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은 나 자신과 어머니를 찾는 직업"

본교 한국학 연구소는 지난 1974년 본교 국학연구원으로 출발, 1982년 한국전 통과학연구소를 흡수 통합하되면서 세워졌다. '전통문화와 학문의 계승·발전'이란 목표 아래 한국학 연구에 필요한 기본자료를 발굴, 보급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한국학 연구소는 설립된 이래 꾸준히 학술발표회한국학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연2회의 정기 학술발표회를 개최하여 유관학자들간의 연구성과들을 종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이와 함께 매년 정기적으로 학술연구 업적들을 묶어 ‘한국학논집’을 발간하고 있고 별도로 ‘한국학연구총서’를 연2회에 걸쳐 간행하고 있다.
덧붙여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과의 자료 교환 및 인적 교류를 계속하면서 한국에 관한 정확한 인식을 해외에 알리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은 한국학 연구소장 이도흠(인문대·국어국문) 교수와의 일문일답.



오늘날 한국학연구는 어떠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지요


그 나라 지역학의 역량은 그 나라 경제력과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11위의 무역국이니, 세계에서 차지하는 한국학의 위상이 더도 덜도 말고 그 정도라 보면 맞을 것입니다. 세계에서 한국학에 점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 처지에서도 한국학은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대가 서양 학문의 식민화 과정이었다면, 21세기는 ‘수입오퍼상’과 ‘고물상’에서 다 같이 벗어나 국학으로서, 세계적 보편성을 갖는 학문으로서 한국학의 체계를 세워 한국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확고히 함은 물론,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처럼 세계의 학문과 문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바탕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불고 있는 민족적 열풍이나 국학 연구 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언적, 당위적으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과학적이고 보편적인 체계를 갖지 않는다면 그것은 신비주의적이고 비과학적인 수사에 불과합니다. 어떤 이들이 우리 것, 우리 문화와 학문이 21세기의 대안이라고까지 주장하는데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현실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성현들의 현학적인 유희에 지나지 않습니다. 동양이, 우리 것이 대안이라고 해서 중세 절대 왕정체제나 농업사회로 되돌린다면 차라리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필요한 것은 동양과 서양, 우리와 세계의 대화와 종합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것 가운데 원효의 화쟁 사상처럼 21세기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서양의 합리성과 결합해야 보편성을 획득합니다.

올 한해 한국학연구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우선 연구소 학술지인 <한국학논집>을 학술진흥재단 등재 후보지로 만들 수 있도록 모든 조건을 구비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저희가 몇 년 후에 중점연구소가 될 수 있도록 기반 여건을 조성해 놓는 것입니다.

한국학연구소에서 많은 성과를 이룬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장님께서는 이 중 어떤 성과에 가장 애착을 두시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작년에 행한 국제학술대회인 <종전의 기억투쟁과 재현, 재구성>입니다. 주제, 참여자, 실제 내용, 대중의 호응도 등 모든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임헌영, 윤건차, 고바야시, 하라 등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 수준에 있는 평론가들이 모여 “2차 世界大戰의 以後 한국과 일본은 식민지 청산, 천황제, 근대성의 구현 및 근대 국가 건설 등의 과제에 대해 어떻게 記憶 鬪爭을 벌이고 이를 또 어떻게 문학적으로 再現하였는가? 이의 성찰을 통해 동아시아 공동의 집을 모색하는 길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토의했습니다. 참가자들 모두가 너무도 진지하고 주제의 핵심에 근접했던지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 중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이들이 마지막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세미나 끝나고 뒤풀이나 여행 자리에서도 고담준론이 끊임없이 오고 갔고, 한국과 일본 양국의 신문에 보도되고 문학지에 게재되는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당면한 문제의 핵심을 짚는 것이면서 앞으로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공동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기에 더 심화시킬 예정입니다.

한국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학은 한 마디로 나 자신, 그리고 어머니를 찾는 작업입니다. 계모를 일러 어머니라 하면 친모가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내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누구와 더불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알려면 한국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중국학이나 일본학에 비하면 한국학이 아직 주변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한국학에 관심이 많고 그곳 대학에 한국학과나 과정이 있기에 세계와 더불어 한국학을 하는 것도 이제 가능합니다. 한국학을 알려면 <한국학.....>식의 책보다 <삼국유사>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국인의 무의식, 원형, 세계관, 자연과 세계에 대한 대응양식, 꿈, 상징, 신화적 상상력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입니다.

하상희 학생기자 hasa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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