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최고'를 찾아라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 산보다 세배는 높은 화성의 ‘올림푸스몬스 화산’. 불임 치료를 통해 아기를 갖게 된 미국의 케니, 바비 맥코 부부의 ‘일곱 쌍둥이’. 이들의 공통점은 ‘기네스 북’에 등재 돼있다는 사실이다. ‘기네스 북’의 제작 동기가 술자리 내기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야기. 때문에 기네스북에는 단순히 가장 큰 것, 가장 오래된 것보다 내기에나 나올법한 재미있는 아이템이 많아 흥미를 더한다. 올해로 69년을 맞이하는 한양에도 기록적인 일들이 매일 매시간 일어나고 있다. 이번 주 ‘위클리한양’에서는 ‘한양에 숨어있는 특별한 기네스’를 찾아보았다.

2006년 ‘한양의 특허왕’ - 실용학풍의 선두주자, 최정훈(자연대·화학) 교수

실용학풍의 선두주자인 본교의 ‘특허 왕’은 누구일까. 2006년도 기준으로 19개의 특허를 받아 1위를 차지한 최정훈(자연대·화학) 교수다. 신입생들의 기초학문 기피현상으로 말들이 많지만, 최 교수는 자연과학의 긍정적인 미래를 특허로써 자신 있게 증명했다. ‘특허 왕’을 수소문 해 찾아간 기자에게 “연락을 받기 전엔 내가 특허를 그렇게 많이 낸 줄 몰랐다”며 조금은 쑥스러워 했지만, 특허 받은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그의 눈빛엔 진정한 교육자의 열기가 가득했다.

본교의 ‘청소년 과학기술 진흥 센터’와 ‘과학교육연구센터’의 센터 장을 맡고 있기도 한 최 교수가 특허를 받은 분야는 ‘과학교육컨텐츠’. 본교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이동화학교실’과 ‘각종 과학축전’ 등 청소년을 위한 과학프로그램들을 이루는 컨텐츠들이다. 물고기의 체형에서 모티브를 딴 배의 동력장치, 빛을 받으면 색이 살아나는 꽃 등 재미와 과학을 연계시킨 프로그램들로 다양하다. 최 교수는 “한창 호기심이 많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과학의 재미와 원리를 심어주고, 초중고 때 배우는 기초과학이 첨단과학과도 연계된다는 것을 학생들로 하여금 직접 체험하여 창의력을 북돋게 해주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가 받은 특허는 ‘양’도 양이지만, ‘질’의 면에서도 단연 ‘최고(崔高)’다. 그는 이 컨텐츠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감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며, 국립중앙과학관과도 2월 12일 MOU협정을 맺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연 ‘왕 중의 왕’이다. 최 교수는 “매년 사업을 거의 두 배씩 확장하면서 부담도 컸지만,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과 30명이 넘는 연구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과학체험 교육센터를 만들 것”이라는 포부도 잊지 않았다.

캠퍼스 최장 커플 - ‘김정훈(공과대·화학 4) & 김주미(화학공학 석사과정)’ 커플

입학과 동시에 교제를 시작했다는 ‘김정훈&김주미’커플. 이들은 01학번 동기로 갓 입학해서 김 양이 석사를 졸업하는 해인 올해까지 7년째 열애중이다. 기간도 기간이지만, 이 커플에게서 눈에 띄는 점은 아직도 ‘처음’같다는 사실. 주변에서는 ‘언제 깨지나’ 내기도 하고, ‘고사를 지내는’ 짖궂은 장난도 해왔지만, 이제는 “축의금 많이 낼 수 없을 때 빨리 결혼하라”라고 성화다. ‘캠퍼스커플’답게 이들은 학교 안에 추억의 장소가 많다. 시험기간 늘 함께 공부하던 도서관, 함께 밥을 먹던 사랑방, 재작년 생겨나 줄기차게 이용했던 본관 앞 ‘흔들 그네’. 김 군이 흔들 그네를 세게 밀어주며 장난을 치다 김 양이 화가 난 적도 있다고. 대학원 졸업을 앞둔 김 양은 “이제 학교 안의 추억의 장소들을 뒤로 하고 직장 생활을 해야겠지만, 새로운 데이트장소를 찾는 기쁨도 쏠쏠할 것”이라며 시원섭섭한 미소를 보였다. 이제 4학년이 되는 김 군은 “군대 간 나를 기다려주고, 내가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늘 도와주고 함께해주는 주미가 있어 언제나 행복하다”며 닭살커플의 애정을 과시했다.

최장 기간 재직 교직원 - 이상열 관리처장 : “학교 아래로 전동차가 오가기도 했지요”

이상열 관리처장은 한양의 터줏대감이라 불릴 정도로 최장근무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처장은 본교 법대 66학번으로 69년 예비졸업생의 신분으로 입사해 38년 째 학생처, 총무과, 시설과, 관재과 등 회무·재계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한양의 수많은 변화를 직접 이루어내고 목격한 산증인인 것이다. 본교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말하는 이 처장이 처음 재직할 때만해도 건물도 허술하고, 학교 아래로 전동차가 오갔다고 한다. 특히 “민주화운동시절, 늘 학교 내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전경들이 학교에 배치돼 혹여나 학생들이 다칠까 늘 조바심을 냈던 그 시기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하는 그의 눈가엔 그때의 기억이 가득 담겨있다.

