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맥박을 찾아서 151 : 한국 IT 리더십 양성 발판 만들 것
"우리 산업계와 IEEE 연계 통해 국제경쟁력을 제고 노력할 터"
세계 최고의 IT 산업 강국의 위상이 학계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힘의 중심에 바로 한양의 이름이 새겨진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 국제전기전자학회)의 아시아·태평양 지역(Region 10) 회장으로 박용진(공대·전컴) 교수가 당선된 것이다. 박 교수는 내년부터 오는 2008년까지 차기 회장 역할을 수행하며, 이후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아태지역 회장직을 맡게 된다.
IT 기술 표준화 등 유리한 입지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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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EE는 미국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의 전기전자컴퓨터관련 학회로 150여개국에 걸쳐 회원수가 36만 5천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아태지역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까지 총 30개국을 포함하며 회원수는 약 6만명이다. IEEE의 전문분야는 우주항공, 컴퓨터, 전자통신부터 생물의학공학, 전력공학 및 가정용 전자기기까지 매우 폭 넓은 분야를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전기전자공학 및 컴퓨터과학분야에서는 전세계 과학기술문헌의 30퍼센트가 IEEE에 의해 출판될 정도다. 펠로십 역시 산업 학계 연구계에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을 정도로 IT분야의 가장 중요한 단체 중 하나다. 또한 IEEE는 공식 표준화 단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표준화 위원회에서 결정한 표준이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을 만큼 권위가 있다. 그만큼 네트워크 관련 표준 정립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 삼성과 KT가 추진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의 표준화 역시 IEEE를 통해 가능했다. 때문에 이번 박 교수의 당선은 향후 IT 산업 발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IEEE 지역 회장은 IEEE 본부 이사회의 이사로도 참여하기 때문에 박 교수의 당선은 개인의 영예 이상으로 우리나라가 향후 IT 기술 관련 표준화 논의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장직 당선을 통해 IEEE의 핵심에 진출함으로써 우리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갖고 세계의 중요 기술 분야에 한국의 학자 및 연구자들이 큰 기여를 할 기회를 확대해 보려는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정상급인 한국 IT 산업의 위상에 걸맞게 IT 학계의 수준 역시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으려고 합니다. 앞으로 많은 국내 대학과 학술 단체들이 세계를 향해 국제화를 시도하는데 IEEE를 발판으로 좀 더 효율적인 성과를 내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미 우리 산업계에서도 IEEE의 전문 연구성과와 표준화 활동은 필연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표준을 이끄는 나라가 국제 기술을 선도하는 현상을 본다면 우리 산업계와 IEEE와의 연계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명 입후보로 치열한 경쟁 거쳐
총 3명이 입후보한 가운데 지난 9월부터 치러진 이번 선거는 두 차례의 투표를 거쳐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중국의 후원을 받는 홍콩과 인도와 서남아시아의 대표로 나선 인도의 후보와 경쟁한 박 교수는 6만여명의 회원들의 직선에서 당선되며 명실 공히 IT 강국의 위상을 한층 더 드높일 수 있는 학계의 대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 당선은 박 교수의 당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우리 학계 및 산업계 인사들이 함께 노력해 준 결과인 동시에, 그간의 많은 대외 활동을 통해 신뢰를 다진 일본 학계 1만여명 회원과 아시아 각국의 지지 덕분이기 때문에 당선자로서 박 교수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역시 나를 대표로 추천하고 선거 과정에서 열심히 함께 달려 준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선거에 출마한 것부터 주위의 권유 덕분이었고, 짧지 않은 시간 선거운동을 진행하며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위로부터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태지역의 회장으로서 세계 IEEE 속에서 IT 산업의 발전 속도에 걸맞는 아태지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펼칠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힘의 균형이 쏠려 있는 지금, 이러한 포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내 및 많은 회원국들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미래형 네트워크 연구, 끊임없는 노력의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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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EE 회장으로서, 그리고 IT 학계의 대표로서 박 교수의 활동영역은 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79년 본교의 강단에 처음 선 이래 박 교수는 네트워크 분야의 연구자로서 30여년 가까이 한양의 이름과 함께 IT 시대를 이끌어 왔다. 처음 한국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IT 눈부신 발전만큼이나 박 교수의 연구영역은 눈부실 정도로 넓어지고 깊어졌다. 때문에 늘 새로운 상상을 꿈꾸는 연구생활로 단련된 박 교수에게 IEEE의 새로운 활동영역은 또 다른 도전일 뿐이다.
