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리즘'을 벗어라
학생과 학교, 기업이 함께 크는 일석삼조(一石三鳥)
성영훈(전자전기컴퓨터 4)군은 지난 한 학기동안 LG DM 연구소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2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유일한 본교 학부생으로 합격한 그는 카메라 렌즈 영상신호처리 부분에서 인턴 과정을 거쳐 올해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성 군과 마찬가지로 정직원으로 채용된 구자경(광고홍보 4)군은 인터넷 광고 대행사인 코마스 인터렉티브에서 5개월 인턴 과정을 거쳤다. 그는 객원마케터로 활동하던 중 본교 인턴쉽 프로그램과 회사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료 수집과 아이디어 회의 참여 등 광고 제작의 기본적인 일부터 시작했다.성 군과 구 군이 참여한 이 프로그램은 ‘노동부 지원 인턴쉽 프로그램’으로 본교와 협약 체결된 국내 기업체를 연결하여 학생들에게 현장 지향적 교육을 유도하고, 졸업 후 취업의 확대와 기업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전문 인력을 준비하기 위한 기간으로 5~6개월 기업 장기 연수 기회를 제공하며, 연수를 실시하는 기업에 대해서 노동부가 매월 30만원의 연수수당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약 250명의 학생들이 삼성, LG 등의 국내 기업에서 인턴쉽 과정을 수료했다.
성 군은 “그동안 선배들이 쌓아온 이미지 덕분에 본교 학생들에 대한 회사의 평이 좋다.”며 “인턴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다른 신입사원들과는 달리 2년차로 채용됐다.”고 말했다. 성 군과 구 군 모두 “입사하고 싶었던 곳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던 좋은 기회였다”며 사회생활의 성공적인 첫 장을 마련해 준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해 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한 강종철(산업공학 3)군은 대학원에서 한 달째 노동부 지원 인턴 과정을 밟고 있다. 자신이 원하던 연구실의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는 그는 산업공학 대학원 연구실에서 대학원생들과 함께 세미나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대학원 진학에 대한 고민을 날려 버렸다. 강 군은 “진로 결정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교내에서 하는 거라 교통이나 소요시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정규시간외 근무를 함으로써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턴쉽, 넓은 세상을 내 품에 담는다
국내에서 쉽사리 풀리지 않는 취업난을 이기는 방법으로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는 학생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 홈쇼핑 업체가 해외 인턴쉽 상품으로 두 시간 만에 20억 매출을 올렸다는 소식에서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본교에는 국제협력실의 ‘Self Designed 해외 인턴쉽'과 ‘교비지원 TWC(The Washington Center) 인턴쉽’, 여대생 커리어 개발센터의 ‘호주 인턴쉽’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Self Designed 해외 인턴쉽'은 해외 현지의 기업이나 비영리단체(NGO)에 인턴쉽을 지원했을 때 해외 체제 경비 일부를 보조해 주는 제도이고, ‘TWC 인턴쉽’은 미국 TWC와 함께 본교 학생을 선발하여 미국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특히 ‘TWC 인턴쉽’은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연방 정부 각 부처나 은행을 비롯한 각종 국제금융기관, 의회, 대사관, 상공회의소 등에서 실시하는 인턴쉽을 제공한다. 참가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쌓은 해외 현지 사회경험을 국내 인턴쉽과 마찬가지로 본교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 학기동안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상공회의소의 business civic leadership center에서 인턴쉽 과정을 마친 이창우(영어영문 4)군은 그 곳 기업들의 사회 공헌을 유치 장려하고 평가 시상하는 일을 도왔다. 그는 “자유로운 문화 체험과 함께 시야가 넓어졌다”며 “미국 수도에 위치한 명성 있는 곳에서 일하며 역할모델 삼을만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뜻 깊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인턴쉽, 수업의 연장선이러한 장기적인 인턴 생활 외에도 인턴쉽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는 본교 수업 과정이 있어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중 신방과 3학년 전공수업인 ‘미디어 교육 실습’은 방학동안 언론사에서 인턴 과정을 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경제TV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윤영일(신방 3)군은 AD와 FD를 보조하는 일을 통해 방송의 전반적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 그는 “현장에서 얻는 경험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제TV 특성상 주식과 같은 경제적인 지식을 얻게 되는 부가적인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 인턴은 NO!!
