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콩쿨 수상의 비결을 묻다


19세기 미국의 이상주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음악에 대해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위대한 가능성을 보이는 것’이라 했다. 음악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강렬한 힘과 무한한 가능성이 담겨 있단 의미다. 이재현(피아노과 4) 씨는 지난 8, 9월 두 차례 음악 콩쿨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8월 ‘코리아헤럴드 음악콩쿨’에서 피아노 대학부 공동 2위에 올랐고, 지난 9월 ‘춘천 전국음악콩쿨’ 피아노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의 음악이 마음을 움직이는 강렬함을 담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슬럼프 겪었지만 무대 설 때 짜릿해
 

 ▲ 무대 위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이재현 씨


이재현 씨가 수상한 코리아헤럴드 음악콩쿨과 춘천 전국음악콩쿨은 국내 실력 있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경쟁력 있는 대회다. 특히 춘천 전국음악콩쿨은 상금의 규모가 크고 춘천시립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혜택을 제공하는 까닭에 인기가 많다. “독일로 유학 가기 전에 참가한 마지막 콩쿨들인데 대상도 받고,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기회를 잡게 돼 영광입니다.” 오케스트라 협연은 다음해 여름으로 예정돼 있다. 이재현 씨의 피아노를 주선율로, 70여개의 악기가 함께 무대에 선다. 

이재현 씨는 두 대회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여러 차례 콩쿨에 참여해 수상했다. 지난 5월에는 ‘제 35회 해외파견콩쿨’에서 전체 3등을, 지난 7월에는 ‘제 48회 난파전국음악콩쿨’에서 2등에 올랐다. 잇따른 수상 실적에서 가늠할 수 있듯 피아노과를 수석으로 졸업할 예정이기도.

그러나 피아노를 연주하며 힘들었던 시기도 많았다. “피아노를 잘 치는 학생들은 전세계에 너무 많아요. 한동안은 대회에서 탈락만 해 좌절도 많이 맛보고 피아노를 그만두려는 생각도 했어요.” 4학년이 되며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그는 마음을 굳게 먹고 피아노 콩쿨에 출전, 입상하게 됐다. 

이 씨가 지금까지 섰던 무대 중 최고의 순간으로 뽑는 것은 부산예고 재학 중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던 일이다. 부산예고에서 매해 진행하는 오케스트라 협연 연주 정기 오디션에서 합격해 금정문화회관 대공연장이라는 큰 무대에 섰다. 이 씨는 무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 “1악장이 끝나자 1,300여 명의 관객들이 저를 위해 박수를 쳐주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 돋을 정도로 짜릿했어요. ‘무대에 서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거구나’란 생각에 지금까지 계속 무대에 서요."

절제된 화려함으로 연주한다

지난 두 대회에서 이재현 씨가 선보인 곡은 프란츠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Rhapsodie espagnole)'이다. “20살 때부터 쳤으니 정말 오래 연주한 곡이에요. 그만큼 잘 아는 곡이어서, 무대에서 긴장도 덜하고 자연스럽게 저만의 음악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스페인 광시곡은 스페인 민요에서 박자와 선율을 따온 곡으로, 피아노의 음악적 요소가 대부분 들어가 있는 고난이도 곡이자 교향시의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도입 부분에서 ‘레치타티보’, ‘카덴차’ 연주법을 따르도록 되어있어요. 화려하면서도 악보에는 정확히 명시되지 않은 연주자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기법이죠." 레치타티보는 대사를 말하 듯이 연주하는 기법, 카덴차는 고전 음악 작품에서 연주가의 화려한 솔로 연주 부분이다. “짧은 부분에 연주가가 너무 많은 기교를 보여주려고 하면 조잡할 수도 있으니 ‘절제된 화려함’으로 연주했어요.”
 
그에 앞선 난파전국음악콩쿨과 해외파견콩쿨에서도 리스트의 곡을 택했다. ‘피아노 소나타 B단조’라는 30분의 대곡. 앞부분은 고요하고 어둡지만 끝으로 갈수록 화려하고 아름다운 전조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처럼 그는 대회 때마다 리스트의 소나타를 주로 연주했다. 곡에 대한 특별한 애착의 이유를 물었다. “재수생 시절에 참가한 중앙일보 주최 콩쿨 본선에서 처음 들었어요. 크게 감명받고서 스무 살 때부터 혼자 공부하고 연습했죠. 대학 진학 이후엔 이 곡으로 많은 대회를 나갔는데, 올해 다시금 연습해서 이렇게 상을 받게 됐습니다.“

▲ 이재현 씨는 좋아하는 음악가로 프란츠 리스트와 라흐마니노프를 꼽았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

이 씨에게 본인을 한 마디로 소개해 달라고 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내 ‘꿈을 향해 노력하고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화려한 수식이 없는 수수한 설명임에도 이 씨와 너무 잘 어울리는 답이었다. 이재현 씨는 ‘선천적 재능을 가진 사람을 못 이긴다’는 말을 싫어했다. "절대음감 같이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모차르트도 작곡과 음악에만 미쳐살 정도로 노력했다고 했어요. 끈기 있게 노력해서 완벽하게 만들고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진짜 재능입니다. 노력하는 사람이 타고 난 사람을 이긴다고 생각해요.” 그의 목표는 그래서 '노력한 만큼 잘 하자'다. 꾸준한 연습과 꿈에 대한 믿음으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은 그의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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