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맥박을 찾아서 146 : '수용자' 중심의 방송통신 융합을 꿈꾼다
"행동하는 휴머니스트의 참여가 아름다운 한양의 학연을 만든다"
현대인은 매스미디어에 포위됐다. 매스미디어는 기호가 아닌 인간의 일상이다. 그리고 어떤 다른 기술 분야보다 미디어 기술은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빨리 발전한다. 지상파와 케이블 TV, 인터넷을 넘어 이제 웹 캐스팅, 디지털 TV, IP TV, 와이브로 등이 개발되며 이제 방송과 통신의 경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기존의 지상파 TV가 새로운 통신망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통신기술이 지상파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이하 융합추진위)의 민간위원으로 선임된 김정기(언정대·신방) 교수의 행보는 뉴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길잡이다.
총체적 방송통신 융합의 시기, 올바른 조정자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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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통합규제기구 설립 등을 위한 융합추진위가 지난 7월 출범했다. 융합추진위는 방송위원장, 정통부 장관, 문광부 장관을 비롯해 공정거래위원장, 국무조정실장 등 6개 부처 당연직 인사와 14명의 민간위원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 논의 기구다. 융합추진위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방송망과 통신망이 결합하고 서비스가 넘나들어 경계 영역이 사라지는 방송통신 융합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기존 규제체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발족했다. 규제체계 재정립의 필요성은 이미 지난 99년부터 제기됐지만 부처간의 이해관계 등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미뤄지다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융합추진위의 첫 회의에 참석한 김 교수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법과 제도를 고치고, 또는 새로 만들며 ‘면피’해왔을 뿐”이라며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기가 다가 왔다고 말한다.
“매스 커뮤니케이션 영역은 기술·산업적인 측면에서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에 새로운 국가 역점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산업적으로 시급히 대처해야 할 새로운 환경들 역시 빠르게 조성되고 있어요. 그래서 거대 자본의 개입 등 치열한 경쟁과 갈등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갈등을 바람직하게 조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와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이러한 매스 커뮤니케이션 융합의 성과가 기술적 성취나, 산업적 이익을 넘어 이용자들에게 공유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융합추진위에서 제가 주력할 목표입니다.”
상업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는 거대 자본들의 첨예한 대립이 예견되는 새로운 매스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 수용자들의 목소리는 묻히기 쉽다. 때문에 새로운 매스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이용자들이 새로운 정보들을 더 많이 공유할 수 있도록 값싸고 질 좋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융합추진위에서는 사회 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위원들이 활동 중입니다. 지금은 상존하는 수많은 쟁점들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조정하고 법·제도의 개혁에 관한 논의들이 진행될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기술적인 문제, 그리고 산업적인 대립을 조정하는 것 이상으로 이용자들의 정보 복지를 더욱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미디어 시장에 있어서도 이용자에 대한 보급은 사업적 성패를 가늠하는 요인입니다. 때문에 기술·사업적인 차원과 함께 이용자 보급에 있어서도 논의를 잘 이끌어 나가는 것이 뉴 미디어 시대에 우려되는 정보의 불균형을 막기 위한 기구 본래의 목적과 일치된다고 생각합니다.”
‘수용자’의 역할을 찾기 위한 미디어 연구 10년
김 교수는 커뮤니케이션이 경제, 정치권력, 때로는 총구보다 더 큰 사회적 의사결정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의 힘으로 짓누르거나 정치적 권위로 억압하고 군사력으로 위협하는 힘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이 인간이 가장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바람직한 사회적 리더쉽이라는 것. 지난 2백여년 동안 우리나라의 미디어 환경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그에 따라 미디어가 현재 사회의 여론을 조성하는 등 ‘언론권력’이라고 불릴만큼 커다란 행사력을 지니고 있다. 미디어 현상과 사회 구조, 사람의 세 가지 요인이 빚어내는 파노라마가 매스커뮤니케이션 현상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미디어 환경의 발전 속에서 상대적으로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한 주체인 ‘사람’에 대한 연구는 미흡했다고 전한다. 이것이 바로 김 교수가 수용자 중심의 미디어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다. 지난 92년부터 한국인의 미디어 이용 현상과 그 사회적 효과를 연구하기 시작한 김 교수는 지난 2004년 그 동안의 연구 결과를 모은 저서 ‘한국 시청자의 텔레비전 이용과 효과 연구’를 통해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연구 사이에 의미있는 쉼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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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릉 촌사람이라 뭔가를 결정하기가 힘들지, 한 번 결정하면 꾸준히 합니다. 길게 시간을 두고 생각하며 다른 생각은 안 하죠. 지금까지의 연구를 시작할 때도 ‘10년 정도는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연구 계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10여년간 TV를 대상으로 만든 논문을 엮은 작은 성과를 얻었어요. 학술원 우수도서로도 선정됐고 논문상 수상 등을 통해 내 연구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죠. 물론 책이나 수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보람이 컸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적어도 말뿐인 사기나 가짜가 아닌 사회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거든요.”
김 교수는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의 발달과 함께 등장하는 다양한 매체들이 수용자들에게 어떻게 이용되고 어떤 사회적 현상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또한 이러한 연구 성과를 좀 더 대중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집필 활동도 모색 중이다. 지난 10년과 같이 앞으로도 김 교수는 뉴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수용자 연구에 주력할 새로운 10년을 내다보고 있다.
