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한양인 140 : 우수한 제자 양성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전공 실력 배양 통해 국제화 시대의 실용인으로 거듭나야"

 

 현대인은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각종 문명의 산물과 만난다. 아침부터 TV·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교통안내 방송을 듣고, 자동차나 지하철에 몸을 맡긴다. 지루함을 덜기 위해 휴대폰으로 오락을 하거나, 허겁지겁 리포트를 프린트로 출력하고, DVD로 영화를 본다. 심지어 몸이 아플 때 각종 의료기기들로 우리의 상태를 점검한다. 언제부터인가 변해버린 우리 일상과 너무나도 익숙해진 각종 기기들. 이렇게 우리가 매일 같이 쓰는 컴퓨터 DVD, 광마우스, 레이저 프린트, 레이저 의료기, 원자력까지 레이저의 원리를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지상 최대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저 광학을 한양의 이름으로 빛낸 이가 있다. 바로 김필수(자연대 · 물리) 명예교수. 지난 26년 한양에서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양인의 선배로써, 또 26년간 교단에 몸담은 교수로서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다.

 

   
 

 1980년 본교에 부임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6년이 흘렀다. 이렇게 긴 세월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하고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힘썼지만 큰 실적 없이 교직 생활을 마치게 되어 아쉽다. 하지만 우수한 한양의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자로서 열망을 더욱 불태웠던 원동력 이었고, 그로인해 행복했다. 유능한 제자들을 배출하고, 그들과 함께 연구 개발을 수행해 자연스레 사회봉사를 하는 것이 교수의 사명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자신이 많이 부족해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을 못 다한 것 같아 아쉽다.

 

 광학분야 연구의 초석부터 현재까지 공헌이 지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1989년 Ramsey, Dehmelt, 그리고 Paul 등이 정밀 원자 분광학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여 레이저 광학의 중요성이 고조됐다. 레이저는 물리학을 포함한 자연과학, 공학, 산업 및 일상생활에 까지 다양하게 응용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광학과 레이저를 이용한 각종 연구 개발과 산업적 수요를 예측할 수 있었다. 증가하는 수요로 인해 관련 분야 인력 양성이 필요한 시점에서 당시 우리학교 물리학과는 이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1990년 이탈리아 Trieste에 있는 국제 이론물리학 연구 센터의 레이저 분광학 겨울학교와 워크샵에 참석해 세계적 전문가와 석학들과 접촉해 연구 동향과 정보를 수집했고, 후에 Pisa대학교 물리학과 방문교수로 공동연구를 하면서 본교를 발전시킬 수 있는 앞으로의 연구 계획을 구상했다.

 

 광학 분야가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특히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연구 인력과 연구 시설 그리고 우수한 대학원생이 함께 할 때 실질적인 연구가 이뤄진다. 1990년 초기에 이 3가지의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제한된 예산으로 고가의 Ti : Sapphire laser 장비를 도입하였고, 한국 대학 교육협의회가 주관하는 물리학과 평가를 계기로 실험 기자재 구입 예산이 배정되어 광학관련 각종 실험 장치를 체계적으로 마련했다. 그와 함께 우수한 대학원생들이 광학 분야에 다투어 모여들어 연구에 큰 힘이 됐다. 그 후 한국 표준과학 연구원에서 오차환 교수님을 영입하고 송석호 교수님과 이진형 교수님이 합류하면서 국내 대학 중 손 꼽힐 만큼 잘 갖추어진 연구시설과 연구 인력을 갖춘 그룹으로 발전했다.

 

 연구자로서 또는 교육자로서 이제까지 가장 뿌듯했던 일이 있다면?

 

   
 

 무엇보다 교수로서 제자를 교육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면서 잘못할 땐 엄격히 꾸짖고, 힘들 땐 항상 힘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 때문인지 우수한 대학원 제자들이 대학교, 연구소, 산업체 등에서 인정받으며 사회에 기여하고 있어서 기쁘다. 또한 제자들이 함께하는 광학 그룹이 연구소나 산업체에서 인정받는 것 뿐 아니라, 제 1차 BK21 핵심 사업과 국가 지정연구실에 선정되고, 다수의 SCI 논문을 발표하는 등 계속된 발전을 하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도 뿌듯하다. 이번 퇴임에도 제자들이 정년기념논문집을 발간해 헌정식을 가졌는데 정말 고맙고 행복했다.

 

 명예 교수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물리, 화학, 수학 등 기초 과목이 튼튼해야 인재들이 더 좋은 기술을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교 명예 교수로서 1학년 일반 물리학 강의를 맡아 그동안 못 다한 정열을 쏟으며 성실히 강의 할 것이다. 남은 여가 시간에 건강을 위해 등산도 하고, 여행도 다닐 예정이다. 또한,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 회포도 풀고 지난 날 못 다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양의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대학생활 만큼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절도 없다. 이런 대학시절이 영원히 기억되도록 낭만을 즐기고, 사색 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며 알찬 생활을 만들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공부는 아무리 싫어도 죽기 살기로 해서 실력을 쌓아야 자신의 미래가 열린다. 유년시절부터 닦아온 기초 실력 위에 전공 실력을 길러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국제화 시대의 실용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리고 졸업 이후에 모교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글 : 황은비 학생기자 eb0178@hanyang.ac.kr
사진 : 김기현 사진기자 azure8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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