그러나 한편으론 인턴쉽 프로그램에 대한 한계점이 드러나 그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턴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던 김모군은 자신의 과와 동떨어진 분야의 연구실로 배치되는 바람에 교수님의 잔심부름만 하는 등 만족스럽지 못한 인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는 학생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로 인해 학생이 자신의 계획과 정반대되는 결과로 피해를 입은 경우다. 인턴쉽 관련 홍보가 부족한 점도 지적됐다. 인터넷 광고 대행사 코마스 인터렉티브에 있는 구 군은 “방학 때 공지가 나가다 보니 학생들이 알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며 “회사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과가 다르므로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YTN 인턴 안석훈(신방 2)군은 “어떤 회사든 많은 인턴들이 달갑지 않은 외부인으로 보일 것”이라며 더 깊이 작업에 관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프로그램이 있는 날만 출근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렇게 인턴을 한 학생들은 “할 일이 체계적으로 짜여져 있지 않기 때문에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앉아 하릴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경우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과 함께 학점이나 채운다는 안일한 자세로 무의미한 인턴 생활을 하게 된다.
아직은 기업 내에서 인턴쉽 운영에 대해 많은 어려움이 있어 이런 일들이 빈번히 발생한다. 2006년 전국경제인연합 통계에서는 산학협력을 통한 인턴쉽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큰 어려움으로 교과과정의 현장수요 반영 미흡(15.2%)과 대학의 역량 및 인재에 대한 정보 부족(14.8%)등이 지적됐다. 교육지원계 김남이 직원은 “현재 인턴쉽 프로그램이 정착해가는 단계”라며 “아직 인턴쉽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과 기업 간 목적의식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는 점 등이 보완돼야 한다. 또한 학교와 기업이 인턴에 대한 인식을 더욱 명확히 하고, 인턴쉽을 수행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 제공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업무라 하더라도 단순 아르바이트에 그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업무를 처리하도록 기업에서 배려해야 한다.
기회도 스스로 개척하는 자를 돕는다
그와 더불어 인턴쉽을 수행하는 입장인 학생들은 그에 대한 준비와 함께 발전하는 발판으로 삼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한경TV 인턴 정현(신방 2)군은 “인턴의 일과가 메뉴얼화 돼 있진 않지만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 하면 배울 것이 무척 많다”며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인턴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LG DM연구소의 성 군 역시 “회사는 외부인인 인턴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회생활의 기초를 쌓는다고 생각하면 언젠간 그 결과를 얻기 마련이다”고 말했다.결국 자신의 길을 여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다. 인턴쉽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무조건 취업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말이다. 교육지원계 성영모 계장은 “본교 인턴쉽 프로그램들을 통해 더욱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습득한 이론과 기술을 기초로 전문성 습득과 자질 함양의 목적을 달성했으면 한다”며 “이러한 프로그램 속에서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우수 인재로 거듭나는 것은 인턴 당사자의 마음가짐과 자세에서 그 성공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당부했다. 그러므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 한 인턴이 하는 일을 ‘허드렛일’정도로 경시해선 안 된다. 인턴쉽 프로그램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학생들은 ‘프로그램을 미리 알고 준비하는 자세’를 갖췄으며 ‘일에 대한 열정과 도전’으로 ‘사회생활의 밑바탕을 탄탄히 다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단순히 이력서의 한 줄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주체자로서 주어진 기회를 통해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자발적인 자세의 한양인재를 기대해본다.
한소라 학생기자 kubjil@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