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을 일컫는 이름 '한양'을 만들겠다"

김민희(생체대·생활무용) 교수에게 2006년의 막바지는 잊지 못할 시간으로 기억될 것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삶의 목표지만, 그 노력을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뿌듯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달 14일 예총 예술문화상, 19일 서울특별시 문화상, 마지막으로 29일 문화관광부장관 표창을 연달아 수상하며 한국 발레의 발전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은 김 교수는 2006년을 가장 행복하게 마무리 한 한양인임이 분명하다.

발레 대중화 위한 노력 인정받은 수상

“너무나도 큰 감사의 말씀을 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맡고 있는 책임을 다 했을 뿐인데 큰 영광들을 한꺼번에 얻게 됐어요. 12월 한 달 동안만 예총 예술문화상과 서울시 문화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화관광부장관 표창을 연이어 수상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큰 기쁨이지만 누구보다도 늘 내 곁에서 삶의 희망이 돼 준 제자들과 함께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또한 한양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무용 발전의 공로를 인정받으며, 다시 한 번 한양의 자부심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앞으로도 한국 무용의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지만 노력하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한 2006년의 마무리였습니다.”

특히 김 교수는 회장 재임 기간 동안 발레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과 함께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04년 취임 당시 발레를 특수 계층만이 향유하는 문화가 아닌 대중적인 문화 예술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김 교수는 이후 지부 조성과 후원회 마련 등을 적극 추진했으며, 매년 계속된 창작 발레 안무가전, 전국 발레 콩쿠르, 전국 발레 연수회, 청소년 발레 페스티벌, 한국 발레 페스티벌 등의 행사 역시 발레 대중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리고 지난 11월 개최한 아시아퍼시픽 발레 페스티발에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홍콩발레단, 상하이 발레단, 일본 도쿄시티발레단 등 3개의 발레단과 한국의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등 4개국 6개팀이 참가해 발레협회 회장 퇴임을 앞둔 김 교수의 노력에 걸맞는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발레로 코믹한 창작발레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잘 모르세요. 그 동안 우리는 너무 연습만 했나봐요.(웃음) 회장으로 선출되며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했고, 한국 발레 발전을 위해 뭔가 한 가지는 해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시아퍼시픽 발레 페스티벌에 임기 끝자락의 남은 힘을 다 쏟았어요. 회장으로 선출되며 손꼽던 숙원사업인 제1회 아시아 퍼시픽 발레 페스티발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한국은 세계적인 발레리나와 안무가를 배출했고 국제 콩쿠르를 석권할 정도로 가능성이 있는 나라입니다. 세계 발레의 허브로서 자격이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이러한 국제적 행사를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제자들은 내 희망입니다”

“어릴 때 몸이 많이 약한 편이었어요. 그래서 한국무용을 배우게 됐죠. 어머님께서 예능 분야에 관심이 많으셔서, 당신께서 이루지 못한 꿈을 딸에게 권하신 것 같아요. 나중에는 어머님 스스로 이화여대 사회교육원에서 춤을 배우기 위한 선도도 하셨죠.(웃음) 그렇게 우연히 무용에 첫발을 내딛게 된 후, 많은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시절, 우리나라 초대 발레협회 회장과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활동하셨던 고 임성남 선생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 분께 춤을 배우게 됐고,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발레 하나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잊지 못할 은사로 인해 발레와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게 된 김 교수는 이제 제자들에게는 엄한 스승이다. 김 교수는 제자들에게 강도 높은 하드 트레이닝을 시킨다고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발레는 신체를 쓰는 예술이기에 잠시라도 소홀히 하면 쉽게 낙오자가 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쉽지 않은 길이지만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느끼는 제자들은 자신의 엄격한 모습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제자를 희망으로 생각하는 김 교수에게는 그 믿음이 교육자로서 강단에, 아니 무대에서 제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늘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부지런히 남들보다 먼저 행동하라고 지시를 합니다. 그런 사람들만이 먼저 정상을 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나와 함께 정상을 오르는 제자들이 바로 내 희망입니다. 나의 무용에 대한 열정을 나눌 파트너이기도 하죠. 학생들과 내가 서로의 힘을 합쳐 노력하며 크고 작은 성과를 이룰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이 사회에서 더욱 멋진 모습으로 기량을 높일 때는 너무 뿌듯해요.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 나로 인해 조금이나마 제자들이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이 교육자로서 가장 큰 보람이죠.”

연구와 공연,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다


앞으로 김 교수의 관심 영역은 새로운 연구활동에 대한 구상과 함께 한층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무용 전공자의 예술적 가치, 우리 사회에서의 좀 더 가치있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발레의 학문으로서의 가치를 과학적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더 심도 높게 고찰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물론 협회 활동을 통해 고민했던 발레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대작의 공연을 구상하고 있어요. 언제까지라고 못박아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제자들과 함께 한국 발레의 역사에 남는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현대적인 감각을 가지고 현실에 맞게 모던발레를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싶어요. 이를 위해 학생들과 함께 우리 시대의 모습을 표현하는 작품을 만들어 선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양’을 자부심을 일컫는 이름으로”


발레에 대한 열정의 노력이 수상의 영광으로 결실을 맺었던 2006년, 김 교수는 자신의 수상이 한양인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에 더 큰 뿌듯함을 느낀다. 그래서 김 교수에게 ‘제자’가 희망을 선사하는 단어라면 ‘한양’은 자부심을 표현하는 말이다.
“발레에 대한 내 노력이 많은 분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한양의 자부심을 떨칠 수 있었잖아요. 이처럼 모든 한양인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면 ‘한양’은 발레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자부심을 나타내는 상징과 같은 이름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올해를 마무리하는 오는 2007년의 12월은 내가 얻은 영광보다 더 큰 찬사가 한양인 모두에게 쏟아지기를 바랍니다.”

변 휘 취재팀장 hynews69@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김 교수는 지난 72년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했으며 재학 당시 이미 벨기에 국제 예술원에 장학생으로 입학, 수학한 바 있다. 81년 동대학원에서 발레전공 석사학위를 마쳤고 91년 본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04년 단국대 문화예술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했다. 82년 계원예술고 강사로 강단에 선 후 숭의여자전문대, 이화여대에서 강의했으며 89년 본교에 부임했다. 이밖에 김 교수는 강단 밖에서도 한국 발레의 발전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대한무용학회 이사 및 국립극장 발레 자문위원, 한국무용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김 교수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발레협회 회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도 예술의 전당 이사 및 한국무용협회 부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95년 17회 서울국제 무용제에 참가 「또 다른 고향」으로 대상과 안무상, 연기상, 무대미술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달 예총 예술문화상과 서울특별시 문화상, 문화관광부 표창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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