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문과와 이과만으로 나눠지지 않는다"

 과학철학만이 과학기술의 부작용 해결책 제시할 수 있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 과학기술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보하고 있다. 영화 속에나 등장하던 ‘인간 복제’나 ‘유전자 조작’ 등은 더 이상 낯선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게 발전하는 과학은 우리 생활에 큰 도움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윤리문제와 부딪쳐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과학과 윤리의 첨예한 대립.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연구를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과학철학자 이상욱(인문대·철학) 교수. 그는 철학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풀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과학기술이 좋다 또는 나쁘다고 단정짓는 이분법적 시각을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와 핵잠수함에 쓰이는 원자로는 같은 것인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무조건적 허용이나 규제밖에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그는 “무조건적인 허용이나 규제는 피해야 한다”며 “그런 판단의 틀을 제공해 주는 것이 바로 과학철학적 생각”이라고 말한다.

 

 과학철학은 종합적이고 생산적인 학문이라고 강조하는 이 교수는 원래 학창시절 학부와 석사과정 모두 물리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공부를 하는 도중에 철학에 큰 매력을 느끼고 이후 철학공부를 시작한 이 교수. 대학원 과학철학 협동과정을 마치고 런던대학에서까지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학문을 하면서 즐기기에는 철학만큼 좋은 분야가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수업은 이공계열과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모두 찾는다. 강의를 통해 이공계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조망을 할 수 있고,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은 이전까지 잘못 인식하고 있던 과학기술에 대한 견해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세계는 문과와 이과로 나눠지지 않는다. 이 두 계열만으로 직업을 구분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로의 방법이 다를 뿐, 이공계열과 인문사회계열은 모두 세계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본교에 부임한 이후, 이 교수는 ‘과학철학교육위원회’를 설립했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과 현대사회’와 ‘현대 과학기술의 쟁점’이라는 교양과목도 개설했다. 과학철학을 하는 이유를 물으면 “그냥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 교수. 그가 이야기하는 과학과 철학의 만남. 결코 가볍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무겁지도 않은 그 만남에 여러 사람을 초대하기 위해 이 교수는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과학철학 강의를 한다.

 

 

구은진 학생기자 eithelf@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이상욱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물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런던대학(LSE)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런던대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 철학 연구소(CPNSS) 선임연구원, Measurements in Physics and Economics Discussion Paper Series 편집간사, 런던대 철학과 객원 조교수를 지내고 본교에 부임했다. 논문으로는 국내 7편, 국외 10편이 있으며 그 밖에도 저서 2권, 번역서 1권 등이 있다. 1996년과 1997년에 각 각 'ORS Award'와 'Lakatos Scholarship'을 수상했으며, 2003년 'The Robert McKenzie Prize'를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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