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독서감상문 공모전 수상자들을 만나다
고전(古典)의 매력에 흠뻑 젖은 한양인들이 있다. 올해 초 한양대는 2018학년도 신입생들에게 책 한 권을 선물했다. 바로 이탈리아의 저명한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의 ‘왜 고전을 읽는가’다. 저자는 고전에 대해 독창적인 정의를 내리며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의문을 풀어준다. 지난 9월 이 책을 바탕으로 진행된 ‘새내기 독서감상문 공모전’ 대상 및 최우수상 수상자들을 만났다.
고전으로 뗀 대학 생활 첫걸음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은 2018학년도 1학기 학부 신입생을 대상으로 지난 9월 3일부터 9일까지 새내기 독서감상문 공모전을 개최했다. 학생들은 ‘왜 고전을 읽는가’의 각 장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고전 작품을 읽고 감상문을 작성했다. 자신이 느낀 고전의 필요성과 고전을 접하며 겪은 태도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가운데)이영무 총장을 기준으로 왼쪽에 김수아(간호학부 18), 오른쪽에 이수진(경제금융학부 18), 왼쪽 끝에서 두 번째가 한주헌(연극영화학과 18)씨다. (백남학술정보관 제공)
공모전은 내용의 창의성 및 충실성, 고전에 대한 이해력, 글쓰기 기본 소양 등을 평가했다. 수상자들은 총장 명의 상장과 함께 총 360만 원 상당의 장학금을 받았다. 시상은 △대상 1명(60만 원) △최우수상 2명(40만 원) △우수상 5명(20만 원) △장려상 12명(10만 원)을 선정했다. 이들은 HY-Reader 인증점수 50점도 획득했다.
이날 만난 수상자들은 각기 다른 계기로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대상을 거머쥔 김수아(간호학부 18) 씨는 ”평소 고전을 잘 읽지 않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참가하게 됐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다. 이수진(경제금융학부 18)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대회 나가는 것을 좋아해서 이번에도 도전했다”고 말했다. 한주헌(연극영화학과 18) 씨는 “학교 공지를 통해 공모전 소식을 알게 돼 관심을 두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둘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고전의 매력에 빠지다
김 씨는 “고전은 옛날 책(古典)이 아니라, 생각을 만드는 책(考典)”이라며 고전의 정의를 다시 내렸다. 그는 13장 ‘캉디드(Candide)의 서술 속도에 관하여’를 선택해 볼테르(Voltaire)의 캉디드를 읽었다. 김 씨는 “퀴네공드가 아름다움을 잃자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그는 고전과 대화했다. 악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칼비노의 주장을 반박하며 “선과 악을 지나치게 나누면 또 다른 악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수진, 한주헌, 김수아 씨.
31장 ‘헤밍웨이(Hemingway)와 우리 세대’를 선정한 이 씨는 헤밍웨이의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A Clean, Well-Lighted Place)을 다뤘다. 이 씨한테 이 책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몇 년 전 번역본으로 책을 읽었을 때와 다르게 원서로 읽으니 헤밍웨이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고전을 통해 현시대의 문제를 고민했다. 그는 “소설 속 두 웨이터와 청각 장애를 지닌 노인을 보면서 요양병원과 중환자실 등을 전전하며 삶에 대한 절망을 느끼는 현실 속 노인들을 떠올랐다”고 말했다.
한 씨는 21장 ‘톨스토이(Tolstoy)의 두 경기병’을 골라 세바스토폴리 이야기(Sevastopoliskie Rasskazy)를 읽었다. 그는 “톨스토이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은 접해본 적이 없어 공모전에 참여한 것이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책을 읽으며 소설 제목이 왜 ‘두 백작’이 아니라 ‘두 경기병’인지도 알게 됐다며 “귀족 계층의 불손한 태도보다는 전쟁 이후 인간관계에 무감한 군인 계층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묘사와 서술 덕분에 그 시대를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Reader가 Leader다
세 학생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한 층 더 성장했다. 비단 고전의 중요성만 배운 것이 아니다. 대학 생활에 대한 이정표를 세웠다. 이들의 각오와 다짐을 들어봤다. 김 씨는 자신과 생각이 같든 다르든 “작가들이 고전 속 누군가를 통해 시간 들여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 전 “한양대 79선 고전 목록에 있는 책들을 모두 읽을 계획”이라며 HY-Reader 다이아몬드 인증서를 받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 씨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공모전과 대회도 나가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찾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한 씨는 “2학기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데 아직 의미 있는 일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앞으로 보람차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동양 철학에 관심이 생겨 물질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 필요한 정신을 공부할 계획이다. 대학 생활의 한 걸음을 고전으로 내디딘 이들의 멋진 활약이 기대된다.
글·사진/ 유승현 기자 dbtmdgus9543@hanyang.ac.kr
편집/ 강초현 기자 guschrkd@hanyang.ac.kr

'한양위키' 키워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