앞 역 2번 출구를 나서면 이색적인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한 무리의 학생들이 한 곳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바로 그 것. 이들의 목적지는 셔틀버스 정류장. “아침밥은 굶을지언정 셔틀만은 놓칠 수 없다”는 한 학생의 말처럼 안산캠퍼스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바로 셔틀버스이다. 이번 주 한양의 숨은 2인치는 학생과 학교 사이 끊어진 다리를 대신하는 ‘달리는 오작교’, 셔틀버스 기사로 선정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교내 주차장 한 켠에 자리 잡은 ‘셔틀버스 기사 대기실’. 컨테이너 한 칸으로 마련한 대기실 내에선 네다섯 명의 기사들이 막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요즘 같은 방학 기간엔 어느 정도 여유가 허락되지만 학기가 시작되면 열 두 명의 기사가 아침 7시부터 밤 11시 까지 쉴 틈 없을 정도로 버스를 운행하곤 한다.

 

 그렇게 365일, 그것도 하루 종일 학생들과 마주하다 보면 잊지 못할 사건, 추억도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쁜 기억이 뇌리에 더 오래 남는 법. 바닥에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이젠 대수롭지 않을 정도다. 주로 사건이 일어나는 건 11시 막차 때. 주범은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신 학생들이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구토를 하는 일은 부지기수. 심지어 기사님들께 시비를 거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이런 불상사들로 인해 막차 출발 시간이 지연되는 것은 당연지사. 학생 한 명의 그릇된 행동 하나 때문에 기사는 물론 버스 안의 학생들까지 불편을 겪게 된다.

 

 이 뿐만 아니다. 하루 종일 운전석에 앉아 운전만 하다 보니 그에 따른 피로도 크다. 하지만 주변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번듯한 대기실 하나 없이 낙후된 컨테이너 박스에서 휴식을 취하고 식사시간이 부족해 학교 식당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대신 취사도구를 이용해 직접 음식을 만든다. 그나마 다행히 얼마 전 대기실을 셔틀콕에 위치한 차량계 사무실로 이전해 조금은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셔틀버스 기사로서 힘든 점도 있지만 일을 하면서 느끼는 자부심 또한 남다르다. 안명석 씨는 “학교를 찾는 외부인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바로 셔틀버스”라며 “스스로 한양을 대표한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고 더욱 더 친절하고 안전한 셔틀버스 운행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와과 함께 한지 어느 덧 7년이라는 허석봉 씨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많은 변화를 느꼈다고 한다. 허 씨는 “학교에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은 학생들”이라며 “예전에는 학생들의 행동 때문에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요새 학생들은 예의도 바르고 인사도 잘한다. 가끔씩 수고하신다고 음료수 건네주는 학생들 있으면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물었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학생들 공부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로서의 당부와 ‘음식물을 가지고 타지 않거나 쓰레기는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작은 바람이었다. 한양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러한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킨다면 이들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 않을까.

 

하상희 학생기자 hasa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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