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배구, 왕의 귀환을 알리다

대학 배구의 황제가 귀환했다. 지난 달 펼쳐진 2007 전국대학배구 하계대회에서 본교가 경희대를 세트 스코어 3대 1로 꺾고 우승컵을 안은 것이다. 지난 달 21일 경북 영양군민회관에서 벌어진 결승전에서 본교는 새내기 박준범(체대·체육 1)과 최석기(체대·체육 3)가 각각 24득점과 14득점의 맹공격을 펼치며 활약해 짜릿한 승리를 낚아챌 수 있었다. 이번 우승으로 본교는 지난 4월 춘계대회에서 인하대에 아쉽게 내준 우승컵을 찾아왔고 2005년 4월 대학연맹전 1차 대회 우승 이후 중단됐던 우승행보를 재가동했다.

지난해 2006년의 본교 배구부 모습은 우승팀의 그것은 아니었다. 프로배구 출범 이전 실업팀도 떨게 만들었던 본교는 대학팀과의 경기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후배들을 이끌 팀의 주축 3·4학년 선수는 팀에 한 명(3학년)밖에 남아있지 않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고교 감독 22년 경력의 박용규 신임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선수 충원에 가장 공을 들였다.

박감독은 대전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고교 대어’ 박준범(1)을 영입했다. 전남 벌교로도 향했다. 그리고 지태환(1)을 영입했다. 두 명 모두 2m의 장신이었다. 이들은 3학년이 될 센터 최석기, 진상헌(이상 2m)과 함께 ‘철의 블로킹 장벽’을 구성했고, 라이트의 이영준(186cm)을 포함해 본교의 평균 신장을 195.7cm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본교는 ‘장신군단’으로 이미지를 변모한 것이었다. 박 감독은 “그럼에도 우승은 2007년 후반이나 2008년쯤에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멀리 있지 않았다. 올해 두 번째 대학 대회인 하계대회에서 본교는 조선대, 인하대, 명지대와 조별리그를 치러 A조 2위로 가뿐히 4강에 올랐다. B조 1위의 성균관대와 맞닥뜨린 준결승에서는 3-1로 승기를 잡아 경희대와의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본교는 박준범(1)의 위력적 스파이크와 센터 최석기(3), 진상헌(3)의 속공을 앞세워 경희대에 내리 1, 2세트를 따냈고 아깝게 내준 3세트 뒤 4세트에서 25-22의 승리를 거두며 경기를 우승으로 마감했다. “대회 초반 나와 상헌이가 발목부상을 당한 것이 고비”였다는 센터 최석기(3) 군은 “지난 대회 아깝게 우승을 넘겨준 맞수 인하대를 이길 수 있었다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는 우승 소감을 전했다.

한편 배구부의 우승이 있기까지는 장신의 파워만이 함께 한 것이 아니었다. 장신의 힘 뒤에 자율과 사랑이라는 ‘소프트 파워’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 감독은 “대학팀의 존재이유는 선수들의 성공적인 프로진출 지원이다. 그러므로 선수에게 독이 되는 과도한 훈련과 개인생활 통제를 자제하려 했다”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자율’을 소개했다. 최 군은 “감독님이 훈련 후 일일이 보내주신 격려 문자가 훈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줬다”며 팀의 또 하나의 축 ‘사랑’을 증언했다. 장신, 자율, 사랑의 3박자가 조화를 이룬 배구부. 배구부가 본교의 대학 대회 64연승의 전설을 되찾아올 날을 기대해본다.

고영기 학생기자 standbym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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