“사실 우리 분야는 대학에서 공부를 마쳤다고 해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다시 새롭게 개발되는 수많은 기술 혁신에 발맞춰야 하기 때문이죠. 30년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세요. IT 분야의 기술들이 얼마나 놀랍게 진보하고, 또 그 폭 또한 얼마나 넓어졌습니까. 내가 학부에서 공부할 당시에는 전자와 분자 그리고 원자 중 하나를 택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나는 지금도 공부합니다. 내가 연구하고 있는 학문분야가 단 한 순간을 놓치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변화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30년 전의 박사학위는 말 그대로 학위, 그 이상의 의미가 없어요.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하는 것이 학자로서의 본분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준비해야 할 공학자로서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최근 박 교수가 주력하고 있는 연구 분야도 미래형 네트워킹 분야다. 지금 모든 이의 운명과 뗄 수 없는 현재의 인터넷 세상이 가진 한계를 또 다시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무선 인터넷 등 지금 우리 곁에 점차 다가오고 있는 미래형 네트워크는 물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새로운 세상의 네트워크를 30년 동안 한양의 이름으로 한 발 앞서 나아간 것처럼 박 교수는 앞으로도 새로운 상상을 진행하려 한다.
한양인이여, 넓은 시야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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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과 함께 한 30년. 이제는 한양의 이름을 걸고, 세계의 IT의 핵심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박 교수지만, 아직도 처음 한양의 울타리에 들어왔을 때를 잊지 못한다. 박 교수는 임용 후 6개월 동안 강의를 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일본에서 자랐고, 학위도 일본에서 취득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학생들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사 과정 학생들과 연구실에서 부대끼던 6개월과 처음 강의를 했던 때는 박 교수에게 있어 잊지 못할 젊은 시절의 추억이다. 또한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연구했던 제자들이 이제 “나의 가장 큰 버팀목”이라고 박 교수는 스스럼없이 말한다.
“우리 학생들은 선생님을 참 잘 모셔요. 지금도 학교를 떠난 지 10년도 훨씬 넘은 제자들이 때마다 찾아와 안부를 묻고 하죠. 사실 일본 학생들은 안 그렇거든요. 그만큼 나도 제자들에게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사실지금 학생들보다는 30여년 전의 학생들이 공부는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웃음) 그만큼 어렵게 공부했던 사람이 많아서였겠죠. 하지만 학부 강의 시간에 만나는 학생들이 열정을 만나면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하죠. 학생들이 더 넓은 시야를 가지기를 당부합니다. 기초학력은 말 그대로 기본이죠. 공학 연구자라고 해서 실험실에만 있고, 책과 컴퓨터만 놓지 않는다고 일이 되지는 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더 많은 것들을 보는 것이 공학을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입니다.”
박 교수는 IEEE의 활동을 앞으로의 계획의 중심에 놓고 있다. 새로운 책임감으로 더 높은 목표를 구상하는 지금, 노교수의 권위와 회장이라는 이름에 맞는 무게보다 박 교수에게는 앞으로의 노력에 대한 설레임이 더 어울린다. 학계의 대표, 국가의 위상 고취 이전에 늘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바로 30년 한양인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글 : 변 휘 취재팀장 hynews69@hanyang.ac.kr
사진 : 김기현 사진기자 azure82@hanyang.ac.kr
| 학력 및 약력
박 교수는 지난 60년 일본 와세다대에서 전자통신공학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71년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78년 컴퓨터네트워크 박사를 마쳤다. 이후 78년 본교 공과대학 전자통신컴퓨터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30년 가까이 본교의 강단에 서고 있으며 2004년부터 본교 전기정보통신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또한 미국 Illinois 대학에서 83년부터 이듬해까지 객원부교수로, 90년부터 91년까지 영국 Kent 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99년부터 현재까지 와세다대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2003년 한국 정보과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IEEE R10 회장 출마에 앞서 IEEE 서울지부 회장, IEEE R10 이사회 사무총장, IEEE R10 학술대회담당 이사 등의 직책을 두루 거쳤다. 현재 IEEE Region 10의 이사로서 활동하며, 지난달 30일 IEEE의 아태지역 차기회장으로 당선됐다. 「컴퓨터 네트워크:OSI」, 「정보처리의 관련지식」 등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한국정보과학회 학술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