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배구, 왕의 귀환을 알리다
지난해 2006년의 본교 배구부 모습은 우승팀의 그것은 아니었다. 프로배구 출범 이전 실업팀도 떨게 만들었던 본교는 대학팀과의 경기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후배들을 이끌 팀의 주축 3·4학년 선수는 팀에 한 명(3학년)밖에 남아있지 않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고교 감독 22년 경력의 박용규 신임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선수 충원에 가장 공을 들였다.박감독은 대전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고교 대어’ 박준범(1)을 영입했다. 전남 벌교로도 향했다. 그리고 지태환(1)을 영입했다. 두 명 모두 2m의 장신이었다. 이들은 3학년이 될 센터 최석기, 진상헌(이상 2m)과 함께 ‘철의 블로킹 장벽’을 구성했고, 라이트의 이영준(186cm)을 포함해 본교의 평균 신장을 195.7cm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본교는 ‘장신군단’으로 이미지를 변모한 것이었다. 박 감독은 “그럼에도 우승은 2007년 후반이나 2008년쯤에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멀리 있지 않았다. 올해 두 번째 대학 대회인 하계대회에서 본교는 조선대, 인하대, 명지대와 조별리그를 치러 A조 2위로 가뿐히 4강에 올랐다. B조 1위의 성균관대와 맞닥뜨린 준결승에서는 3-1로 승기를 잡아 경희대와의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본교는 박준범(1)의 위력적 스파이크와 센터 최석기(3), 진상헌(3)의 속공을 앞세워 경희대에 내리 1, 2세트를 따냈고 아깝게 내준 3세트 뒤 4세트에서 25-22의 승리를 거두며 경기를 우승으로 마감했다. “대회 초반 나와 상헌이가 발목부상을 당한 것이 고비”였다는 센터 최석기(3) 군은 “지난 대회 아깝게 우승을 넘겨준 맞수 인하대를 이길 수 있었다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는 우승 소감을 전했다.
한편 배구부의 우승이 있기까지는 장신의 파워만이 함께 한 것이 아니었다. 장신의 힘 뒤에 자율과 사랑이라는 ‘소프트 파워’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 감독은 “대학팀의 존재이유는 선수들의 성공적인 프로진출 지원이다. 그러므로 선수에게 독이 되는 과도한 훈련과 개인생활 통제를 자제하려 했다”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자율’을 소개했다. 최 군은 “감독님이 훈련 후 일일이 보내주신 격려 문자가 훈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줬다”며 팀의 또 하나의 축 ‘사랑’을 증언했다. 장신, 자율, 사랑의 3박자가 조화를 이룬 배구부. 배구부가 본교의 대학 대회 64연승의 전설을 되찾아올 날을 기대해본다.
고영기 학생기자 standbyme@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