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유지에 필요한 것은 시간과 노력이 아닌 진심 어린 말 한마디"

스무 살. 이름만으로도 눈부셨던 스무 살의 그때 캠퍼스보다 자주 찾던 동네의 주점에서 오랜 친구들과 모일 때면 으레 나오곤 하던 말이 있었다. “대학교 인연 그거 참 부질없고 형식적이더라”. 또 막상 등교를 해도 강의실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하던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는 “대학에선 인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볼 것을 권하곤 했다. 이처럼 우리는 ‘인연’이라는 복잡 미묘한 한 단어를 두고 대학생활의 회의와 열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인 스무 살을 훌쩍 넘겨 버리게 되었다. 비록 쌓여가는 질문은 늘어만 가지만 대답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는 이 ‘인연’에 대한 답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이제와 주변을 둘러보면 좋은 사람들이 참 많이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한 두 명씩 알음알음 익혀가던 얼굴들이 이제 ‘인맥’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나’의 부분들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인맥’이라는 것은 분명 ‘인연’과는 달라서 어느 정도의 의도를 은연중에 내포한다. 비록 대학시절의 사람과 인연에 대해서는 아직도 혼란스럽지만 캠퍼스에서 한 두 해를 보내다 보면 누구나 ‘인맥 쌓기’를 위해 노력한다. 그 ‘인맥’은 살아가는 데 있어 ‘동반자’로, 혹은 나를 이끌어줄 ‘조력자’나 어려울 때 도움이 되어줄 ‘보험’으로 각기의 의미를 지닌채로 완성된다. 어떤 사람이 내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은 역시 나쁘거나 속물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도 당연한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이야기를 해나가려 한다. 지금의 우리처럼 ‘인맥’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과 방법을 들어보았다.

‘인맥’도 일종의 투자. 포기하는 부분은 스스로의 몫

박승재(경금대·경제금융 4)군은 다방면의 ‘인맥’을 쌓아 가는데 주저함이 없다. 반년 이상 각 나라를 돌면서 인연을 맺은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지는데 노력했다. 그들이 언제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박 군은 한 증권사에서 인턴을 하면서도 남과 다른 ‘인맥 쌓기’의 노력을 들려주었다. 함께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또래의 동료들과 친해지는 것 대신 그는 선배이기도한 한 임원과의 친분을 형성하는데 더 주력했다. 앞으로 금융권으로의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그에게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 군은 “인맥에 대한 기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인맥을 쌓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금 나에게 어떤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런 쪽으로만 인맥을 쌓아가는 것은 인맥의 기본에 어긋난다”고 말하는 박 군은 “인맥은 넓고 다양할 수 록 좋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고 인맥에 대한 그의 생각을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쉬운 것은 있다고 한다. 외부의 인연을 쌓아가고 조력자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친분을 형성해 가는 동안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나 ‘벗’으로서의 인연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군은 “인맥을 쌓는 것은 투자와 같다고 생각 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어느 곳에 돈을 투자하게 되면 그 돈은 다른 곳에는 쓸 수 없는 기회비용이 되는 것처럼 인맥도 동시에 여러 곳에 투자하기 어려운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 한다”면서 “지금은 비록 조력자를 찾는데 노력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다른 인연들과도 공고해질 것”이라고 희망을 드러냈다.

‘인맥’은 ‘인연’의 한 부분일 뿐, 자연스러운 것이 최고


그와는 절친한 후배인 채승원(경금대·경제금융 3) 군은 ‘인맥’에 대한 다른 견해를 밝혔다. ‘인연’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는 것이지 억지로 노력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채 군은 “물론 인연을 만드는데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인정하지만 그 노력이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해치고 부담이 될 때가 있다”고 그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노력으로 얻은 인연은 다시 노력이 줄어들면 멀어지기 마련”이라는 지론을 이야기 했다. “군대를 다녀오니 막상 남은 인연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친구들”이라고 말하며 인맥을 쌓기위한 노력에 회의감을 보이기도 했다.

채 군은 현재 친구들과의 모임은 물론 동아리나 선·후배들과의 술자리에도 자주 참석하고 있다. 인연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기보다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인연을 위해서다. 그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도 분명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자신의 길에 도움이 되어줄 인맥을 넓히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아직은 편하게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부족했다는 생각이었는지 채 군은 “노력하고 선별해서 만나는 사람과 일상속에서 편하게 만나는 사람들 중 후일 누가 내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진정한 인연이 될 수 있을지는 지금은 모르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람의 앞날은 모르는 일. 모두에게 진심으로 대하라

교내뿐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인맥이 넓기로 유명한 박인철(사회대·신문방송 4) 군은 ‘인맥’에 대한 또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의 일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의 관계도 변하게 될것이라는 생각이다. 박 군은 “지금 비록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해보이는 사람도 나중에는 내게 큰 도움을 주거나 좋은 인연이 될수 있다”는 그의 기본적인 생각을 이야기 했다. 때문에 그는 “당장 눈앞의 이해관계와 결과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모든 주변 사람들에 대해 진심으로 인연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학과, 수업, 동호회, 학원 등 여러 곳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있다.

그토록 많은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나 명백하고 쉽게 대답한다. “인맥을 유지하는데 있어 필요한 것은 시간과 많은 노력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있는 문자 하나”라고 말하는 박 군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주변의 ‘인맥’들이 자신의 진짜 ‘인연’으로 자리 잡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스스로 찾아가는 인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우리가 대학생이 되기전에는 초·중·고등학교를 통해 만들어진 인연속에서 관계를 맺어왔다. 정해진 학교와 학급속에서 부대끼며 자연스럽게 어떤의미로는 인위적으로 인맥이 형성이 되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한 뒤 인맥은 만남에서부터 친분을 쌓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 하나하나를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해결해야한다는 점에서 크게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누군가 만들어주는 인연이었다면 이제 스스로 인연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름을 밝히지 않기를 희망한 김(관광 2) 양은 “내가 남에게 하는 것에 비해 되돌려 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어 힘들때가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 양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내가 극복해야하는 과정인 것 만은 분명하게 알고 있다”며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스스로가 해결해야하는 일이라는 것을 분명 인식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알지 못하던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관게를 터나가는 것은 힘든 감정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모두 ‘인맥’의 중요성 또한 깨닫고 있었다. 취재를 통해 만나본 친구들도 비록 ‘인맥’을 바라보는 생각과 인식은 각기 달랐지만 그 소중함 만은 모두 한결같이 느끼고 있었다. 대학은 짜여진 틀에서 ‘만들어지던 나’에서 탈피해 스스로 선택하고 형성하는 ‘진정한 자아’를 만들어야 하는 곳이고 이것은 바로 어른이 되는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인연들도 미래의 나를 준비하는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지금 누군가를 만나 즐겁거나 아프거나 혹은 설레거나 할 한양의 친구들은 오늘도 그 한사람과의 인연의 크기 만큼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황정현 학생기자 4reallov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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