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훨 훨 나빌레라
세계시장으로 발돋움하는 한글 무용작품 선보일 터
얼마 전 한 취업포탈 사이트에서 20∼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생활 속에서 외계어(줄임말, 신조어 등)를 사용하고 계십니까?'라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무려 55%, 즉 2명 중 1명이 ‘외계어를 사용한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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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자행되고 있는 한글 파괴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심각성에 대해 학계와 문화계 그리고 인터넷 누리꾼을 중심으로 한글 파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여러 분야에서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우리의 문자를 가꾸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 되고 있다. 오락적 요소가 가미된 우리말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고 있으며 세계적 패션 전문가는 한글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최근 문화콘텐츠의 소재로 활발하게 재창조되고 있는 한글. 이러한 한글의 가치를 현대무용과 결합해 예술로 승화시킨 무용작품이 있다.
지난 17일과 18일 국립국악원 예약당에서 560돌 한글날을 경축하는 뜻 깊은 공연이 열렸다. ‘한글 25시-나랏말씀사람들’은 매년 한글날을 기념해 한글 춤을 무대에 올린 밀물현대무용단의 열 여섯 번째 작품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한글날이 국경일로 승격된 후 처음으로 공연됐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작품의 주요 내용은 ‘백두대간에 한글이 산다’ ‘안녕하세요,한글’ ‘한글로,태극기로 세계를 꿈꾼다’ 3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존재하지 않는 시간인 ‘25시’에 한글의 위대함을 담아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전한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몸짓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표현, 한글 혼을 형상화했다. 아직은 대중에게 어려운 현대무용이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한글과 만나고 이를 화려한 무대장치와 열정적인 춤사위를 표현한 한글 춤 작품은 두말할 나위 없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시간 20분 동안의 공연은 무용수들이 몸으로 그린 ‘한글’이 장막의 실루엣으로 비춰지면서 막을 내렸다. 공연을 보러 온 김선영(여·서울 강남구 논현동) 씨는 “현대무용과 한글의 만남이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특히 마지막 무용수들의 몸으로 그려진 ‘한글’을 봤을 때 진한 감동을 느꼈다. 좋은 취지의 공연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한글의 아름다움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밀물현대무용단은 한글을 주제로 한 창작무용을 최초로 무대 위에 올렸다. 무용단은 지난 1984년 창단돼 본교 이숙재(생체대·생활무용예술)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동문과 재학생들이 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글 춤 공연은 1991년 제 13회 서울무용제에서 초연된 ‘홀소리닿소리 I’를 시작으로 ‘홀소리닿소리 Ⅱ’, ‘신용비어천가’, ‘움직이는 한글’ 등 매년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무용단은 이를 통해 한글의 문화적 가치를 한층 높이는데 기여해 왔으며 특히 지난 2003년과 2004년 미국과 일본에 작품을 차례로 선보이면서 한글의 예술성을 세계에 알리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글 춤을 창안해 내고 매년 공연의 안무와 예술 총감독을 맡는 이 교수는 “한국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소감을 밝히며 “앞으로 이 공연이 문화콘텐츠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 세계시장에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상희 학생기자 hasang@hanyang.ac.kr
사진: 밀물현대무용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