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에 서다

밤새도록 작업한 파일이 날아가 눈물을 삼켜야 했던 경험. 컴퓨터를 켠지 10분이 지나도록 부팅이 되지 않아 짜증났던 경험. 이젠 모두 사라질 듯하다. ‘대용량 비휘발성 나노저장소자’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DRAM 메모리의 빠른 특성,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저렴하고 대용량이며 전기 없이도 데이터를 날려 보내지 않는 특성을 한데 모은 ‘대용량 비휘발성 나노저장소자’의 개발이다. 나노저장소자가 개발되면 종이처럼 쓰는 것이 곧 저장이고, TV처럼 누르는 것이 곧 켜는 것인 컴퓨터가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새로 개발될 이 컴퓨터는 기존의 ‘메모리-하드’ 개념 기반의 시스템 소프트웨어(운영체제(O.S.)와 같은)로는 구동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발전된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의 후진성으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원유집(공과대·전자전기컴퓨터) 교수가 나섰다. 원 교수는 ‘분산 멀티미디어 연구실’ 소속 20여 명의 대학원생들과 함께 신 나노저장소자 구동을 위한 신 개념 시스템 소프트웨어 핵심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원 교수는 2012년에서 2013년경이면 ‘대용량 비휘발성 나노저장소자’가 시판될 것으로 예상해 이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0년 후를 내다본 것이다. 원 교수의 연구는 정부의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기술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 시도와 맞아 떨어졌고, 이에 원 교수의 ‘분산 멀티미디어 연구실’은 과학기술부 선정 2007년도 국가지정연구실(NRL)로 선발되는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

‘분산 멀티미디어 연구실’의 국가지정연구실 선정 시도는 여러 차례 있어왔다. 그러나 번번히 고배를 마셔야 했다. 올해는 그간의 연구사항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제안서를 작성해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될 수 있었다. “선정을 위한 제안서 작성으로 거의 한 달간 통째로 주말을 반납했다”는 원 교수는 “국가지정연구실 선정으로 인해 앞으로 오히려 더 바빠질 것”이라며 “연구비 걱정에서 한 발 물러나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20여 명의 대학원생들도 연구실의 경사에 다 같이 기뻐했다.

정부의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은 1999년부터 핵심기술 분야의 우수 연구실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과학기술부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총 5천8백억 원의 연구비가 지원되었으며 국내외 약 만 2천 건의 논문 발표와 3천6백 건의 특허 출원의 성과를 거뒀다.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된 연구실은 선정 후 5년 간 매년 2억 원씩 총 10억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고 지정 3년 후의 1차 평가를 통해 선정 지속여부를 결정 받게 된다. 본교에서 이번 신규 선정된 연구실은 공과대학과 4곳과 정보통신대학 1곳을 포함한 총 5개 연구실이다. 앞으로 위클리 한양은 2007 신규 국가 지정 연구실을 연속적으로 탐방 보도할 계획이다.


고영기 학생기자 standbym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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