이 처장은 재직기간 중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와 가장 힘들었을 때를 학생처 재직시절로 꼽았다. 학생과 학교의 중간입장에서 조율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참 힘든 점이 많았지만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 역시 학생처 근무시절 총학생회 대표들과 밤을 새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일들을 해결해냈을 때였다는 것. 그런 덕분인지 역대 총학생회장들은 시간이 지나서도 대부분 자신을 찾아온다고. 이 처장은 한양을 사랑하는 만큼 자신의 후배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이 처장은 “요즘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똑똑하지만 권리와 자유만 행사하려하고 자신의 의무는 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말했다.

이 처장이 한양에 오랜 시간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입사하고 더 좋은 데로 직장을 옮길까도 생각해봤지만 본교에 정이 들어 결국은 떠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처장은 “정도 정이지만, 내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 해온 내 터전이기에 의무를 다하고 싶다”며 “얼마 남지 않은 퇴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임 시까지 한양의 구석구석을 보듬을 것”이라며 환희 웃었다.

최연소 교수 - 박용수(정통대·컴퓨터) 교수 : “이발소에서 학생할인도 받아봤어요”

작년에 신축한 정보통신관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박용수(정통대·컴퓨터) 교수는 본교에 재작년 만 30세의 나이로 교수에 부임한 현재 만 32살의 최연소교수이다. 박 교수는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된 데 대해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했다. “다른 교수님들은 많은 업적을 쌓아 교수로 임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와 같은 경우에는 학교에서 가능성을 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많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인터뷰에 익숙지 않다며 수줍은 듯이 말하는 박 교수지만 앞으로의 연구계획을 묻자 그의 눈빛이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빛났다. 박 교수는 “과거의 컴퓨터는 성능이 좋고 값이 저렴하면 좋은 컴퓨터였지만 지금은 보안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이어 자신의 연구 분야가 ‘보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임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 다른 교수님들과 교직원, 학생들이 자신을 학생으로 봐 겪는 에피소드가 많다. 그는 “이발소에서는 학생할인을 받은 적도 있는가하면 아직도 교직원식당에서 교직원석에 앉아 식사를 할 때 왠지 모르게 주위의 시선이 신경쓰인다”고 한다. 젊기 때문에 생기는 여러 가지 불편함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박 교수의 가장 큰 강점 역시 젊다는 것이다. 세대차이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도 박 교수를 교수보다는 형, 오빠, 선배의 이미지로 편하게 대한다. 학생들에게 “시대의 흐름상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지만, 미래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며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길을 향해 묵묵히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만 32살의 박 교수에게 ‘희끗한 머리’와 ‘근엄함’은 없었지만 인터뷰 내내 듬직한 선배를 대하는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가장 오래된 나무 - ‘53학번’ 플라타너스

“플라타너스 너는 아느뇨. 한양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네라는 것을!” 본관 앞에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해 애지문을 통해 등하교 하는 학생들을 늘 지켜보고 있는 플라타너스. 이 나무는 학교가 지어진 당시를 기념해 심은 나무이니, 실제 학번은 53학번. 이 나무는 한양에 뼈를 묻은 나무로 자신이 가진 나이테 보다 값지고 의미 있는 한양인의 추억이 담겨있다. 여름이면 커다란 덩치로 태양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 연인들의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겨울이면 나뭇가지를 자랑하며 운치 있는 학교경관을 제공하는 한양의 보배나무다. 한때는 떨어지는 플라타너스의 나뭇잎을 잡으면 고시나 취업에 합격한다는 전설이 돌기도 했지만, 지금은 후에 생긴 ‘본관 앞 사자상’ 이빨 때문에 그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시들해진 인기처럼 지금은 나뭇잎도 없이 앙상한 가지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플라타너스지만 곧 새내기들이 입학하고, 재학생들이 개강하는 봄이 오면 플라타너스도 푸르른 잎을 자랑하며 학생들을 맞이할 것이다. 이 플라타너스는 앞으로도 쭉 한양과 함께 나이 들어 갈 한양의 진정한 기네스다.

한양인들 모두가 정해년 올해를 자신의 인생의 기네스를 세울 수 있는 해로 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 가장 많은 책을 읽은 해, 대학생활 중 최고학점을 맞은 해, 가장 많은 봉사활동을 한 해 그 무엇이라도 좋다. 하지만 본인이 한양의 최소학점 기네스, 최다결석 기네스, 최장솔로 기네스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박슬기 학생기자 tmfrl13@hanyang.ac.kr
이은경 학생기자 iameunk@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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