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도시, 초고층 건축이 해법"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5월 수상자로 본교 신성우(공학대·건축공학) 교수를 선정했다. 지난 1997년 상이 제정된 이후로 건축 분야 최초 수상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신 교수는 고성능의 콘크리트재료를 활용함으로써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수명을 2배 이상 늘리며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지속가능한 초고층 건축물 구법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속가능한 초고층 건축물 구법시스템’은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등 국내 대표적인 초고층 건물에 적용됐다. 또한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어 현재 시공 중인 버즈두바이 건설에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을 밝힌다면

과분하면서도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 기쁘다. 이번 수상이 건축 분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데에도 보람을 느낀다. 연구팀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특히 건축 분야의 경우 팀원들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초고층 건축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많은 실험과 검증이 계속됐다. 오랜 기간 동안 연구에 힘써준 팀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렇듯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초고층 건축 기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지속가능한 초고층건축기술은 일시적으로 사용되고 폐기되는 지금까지의 고층건축물과는 달리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지속성이 유지돼 미래 환경변화를 수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은 100층 규모 혹은 그 이상의 최첨단 도시형 복합용도 건축물의 내구 수명을 100년 이상 지속시키기 때문에 친환경 초고층 건축물을 구현하는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초고층 건축물에 적용되는 고성능 콘크리트의 경우 구조물의 안전성 확보는 물론 수명을 현재보다 2배 이상 지속시켜 지구환경부하(CO2)를 감소시키고, 건설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친환경 건축 분야와 그 중에서도 초고층 건축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다. 지금까지 건축구조과학자로서 건축물의 안전성과 외관상의 아름다움, 생산성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안전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짓기 위해선 많은 물량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되면 다량의 석회석을 사용하게 되고 또한 건물의 수명이 짧아져 재건축을 반복, 폐기물을 계속해서 양산하게 된다. 곧 지구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스스로 반성을 하고 이제는 생산성 위주가 아닌 지구환경을 고려한 건축, 그러한 건축을 통해서 아름다움과 생산성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구환경을 고려한 건축은 초고층 건물로 실현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도시개념은 외연을 확산하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외연을 확산하는 것은 지구 열섬현상을 심화시킬 뿐이다. 지금까지 수평도시를 개발했다면 앞으로는 수직도시를 중점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좁은 면적에 초고층 빌딩을 건축하면 여유 공간에 녹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초고층 건축물의 단점으로 불필요한 고에너지 소비를 지적받아왔는데 이는 고성능 콘크리트와 같은 친환경 건설 소재를 적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연구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고강도 콘크리트의 경우 시멘트의 소화율이 많이 발생한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이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건물로 들어가게 되면 내부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아파트의 경우에는 온도가 70~80℃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학생들의 봉사정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연구 성과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타워팰리스 건축 과정에서 일본 기술자와 구조시스템에 관한 의견 충돌이 있었다. 일본 구조전문가는 기둥의 크기를 줄이는 충진강관 공법을 주장했는데 실제로 초고층 건물에 이를 적용하게 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 공법을 적용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기술자와 의견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타워팰리스 설계를 맡은 미국 SOM사에서 나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고성능 콘트리트가 쓰일 수 있었다. 삼성동 아이파크도 초반에는 철골 구조로 설계될 예정이었지만 내 제안으로 고강도 콘크리트가 채택돼 결국 동당 30억이 남고 공사기간도 줄일 수 있었다.

한국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서울의 면적은 중국 상하이의 10분의 1이다. 상하이 인구는 1700만, 서울의 인구는 1000만이다. 서울보다 넓은 면적인 상하이도 현재 초고층 개발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미비할 뿐이다. 우리나라 초고층건축물 생산규모는 세계 4위, 초고층 건축 기술력은 세계 5위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과 비교하면 비용측면에서는 2배 이상, 공사기간은 3배 이상으로 생산성이 선진국의 1/2 수준이다. 서울이 동북아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선 초고층 건축을 국가 전략 사업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한국 고유의 초고층건축 구법 개발에 집중할 것이다. 국내 대부분의 초고층 건물은 외국 기술로 설계됐다. 한국과 맞지 않는 외국 건축 기술을 개선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다. 앞으로 국내 실정에 맞는 초고층 구법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시킬 생각이다. 최종적으로는 우리 기술의 해외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 : 하상희 학생기자 hasang@hanyang.ac.kr
사진 : 한소라 학생기자 kubj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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