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맥박을 찾아서 147 : 웰빙 시대 식품산업의 안전을 지킨다

 중금속 및 대장암 연구 통한 식품 안전성 확보 노력

 

 열흘간의 추석 연휴 동안 무던히도 먹었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이 시대의 과제인만큼 열흘간의 연휴는 또한 필연적인 먹거리의 범람을 낳았다. 이렇게 경제발전에 따라 우리의 식생활은 양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추석음식 먹고 살 안찌는 법’이 포털 사이트의 검색순위에 등장하는 현실은 ‘웰빙(Well-Being)’의 중심인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반증한다. 하지만 갖가지 식품이 넘치는 지금도 언론을 장식하는 급식사고, 폐광 지역 중금속 오염 등 최근의 먹거리 관련 사고는 엄애선(생과대?식영) 교수의 연구 활동을 더욱 주목받게 하고 있다. 엄 교수는 최근 지난달 방송위원회 식품부문 상품판매심의위원에 연임됐고 또한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위생심의위원회에서도 활동하는 등 식품 안정성 검토와 관련한 연구와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엄 교수는 기초적인 문제점에 대한 개선과 함께 소비자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말한다.

 

 식품산업은 흑백논리로 바라보지 말아야

 

   
 

 “가장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큰 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해요. 손을 씻고 모자를 쓰고, 장갑을 어디까지 당겨 끼고, 고무장화를 소독하는 것. 기본수칙만 지켜도 이러한 사고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어요. 또한 정부와 기업이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해요. 한차례 문제가 생기면 왜 문제가 됐고 어떻개 개선해야 하는지 그 사례와 대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데, 많은 기업과 정부기관이 쉬쉬하고 은폐하려 하고 있어요. 모든 문제를 흑백 논리로 바라보는 시각도 문제예요. 어떤 것이 맞는지 틀린 지, 먹으면 사는지 죽는지, 안전한 식품인 지 위험한 것인지에 관심이 많지만 분석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단순히 있는지 없는지보다 얼마나 있는지, 어느 정도 먹으면 유해한지를 물어야죠. 대부분의 식품은 다양한 성분들이 인체에 무해한 범위 안의 양만큼 있으면 안전한 것이잖아요. 있다, 없다만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어느 정도 먹으면 괜찮다고 말해야 해요.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에서 세심한 사실을 확인을 하지 않아서 그래요. 식품위생은 사람의 먹거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면 안 돼요.”

 

 이외에도 대기업과 달리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식품가공업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새로운 식품 안전 관리 기준 등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기업에 이러한 교육과 관리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새로이 개발되는 식품들은 화학적인 처리과정을 거치고 식재료 이외의 다양한 성분이 배합돼 있기 때문에 식품영양학을 공부한 전문인력이 더욱 절실한 것이다. 사람의 먹거리는 결국 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결국 이 산업 분야의 맨파워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중요하다고 엄 교수는 강조한다.

 

 대장암 예방의 키워드 ‘콩’

 

 식품 안전성 분야뿐만 아니라 중금속과 대장암 연구 부문에서도 엄 교수는 많은 연구성과를 거두고 있다. 본교 식영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 메디칼 센터에서 독성학을 접한 엄 교수는 이후 중금속과 환경 호르몬의 관계에 대해 미시건 주립대학에서 공부하며 중금속과 대장암에 관한 많은 연구성과를 얻었다. 특히 최근 대장암의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며 엄 교수의 연구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장암 발생이 늘어나는 이유는 경제발전에 따른 생활수준의 향상과 그에 따른 식생활 형태의 변화로 열량의 섭취와 동물성 식품의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죠. 콩은 이소플라본, 피테이트, 파이토스테롤 및 사포닌 등과 같은 피토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어요. 피토화합물은 전립선암, 유방암, 특히 대장암의 발병을 저해 및 예방하는 항암제제로서 주목받고 있죠. 특히 이소플라본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콩과 콩제품들은 우리의 식생활 및 대장암 등과 같은 질병 예방 차원에서 당연히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건강기능성 식품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콩 많이 먹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가난한 여행’을 통해 꿈을 키우다

 

 엄 교수는 대학시절 혼자 떠나는 외국 여행에 대한 동경이 컸다. 졸업 후에는 몬테소리 교육을 공부해 유치원을 운영하겠다는 꿈도 있었다. 그래서 몬테소리의 본산인 이탈리아로 목적지를 잡았고 관련 기관에 연락을 해 탐방계획을 잡는 등 준비도 많았다. 떠나기 1년 전부터 여행사에 가장 싼 비행기표를 예약해 놓기도 했다. 결국 외국어 공부를 부지런히 하며 배낭여행의 꿈을 키웠던 엄 교수는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80년에 이탈리아로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대만큼, 오히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었고 결국 삶의 목표를 전환하는 큰 계기가 됐다고 엄 교수는 말한다.