“대학언론이 내 우주이며 세계였다”
“나는 대학시절을 한대신문사 기자 활동으로밖에 추억하지 않아요. 신문사가 우주이며 세계였죠. 그 당시 신문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엽기적인 기호와 기질을 가진 기인들이 모여 있었어요.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한 뛰어난 사람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서로 부딪힐 때마다 하나씩 더하고 빼면서 살아갔죠.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되 적절하게 양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신문을 만든다는 공동의 최대 목표였어요. 생활은 세 가지 뿐이였죠. 마시거나 읽거나, 토론하거나. 그리고 그 결과를 글로 써 내려갔어요. 지금 그 시절을 추억해보면 신문을 잘 만들었다고 자랑하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100%의 동질감을 느끼며 소통했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바른 신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위해 전력투구했기 때문에 이질감은 서로를 채워나갈 수 있는 힘으로 변했어요.”
김 교수는 각계각층의 인사를 만나며 고민의 폭을 넓히고, 선후배 기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생각을 깊게 한 한대신문사 기자 활동을 대학시절의 전부로 추억한다. 그리고 기성 언론들이 권력에 안주하며 노쇠한 현실 속에서, 김 교수는 자신이 활동하던 당시와 또 다른 대안언론의 사회적 소명은 아직 대학언론이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대학언론 역시 침체의 길을 걷고 있지만 우리 대학사회 공동체의 균형과 건강함을 지키고, 사회적으로 기여해야 할 대안언론으로서 대학언론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양의 이름으로 가장 아름다운 학연을 만든다
김 교수는 대학시절을 번민, 고뇌와 아픔을 겪으며 세상을 알아가는 보람을 느끼는 젊음의 절정, 그만큼 빛나는 시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김 교수는 후배들의 빛나는 시기에 동참해 세상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자신의 지식을 전하고 다시 그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시간, 강단에 선 스스로의 삶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본교에 부임한 이후 보직을 맡고 있는 지금까지 줄곧 학부과목 두 강의를 진행한 것도 빛나는 후배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운명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그리고 김 교수는 후배인 동시에 제자인 한양의 젊은이들에게, 선배인 동시에 스승으로서 ‘고분고분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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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하지 말았으면 해요. 젊은이는 젊은이답게 개방적인 사고를 가져야 하죠. 하지만 밴댕이 속 마냥 좁아 터져서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하고, 당장의 내일에 전전긍긍하고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모습이 많아요. 고개 숙이지 않고 당당한, 뛰는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친구들과의 대화, 목로주점의 술, 강의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자신을 끝없이 단련시켜야 해요. 그러한 과정 속에서 대학생활을 통해 삶의 목표를 세우기 바랍니다. 친구와 좋은 선배들, 좋은 선생님들을 모델로 삼고 그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배우세요. 개방적이고 열린 눈으로 자신을, 사회를, 그리고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는 ‘행동하는 휴머니스트’가 돼야 합니다.
본교에서 젊음의 절정을 꽃피우고, 이제 강단에서 후학을 만나며 한양의 이름을 가슴에 새긴 지 30년, 김 교수의 한양 공동체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최근 본교 신방과를 거친 27명의 학자들과 함께 발간한 「미디어 사회」를 통해서도 김 교수만의 학연에 대한 남다른 긍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서문에서 김 교수는 우리 사회의 혈연과 학연, 지연이 부정적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학연이 궁극적으로 이러한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한양의 이름과 걸고 학연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남에게 떠들고 알리며 다른 이들을 배척하기 위한 학연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명예인 한편, 나아가 사회 공동체에 공헌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 학연은 긍정적이죠.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그룹이나 파벌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존재하는 학연을 가치의 문제를 들어 존재하지 말라고 강요한다고 없어지지는 않잖아요. 긍정적인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김 교수는 한양만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으로 공동체의 목표를 위해 참여하는 적극성, 성실성, 인내와 조화로움을 꼽는다. 이는 다른 어떤 대학에서도 느낄 수 없는 한양만의 학풍이며 경쟁력이라는 것.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러한 잠재력의 발현을 위해 개인적인 능력의 발휘, 그리고 이를 공동의 힘으로 만들기 위한 참여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행동하는 휴머니스트로서의 자아에 대한 도전, 그리고 학연의 아름다운 잠재력의 발현, 이를 통한 사회 공동체에 대한 공헌이 바로 김 교수가 믿고 있는 모든 한양인들이 도전해야 할 한양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인 것이다.
글 : 변 휘 취재팀장 hynews69@hanyang.ac.kr
사진 : 김기현 사진기자 azure82@hanyang.ac.kr
| 학력 및 약력
김 교수는 지난 79년 본교 신문학과를 졸업했다. 82년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학위를, 92년 미국 Kent 주립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94년 본교에 부임했으며 99년까지 언론광고사회학부장을 맡았다. 이후 2000까지 안산캠퍼스 기획조정처 부처장을 맡았으며, 지난 2005년부터 언론정보대 학장 및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언론학회 및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 스피치커뮤니케이션 학회 등에서 활동했으며 지난 7월부터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2004년 ‘한국 시청자의 텔레비전 이용과 효과 연구’를 발간했다. 이 저서가 2005년 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한국언론학회 소장학자 논문상, 방송문화진흥회 논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