 

 “당시 소련은 사회주의 국가였는데 모스크바 대학의 학생을 만났어요. 함께 다니던 사람과 그 학생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 진지하고 멋진 거예요. 하지만 무서워서 결국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어요. 너무 갇혀있었던 거죠. 이탈리아의 거리에서 일본 여학생 배낭여행객들은 많았지만 우리나라 여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혹시 내가 처음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 며칠전에 겨우 우리나라 여대생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영국에서 어학연수 중에 관광을 와서 쇼핑을 하는 부잣집 친구들이었죠. 하지만 나는 하나도 부럽지 않았어요. 난 어깨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지도를 들고 부지런히 다리를 움직였어요. 제일 좋은 특급호텔부터 하룻밤에 채 5불도 안 되는 곳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고, 화려한 드레스부터 남루한 청바지까지 모두 경험하려고 노력했죠.”

 

   
 

 엄 교수는 첫 배낭여행을 통해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었다. 좁은 세상 속에서 “온실 속의 꽃처럼” 살던 젊은이들에게 여행은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목표를 보여 준 것이다. 여행 후 1분, 1초가 아까워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시간마저 줄였다는 엄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가난한 여행’을 추천한다. 시야를 넓혀 아직 보지 못한 세상을 보고 다양한 삶의 경험을 통해 어떤 위기라도 대처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Open Mind’의 시작은 기본을 지키는 것

 

 엄 교수는 콩이 함유하고 있는 이소플라본의 대장암 예방 효과 및 클로렐라 등의 엽록소 식품 중금속중독과 뼈에 주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분야를 떠나 엄 교수의 변치 않는 목표는 또 한 번 새로이 스스로를 계발하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에 젊은 학생들이 닫힌 마음의 문을 열수록 자신보다 더 큰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Open Mind'는 글로벌 시대의 필수죠. 변화에 합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잖아요. 어학 능력에 대한 열정도 중요하죠. 취업이 어려우니 끊임없이 새로운 자기 경쟁력을 계발하지 않을 수 없죠. 우리 학생들 너무 잘 하고 있어요. 난 너무 예뻐요. 창의적이고 개방적이죠. 저마다의 끼와 개성이 넘쳐요. 하지만 책임감, 상대방에 대한 배려, 그리고 열정과 끈기가 부족해요. 새로운 시도는 많지만 기본적인 부분이 아쉬운 거죠. 학생이 가장 열심히 해야 할 것은 공부잖아요. 요령과 실무는 사회생활 속에서 배우겠지만 기본은 상아탑이 아니면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어요. 그래서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의 답변을 요구하는 것들은 모두 기본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게 답 일까봐 망설이는 것 같아요. 틀려도 얘기해 보는 경험이 중요하죠.”

 

 엄 교수에게는 색다른 목표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강의를 듣는 모든 학생에게 에이 플러스 학점을 줄 수밖에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늘 더 큰 가능성을 확신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때문에 지금 조금 주춤대는 학생들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가능하다고 엄 교수는 낙관한다. 학생들 한 사람, 또 한 사람의 얼굴이 모두 한양대를 대표하고 있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한양인은 누구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엄 교수는 믿는다.

 

 “FDA에서 권하는 식중독의 예방대책이 뭘까요. 손 잘 씻기, 식품의 라벨 확인 잘 하기,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찬 음식은 차게 먹기예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적인 것이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시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이 중요해요.”

 

글 : 변 휘 취재팀장 hynews69@hanyang.ac.kr
사진 : 김기현 사진기자 azure82@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엄 교수는 지난 83년 본교 식영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85년 석사학위를, 91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96년 University of Oklahoma 의과대학에서 박사과정 및 연수를 수행했으며, 99년 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식품영양학 박사과정을 이수했고 같은 해 본교로 부임했다. 지난 2005년부터 대한암예방학회 총무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방송위원회 상품판매심의위원, 시험분석센터 유해 물질분석반 연구개발사업 자문위원의 직책을 수행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위생심의위원회 및 건강기능식품심의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